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디저트 시장이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다. SNS 및 실검 등을 보면 ‘디저트 열풍’은 하나의 소비 트렌드를 넘어 시장 전반을 움직이는 흐름이 된 듯하다.
실제 한국신용데이터가 발표한 '2025년 4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베이커리·디저트 업종 평균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거의 10% 가까이 올랐다.
떡 브랜드 '창억떡' 로고(왼쪽), '창억떡' 대표 상품 '호박인절미'. ⓒ'창억떡' 공식 인스타그램
이 같은 흐름 속 두바이 쫀득 쿠키 이른바 ‘두쫀쿠’와 버터떡이 차례로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이제 그 다음 타자로 창억떡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 창억떡 열풍은 앞선 유행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새로운 메뉴로서 각광받은 앞선 두쫀쿠와 버터떡과는 달리 창억떡은 광주에서 출발한 60년 넘은 향토 브랜드이다. 이에 지역 상권과 전통 브랜드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을 것이라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번 열풍이 밀집인구와 유동인구가 비수도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정 지역의 대표 먹거리를 경험하기 위해 사람들이 직접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주변 식당·카페·관광지까지 소비가 확장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광주 북구 중흥동에 위치한 창억떡 본점에는 평일 낮에도 긴 줄이 이어지고,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하는 이른바 ‘떡픈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 리뷰 이후 ‘창억떡’, ‘광주 창억떡’ 등 검색량이 급증하고, KBO 시범경기 방문객들까지 매장을 찾으면서 창억떡이 실질적인 유입소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창억떡 열풍이 상대적으로 ‘건전한 유행’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상품 구조 자체가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창억떡의 대표 메뉴인 호박인절미는 단호박, 찹쌀, 카스텔라 고물 등 비교적 익숙하고 안정적인 재료를 기반으로 한다. 60년 넘게 이어온 전통적인 제조 방식이 중심이어서, 갑작스러운 재료 수급난이나 원가 폭등, 품질 저하 논란과는 거리가 있다.
이는 앞서 유행했던 디저트들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두쫀쿠의 경우 핵심 재료인 카다이프 수급난이 불거지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소면이나 대체 재료를 사용하는 ‘바꿔치기’ 논란이 발생했고, 지난해 12월 초 2만 원 안팎이던 카다이프 가격이 한 달 새 3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재고 부담과 손실 사례도 잇따랐다. 반면 창억떡의 주 재료인 단호박과 찹쌀은 국내 농업 기반이 탄탄한 품목이다. 단호박은 저장성과 비축성이 좋고, 찹쌀 역시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어 공급망 충격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린다. 즉, 창억떡은 유행을 타더라도 그 유행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사례들과 차별적이다.
또 하나 눈이 가는 부분은 복제 가능성의 차이다. 두쫀쿠나 버터떡은 유행 직후 서울의 디저트 가게와 카페들에서 유사 제품이 빠르게 쏟아져 나오며 ‘대체재 범람’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창억떡의 대표 상품인 호박인절미는 단순히 모양만 따라 한다고 같은 맛이 나기 어려운 상품이다. 재료 보다도 오랜 시간 축적된 본점의 노하우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울권에서 비슷한 제품이 대량 복제되거나 새로운 유행 상품처럼 재포장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고, 소비자들은 오히려 원조 브랜드 자체를 찾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지점에서 창억떡은 꽤 영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미 코스트코, GS25 등 대형 유통망을 통해 공식 제품을 접할 수 있고, 서울 소비자들 역시 온라인 주문이나 배송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력한 상징성은 여전히 ‘광주 본점’에 남아 있다. 즉, 전국적으로 소비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지역성을 잃지 않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이는 서울의 유사 매장들 생성을 막는 원천이 된다.
물론 이번 창억떡 열풍 역시 SNS와 경험 소비를 중심으로 형성된 만큼, 화제성이 꺼졌을 때 수요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행은 이전 디저트 트렌드와 달리 남는 것이 분명하다. 단지 ‘먹고 끝나는 유행’이 아니라, 지역 브랜드의 가치와 지역 방문 동기를 함께 키우는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창억떡은 대전의 성심당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성심당이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으로 자리 잡으며, ‘그 빵집을 가기 위해 대전을 찾는 사람들’을 꾸준히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 물론 모든 여행의 목적이 오직 빵집 하나일 수는 없다. 하지만 특정 도시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함께 연상되는 대표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은, 그 지역의 매력과 체류 이유를 훨씬 풍성하게 만든다. 결국 이런 브랜드 하나가 지역 균형 소비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작지 않은 힘을 보탤 수 있다.
창억떡 역시 그런 가능성을 품고 있다. 60년 넘게 이어온 국내 전통 브랜드가 단기적인 ‘반짝 유행’에 머무르지 않고, 광주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함께 언급되는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는다면 그 의미는 훨씬 커질 것이다. 단순히 떡 하나가 유행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되는 브랜드. 지금 창억떡 열풍이 반가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