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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부문 이대로는 안됩니다. 체구가 작고 힘이 부족하다면, 남들보다 더욱 민첩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 생존의 이치입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꺼낸 이야기다. 시장에서는 이 메시지를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는 대신 지금 있는 비은행계열사들이 민첩하게 시장에 대응하면서 직접 성장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가 약점이라는 지적을 받는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통해 비은행 부문 덩치 키우기에 나선 것과 달리, 하나금융그룹은 지금 있는 계열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회장 함영주 내세웠던 '생존의 이치', '깜짝실적'으로 증명 시작했다 : 'M&A 없는' 비은행 약진을 증권과 캐피탈이 이끌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기존 비은행 부문 성장 전략'의 성과가 1분기 호실적으로 드러났다. ⓒ허프포스트코리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내세웠던 이 ‘생존의 이치’가 올해 1분기 실적을 통해 그 증명을 시작했다.

◆ 은행이 뛰니 비은행은 날았다, 은행 순이익 두자릿 수 성장에도 비은행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27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비은행부문의 1분기 당기순이익(지배주주 귀속 기준) 비중은 18%로, 2025년 연간 기준 12.1%에서 5.9%포인트 뛰어올랐다. 비은행이 약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하나금융그룹으로서는 의미 있는 변화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이 비중 상승이 은행의 부진에 따른 상대적 비중 확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에 2025년 1분기보다 11.2% 늘어난 1조104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같은 기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은행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성장했지만 성장률은 각각 2.6%, 7.3%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우리은행은 아예 같은 기간 순이익이 감소했다.

하나은행이 그냥 잘한 것도 아니고 경쟁사 대비 '두드러지게' 좋은 실적을 낸 상황에서 전체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진 것이다. 2025년 1분기와의 비교로 좁혀 봐도 비은행 부문 비중은 1.7%포인트 올랐다. 은행부문과 비은행부문의 동반 약진은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한 1조2100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핵심적 역할을 했다. 

◆ 비은행 성장 이끈 증권·캐피탈, 그 속에서도 못내 아쉬운 하나증권의 순이익 성장률

비은행 부문 약진의 주인공은 하나증권과 하나캐피탈이었다. 하나증권은 2025년 1분기보다 37.1% 증가한 1033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하나캐피탈은 같은 기간 순이익을 무려 70.2% 성장시켰다. 두 회사가 하나금융그룹 비은행 부문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다만 하나증권의 경우 증권업계 전반의 호조 속에서 성장률 자체는 다른 금융그룹의 증권 계열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같은 기간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은 각각 167.4%, 93.3%의 순이익 성장률을 보였다. 

절대적 수치의 개선은 뚜렷하지만, 증권업 전반의 업황 호조 속에서 경쟁사들과의 격차 좁히기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 함영주 '기존 비은행 키우기' 전략의 아픈 손가락, 하나금융의 보험부문 인수합병설이 끊이지 않는 까닭

함영주 회장의 '민첩한 내실 성장'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안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바로 보험이다.

하나생명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8% 급감한 64억 원에 그쳤다. 그룹 전체 실적에 대한 기여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수준이다. 하나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도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는데,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취약 고리로 작용했다.

세전 기준 보험 부문 손익은 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억 원 늘면서 소폭 개선됐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형 자산 평가손실이 반영되면서 세전 기준 투자 부문 손익이 같은 기간 79억 원에서 21억 원으로 무려 73.4% 급감했다.  

보험업계 전반의 어려움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를 감안해도 아쉬움은 남는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손해보험업계와 비교해 생명보험업계의 사정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하나생명의 부진은 뼈아픈 대목이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1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2026년 1분기 실적이) 손보사에 비해 생보사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이라며 손해보험사들의 목표주가를 일괄적으로 하향하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목표주가는 오히려 높여 잡았다.

함영주 회장이 'M&A보다 내실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장에서 하나금융그룹이 보험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조용히 주시하는 시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보험 부문이 하나금융이 넘어야 할 마지막 고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금융그룹은 보험사가 시장에 나올 때마다 유력한 원매자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026년 초에 한국투자금융지주, JC플라워와 함께 예별손해보험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으나 이후 인수 후보군에서 한 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KDB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 과정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실사 후 인수 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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