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 유튜브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K라면이 글로벌 놀이 문화로 확산되며, 폭발적 해외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삼양식품의 성장세를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빗댄 표현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기업을 넘어 K라면 전반의 글로벌 확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외에서 라면의 인기가 확산되면서 국내 라면업계는 글로벌 시장을 향해 일제히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때 내수 중심 식품에 머물렀던 라면은 이제 K푸드 확산의 선봉으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 수출 2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수출 규모 역시 두 배 가까이 확대되며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 같은 성장세는 2010년대 이후 2조원대에 머문 국내 시장과 대비된다. 라면업계는 내수 한계를 넘어서는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고 있으며, 실제로 미국·유럽 등 서구권까지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는 흐름이다. 라면은 이제 단순한 간편식을 넘어, K-콘텐츠와 결합한 챌린지·SNS 확산을 기반으로 한 ‘경험형 소비재’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라면 3사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결국 농심이 유라시아 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삼양식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오뚜기가 생산 거점 전략으로 추격에 나서면서 ‘라면 삼국지’ 구도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농심이다.
한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고르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농심은 오는 6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현지 판매법인 ‘농심 러시아’를 설립한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3월 네덜란드 유럽 법인 설립 이후 1년여 만에 추가 거점을 확보하며 ‘유라시아 라면 로드’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농심은 러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대형 유통사 X5, 마그니트 등 연방 체인 입점을 확대하고, 지역 유통망을 추가 발굴해 소비자 접점을 넓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동시에 오존과 와일드베리즈 등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에 공식 브랜드관을 구축해 지리적 한계를 온라인으로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제품 공급은 올해 하반기 완공 예정인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이 맡는다. 신라면을 비롯해 너구리, 김치라면 등 기존 제품과 함께 신라면 툼바 등 신제품을 앞세워 프리미엄 라면 수요를 공략할 방침이다. 농심은 현지 축제와 연계한 마케팅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을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도 나선다.
이처럼 신흥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이미 주요 해외 시장에서 검증된 성과가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는 지난해 ‘밥과 잘 어울리는 아시아 즉석면 톱10’에 농심 오징어짬뽕을 포함시키며 경쟁력을 인정했다. 또 ‘2025년 히트상품 베스트30’에는 신라면 툼바가 이름을 올리며 젊은 소비층에서의 인기를 입증했다.
실적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농심재팬 매출은 2022년 873억 원에서 2023년 953억 원, 2024년 1천억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349억 원으로 전년보다 26.9%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출시한 신라면 툼바는 일본 편의점 채널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지난해 11월 기준 누적 판매량 700만 봉을 돌파했다.
삼양식품은 이미 ‘수출 중심 기업’으로 체질을 바꿨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육박하며 사실상 글로벌 기업으로 전환된 상태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57%에서 2021년 61%, 2022년 67%, 2023년 68%, 2024년 77%, 지난해에는 80% 이상으로 매년 확대됐다.
특히 중국에서는 월간 수출액이 2천만 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은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미국과 함께 최대 비중을 형성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2021년 중국법인 설립 이후 본격적인 현지 영업에 나섰고, 법인 매출은 2022년 6억8천만 위안에서 2023년 12억 위안, 2024년 21억 위안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유럽에서도 주류 유통망 진입에 성공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K컬처 확산과 맞물려 불닭 브랜드가 하나의 ‘놀이형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서구권에서도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유럽 매출 비중은 2019년 6%에서 2022년 10%, 지난해 18%까지 상승했다.
삼양식품은 유럽 법인 설립 이후 현지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유통 파트너 SRG 인터내셔널과 협업하고 있으며, 독일 식품박람회 아누가 참가를 통해 접점을 넓혔다. 유럽법인은 ‘휠 오브 리테일 2025’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제품 경쟁력도 인정받았다
오뚜기는 상대적으로 내수 비중이 높지만, 글로벌 확대 속도 역시 빨라지는 추세다. 이는 내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 수출이 1년 새 100배 이상 증가하는 등 해외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할랄·유기농 인증 제품 확대와 미국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외 비중을 끌어올리고 있다.
오뚜기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 1조1천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해외 생산 거점 구축에 나서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라미라다 공장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현지 생산을 통해 물류비 절감과 공급망 안정화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동남아 시장 공략도 병행하고 있다. 베트남 박닌 공장에 할랄 인증 생산라인을 구축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수출을 시작했으며, 향후 중동까지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K라면은 이제 단순한 식품을 넘어 ‘콘텐츠형 소비재’로 자리 잡고 있다. K팝과 드라마로 형성된 브랜드 인지도에 매운맛 챌린지 등 SNS 확산 효과가 더해지며 글로벌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K라면의 영토 확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