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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으로 내수 부진을 메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롯데쇼핑을 비롯한 주요 유통기업들은 국내에서는 실적 방어에 그치는 반면, 해외 사업이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내수 체력 저하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롯데쇼핑의 실적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겉으로는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내국인 소비가 아닌 외국인 수요와 해외 법인 실적에 기대서 방어되는 ‘내수 착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쇼핑 매출은 내수마저도 외국인이 이끈다 : 유통업계 구조적 '내수 공동화' 굳어지며 탈출구 찾기 비상
롯데백화점 본관 전경의 모습. ⓒ롯데쇼핑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은 외국인 수요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 내수 부문은 매출 8조3363억 원, 영업이익 4912억 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은 1.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2.5% 증가했다. 외형은 축소됐지만 수익성은 개선된 모습이다.
 
내수 부문에서는 외국인 수요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 IR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화점에서는 외국인 매출은 전년보다 37% 증가했고, 마트와 슈퍼 역시 외국인 관광객 유입 확대로 순 매출이 늘었다.
 
특히 명동과 잠실, 부산 등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집중되는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2월 누적 기준 외국인 매출 증가율은 본점(명동점) 115%, 잠실점 84%, 부산 주요 점포 합산 110%에 달했다.

이러한 흐름은 중장기적으로 강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성향이 단순 관광에서 쇼핑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백화점 채널이 부각되고 있다”며 “국내는 럭셔리 매장이 백화점에 집중된 구조인 만큼 외국인 소비가 백화점으로 유입되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쇼핑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화점 사업이 외국인 수요에 힘입어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3조7384억 원, 영업이익 5470억 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은 1.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5.6% 증가했다. 

하지만 외국인 매출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국인 소비가 매출을 끌어내리면서  사업 전반의 외형 성장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뿐아니라 할인점의 내수 매출은 4조4985억 원으로 전년보다 3.5% 감소했다. 

내수 중심의 매출 구조를 가진 계열사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두드러진다. 홈쇼핑은 지난해 매출 9023억 원, 영업이익 450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4%, 9.6% 감소했고, 하이마트 역시 점포 축소 및 재단장, 자체상품(PB) 포트폴리오 확대 등으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에서는 지난해 2조3001억 원으로 전년보다 2.4% 줄었다.

사업 전반에서 내수 매출이 동시에 줄어든 것은 개별 사업 문제가 아닌 구조적 변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외국인 수요가 집중된 일부 점포를 제외하면 내수 기반 매출 감소 흐름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선별적 회복’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내수 시장의 한계 속에서 롯데쇼핑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동남아시아 중심 해외 사업 확장으로 해외부문 매출 3조를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 점포들을 마트와 슈퍼 상품을 통합한 소싱과 물류 인프라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플랫폼으로 전환해, 지역 상권 내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올해 안으로 베트남 북부 박장과 남부 떠이닌에 각각 신규 매장을 출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하노이 복합 쇼핑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성공모델을 바탕으로 2~3개 점포를 추가로 출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 2월 마타람점을 재단장한 데 이어, 앞으로 8개 점포를 추가로 리뉴얼할 예정이다.

이러한 흐름은 롯데쇼핑에 국한되지 않는다. 내수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국내 유통·식품 기업 전반에서 해외 비중 확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음료와 주류 소비 둔화로 실적이 악화되자 희망퇴직과 조직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반면 해외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방어하고 있고, 해외 매출 비중도 40%를 넘어서는 등 사업 구조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한발 더 나아가 해외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식품 매출이 5조9천억 원을 넘어서며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앞질렀다. 반면 국내 식품 사업은 소비 부진과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전체 실적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시장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는 고물가와 실질소득 정체, 경쟁 심화로 소비가 둔화된 반면, 해외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성장 여력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와 소비 패턴 변화 등 구조적 요인도 내수 부진을 심화시키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위원은 “유통업은 자체적으로 소비를 창출하기보다는 이미 형성된 소비를 전달하는 산업”이라며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유통만으로 소비를 끌어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통은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유통기업들이 실적을 해외에서 메우고 있다는 것은 국내 소비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일시적 경기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유통업은 고용 비중이 큰 산업인 만큼 점포 축소와 자동화, 투자 감소가 이어질 경우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지난해 말 고용 인원은 5만853명으로 1년 만에 3천 명 이상 줄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위원은 “유통업은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산업인 만큼 업황이 위축되면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을 낳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제조업에서 나타났던 ‘산업 공동화’와 유사하게 유통에서도 내수 기반이 약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현재의 내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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