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화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서울 개인전에 대해 동물보호단체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데미안 허스트가 작품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앞에 서 있다. ⓒEPA/연합뉴스
데미안 허스트의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전시회가 지난달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40여 년 작업을 아우르는 '아시아 최초의 대형 개인전'으로 언론에 주목받았다.
하지만 '데이미언 허스트에게 살해당한 동물들을 생각하는 모임(모임)'은 지난 3일 성명서를 통해 "예술은 폭력을 면책하는 이름이 될 수 없다"며 "공공기관은 폭력을 세련되게 번역하는 매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모임은 데미안 허스트와 그의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을 강하게 규탄하며, 이번 성명서에 대한 연서명을 오는 15일까지 받고 있다.
이들은 "작업에 사용된 동물의 수는 최소 90만 개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여기에는 상어, 양, 소, 송아지, 돼지, 물살이, 새, 파리, 나비, 각종 곤충 등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살아있거나 죽은 동물을 작품으로 전시해 왔다. 2012년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재전시된 작품 '사랑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는 9000마리의 살아있는 나비로 이뤄졌다. 그런데 작품이 전시된 23주 동안 전시된 나비들은 밟히거나 인공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죽어갔고, 매주 새로운 나비가 보충됐다. 작품 '백년'은 2022년 독일 쿤스트무제움 볼프스부르크에서 동물보호단체 민원으로 전시 도중 철거됐다. 이 작품은 유리관 안에 인공 조명을 설치하여 구더기에서 부화한 파리들이 불빛에 이끌려 전기살충제에 타 죽게 만든 것이었다.
모임은 이러한 과거 전시 작품을 들우 "폭력이 해석의 문제가 아닌 실질적인 행위의 문제임을 보여준다"며 "그의 작업은 살아 있는 동물을 동원하고 죽이는 방식으로 완성되며 그 죽음은 무수히 거듭되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허스트를 옹호하는 이들은 그의 작업을 두고 '죽음을 직면하게 한다'고 예술적 의미를 부여해 왔다. 하지만 모임은 "죽음에 대한 성찰이 아니라, 죽음을 소비 가능한 위치에서 관람하도록 연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구체적 사례로 1990년에 발표된 작품 '천년'을 들었다. 유리 진열장 안에 송아지 머리, 구더기, 파리를 넣고 전기 트랩을 설치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파리가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감상하도록 만든 작품이다.
모임은 포름알데히드 수조에 전시된 상어의 사체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을 두고도 "포름알데히드는 부패를 지연시키고 진열장은 냄새와 촉감을 제거하며 전시장 동선은 죽음을 미적으로 정돈된 형태로 제시한다"며 "상어가 부패하면 새 상어로 교체하고 살아있는 나비가 죽으면 보충한다. 결과적으로 그의 작업은 이러한 어법 속에서 관객들이 동물의 주검을 구경하며 이를 소비하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허스트에 직접적 비판도 내놨다. 모임은 허스트를 두고 "오랜 시간 자극적인 재료로 대중과 미디어를 끌어들이고 그 주목도를 작품 가치 제고와 상업적 성공에 이용해온 작가"라고 평가했다. 모임은 이어 "죽음은 여기서 화제의 장치로서 그 충격은 마케팅의 일부다. 미디어는 이를 증폭하고 시장은 이를 가격으로 치환하며 고가 경매와 브랜드 협업 등 그 위에서 작가 신화가 구축됐다"고 주장했다.
모임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의 죽음을 전시하는 작가, 제도로 그 폭력을 승인하는 미술관의 행보에 반대한다"며 "허스트 작업을 둘러싼 윤리적 논쟁은 충분히 알려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미술관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명시적 검토나 비판적 거리두기 없이 해설과 전시 장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공공미술기관은 더는 거대한 이름값과 충격효과만으로 전시의 정당성을 확보해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정부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국공립 미술관이라 기본적으로 국가 세금으로 운영된다. 약 30억 원이 투입된 데미안 허스트 전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대부분의 예산은 해외 작품 운송과 설치에 사용됐으며, 입장료와 후원금은 일부만 충당한다. 특히 살아 있는 동물을 동원하고 죽이는 작품 전시와 맞물리며 세금을 들여 충격적이고 논란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공공미술기관의 역할에 대한 윤리적·사회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