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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그룹 오너 3세인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의 부인과 두 아들이 녹십자홀딩스(이하 GC)의 지분을 사들였다. 

허은철 사장 본인의 지분율을 직접 높인 것은 아니지만, 가족 지분을 통해 지주사 내 지배력을 높이고 장차 승계까지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의 지분 매입 이후 허은철 사장의 사촌동생인 허진성 GC경영관리본부장과 허진훈 GC녹십자 글로벌사업본부 알리글로팀장 역시 경쟁하듯 GC 지분을 매수했다. 두 사람은 허 사장의 숙부인 허일섭 GC 각자대표이사 회장의 아들이다. 

녹십자그룹이 ‘삼촌-조카’ 경영에서 ‘사촌경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승계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지분 경쟁도 펼쳐지는 모습이다. 

녹십자 오너 3세 사촌경영 전환 시작 : 허은철·용준 vs 허진성·진훈 형제 지분 확보 경쟁
허일섭 GC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 GC녹십자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 오너 3세 사촌과 그 가족들이 2026년 들어 차례로 GC 지분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GC는 기업집단의 핵심 계열사인 GC녹십자 지분 50.0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시작은 허은철 사장이다. 허은철 사장의 부인인 이혜진씨와 두 아들인 허준영씨, 허호영씨는 3월11일부터 17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GC 지분을 매수했다. 이들 각각의 지분율을 보면 지난 연말에 견줘 이혜진씨는 0%에서 0.09%로, 허준영씨와 허호영씨는 각각 0.05%에서 0.10%로 올랐다. 

그러자 곧이어 허은철 사장의 사촌인 허진성 본부장과 허진훈 팀장도 지분을 늘렸다. 두 사람은 4월16일부터 27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사들였다. 허진성 본부장은 지난 연말 0.78%에서 0.87%로, 허진훈 팀장은 0.72%에서 0.81%로 지분율이 각각 상승했다. 

이번 지분 매입의 목적은 모두 지주사 지배력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허 사장의 지분 매입은 지배력 확대와 먼 훗날의 승계까지 감안한 행보로 추측된다. 허진성·허진훈 형제의 지분 매입은 두 사람의 지배력 확대를 통해 오너 3세 사촌경영 구도를 정립해 나가고 더 나아가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허일섭 회장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삼촌-조카 경영’ → ‘사촌경영’ 전환 과정

녹십자는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 겸 명예회장(1915~1995)의 다섯 아들 중 둘째인 고 허영섭 녹십자 선대 회장(1941~2009)이 1969년 부친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녹십자의 전신인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를 인수하면서 시작한 회사다. 당시 다섯째인 허일섭 회장이 둘째 형을 도와 경영에 참여했고, 이후 허영섭·허일섭 형제경영이 정착됐다. 

허영섭 회장은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1970년생), 허은철 사장(1972년생), 허용준 GC 각자대표이사 사장(1974년생) 등 세 아들을, 허일섭 회장은 허진성 본부장(1983년생), 허진영씨(1985년생), 허진훈 팀장(1991년생) 등 2남 1녀를 각각 뒀다. 

허영섭 회장이 2009년 별세한 이후에는 허일섭 회장과 허은철 사장의 ‘삼촌-조카’ 경영이 이뤄졌다. 허영섭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 전 부사장은 일찍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런데 1954년생인 허일섭 회장이 어느덧 일흔을 넘기면서 향후 그의 아들들이 점차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삼촌-조카’ 경영이 ‘사촌경영’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녹십자그룹은 오너 일가 내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지주사 지분율에서 허일섭 가족이 앞서

현재 구도는 지분 ‘소유’ 측면에서는 허일섭 회장 가족이, ‘경영’ 주도권에서는 허은철·허용준 형제가 각각 앞서 있다고 평가된다.

우선 허 회장 가족의 GC 지분율은 허 회장 12.29%, 허진성 본부장 0.87%, 허진영씨 0.27%, 허진훈 팀장 0.81% 등으로, 오너 2·3세의 지분율만 합쳐도 14.24%에 달한다. 

반면 허은철 사장 형제 지분율은 허성수 전 부사장 0.04%, 허은철 사장 2.68%, 허용준 사장 2.96% 등에 그친다. 

허은철·허용준 형제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허영섭 회장이 생전에 주식 상당부분을 연구재단과 장학재단에 넘겼기 때문이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8.72%)와 목암과학장학재단(2.10%), 미래나눔재단(4.38%)이 그 주인공들이다. 향후 유사시 이 공익재단들의 의결권 행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허일섭 회장이, 목암과학장학재단은 허은철 사장이, 미래나눔재단은 허용준 사장이 각각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밖에 GC의 특수관계인에는 창업주 허채경 회장의 장남 허정섭 전 한일시멘트 회장, 3남 허동섭 전 한일시멘트 회장, 4남 허남섭 전 한일시멘트 회장 가족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들의 지분율은 9%가량 된다. 

다만 허은철·허용준 형제는 허은철 사장이 녹십자의 대표이사, 허용준 사장이 GC의 대표이사를 각각 맡으며 회사의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허진성·허진훈 형제는 아직 GC 또는 GC녹십자 이사회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허진성 본부장 역시 입사 10년 만인 2024년 지주사의 자금과 재무를 담당하는 경영관리본부장(전무급)으로 승진하는 등 체급을 늘려 균형을 맞춰가는 모습이다. 허일섭 회장이 여전히 GC 각자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앞으로 녹십자그룹 오너 일가는 세대교체 흐름에 따라 단계적으로 사촌경영 체제를 정착시켜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그 과정에서도 지배력을 늘리기 위한 가족간 지분 경쟁도 물밑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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