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전쟁 휴전을 '무기한' 연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해 슬그머니 발을 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휴전연장 발표를 즉각 거부하고 나서 종전으로 향하는 출구는 요원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I 이미지.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이란의 지도부와 대표들이 통일된 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이란을 향한 공격을 유보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란의 제안이 제출되고 종전협상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휴전연장 시한을 제시하지 않아 사실상 종전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무기한 휴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발언은 불과 사흘 전 '이란이 합의하지 않으면 다시 이란을 폭격하겠다'고 공언한 기조를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토릭(정치적 수사)으로 이란전쟁의 난맥상을 덮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후퇴 결정적 이유 : 11월 미국 중간선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후퇴하는 결정적 이유는 추락하는 지지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AP통신과 시카고대학교 여론조사센터(NORC)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4월16~20일 실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3%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업체가 지난달(3월19~23일) 수행한 조사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38%보다 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33%라는 수치는 트럼프 행정부 집권 2기를 기준으로 최저치다. 이 수치는 이란전쟁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이란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2%로, 지난달 조사에서 나온 35%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를 두고 이란과 휴전과 종전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추세를 유지할 경우 집권여당인 공화당에게는 올해 11월 있을 중간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려 하는 공화당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도 10일 보고서에서 "11월 중간선거가 빠르게 다가오는 가운데 이란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란전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백악과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미국 고위 관계자는 21일 텔레그래프와 나눈 인터뷰에서 "미국 행정부 안의 누구도 이란전쟁과 관련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모든 것이 완전히 엉망진창이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강경한 이란'과 '전쟁을 원하는 이스라엘'이 트럼프 발목 잡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 신화통신=연합뉴스
다급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이란은 강경한 모습이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연장 발표를 즉각 거부하고, 2차 종전협상에도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라는 개전 전에는 없던 새로운 레버리지를 확보한 상태인데다가, 오락가락하는 미국을 두고 협상 파트너로서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여전히 고농축 우라늄 400kg을 수중에 가지고 있고, '협박 아래 협상은 없다'는 강경파의 입김도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시간표에 쫓길수록 이란의 '협상 지렛대'는 더 강해지는 역설적 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변수로 이스라엘의 정치상황이 작용해 이란전쟁이 재개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더 꼬인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올해 말 선거를 앞두고 있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입장에서는 전쟁이 장기화되는 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및 비리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 이란전쟁이라는 비상시국을 유지하는 것이 재판을 지연시킬 수 있어서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
독일 싱크탱크 마샬펀드의 이언 레서 미국 외교안보 전문위원은 유로뉴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전쟁은 정치적 짐이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이 전쟁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