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처분은 어떻게 하는 것이 맞을까? 최근 신축 예정인 경기 화성여자교도소의 조감도가 알려진 뒤 누리꾼들 사이에 비판적 반응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범죄자 인권은 중요한 사회적 숙제임에 틀림없다.
화성여자교도소 조감도 공모작.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31일 법조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법무부는 최근 2030년까지 화성 여자교도소와 경기북부구치소, 남원교도소 등 3개 교정시설을 신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교정시설 수용자가 급증하면서 내놓은 조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건축사 사무소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신축할 화성여자교도소의 사진이 온라인에 퍼졌고 이를 본 누리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공개된 조감도는 녹지와 개방형 공간이 어우러진 구조로, 일부에서는 리조트나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따라 범죄자 교정시설이라는 본래 목적과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촉법소년이나 음주운전 범법자가 받는 형량을 보고 쉽게 ‘사형’을 운운하는 과격한 댓글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사적제제’를 중심에 둔 ‘더 글로리’나 ‘모범택시’ 같은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대중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범죄자에 대한 처우가 너무 가볍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최악의 교도소들... 처벌을 넘어 ‘방치’와 ‘생존’의 공간
엘살바도르 시우다드 바리오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들. ⓒ엘살바도르 대통령실
일부 국가의 교정시설은 ‘교정’은커녕 ‘수감’이라 부르기 힘들어 사실상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엘살바도르의 시우다드 바리오스 교도소는 악명 높은 갱단인 'MS-13'과 '바리오 18' 조직원들이 주로 수감되던 곳으로, 설계 수용 인원을 훨씬 초과하는 인원이 몰리면서 대표적인 과밀 교정시설로 꼽혀 왔다.
이 교도소는 원래 약 800명을 수용하도록 설계됐지만, 실제로는 3천 명 이상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과밀 상태가 이어지면서 화장실과 위생, 수면 환경 등 기본적인 생활 여건은 매우 열악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교도관들조차 내부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겹치며, 수감자들 사이에서는 갱단 중심의 자체 질서가 형성됐다.
그 결과 교도소 내부에서는 성폭행, 폭행, 살인 등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쯤 되면 수용자는 ‘공적 형벌’보다 잔인한 ‘사적 형벌’에 내맡겨진다.
태국의 방 쾅 교도소 역시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이곳에는 주로 징역 20년형 이상의 중범죄자들이 수감되는데, 수감자는 입소 후 처음 3개월 동안 쇠사슬을 차야 하며, 살인범의 경우 복역 기간 내내 쇠사슬을 착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사는 하루 한 끼만 제공되고, 열악한 하수시설 탓에 오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일상처럼 여겨진다고 한다.
이 밖에도 1992년 폭동 당시 수감자 111명이 경찰에 의해 집단 사망한 브라질의 카란디루 교도소,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수감자들이 생활하는 러시아의 페탁 아일랜드 교도소 등도 대표적인 ‘악명 높은 교도소’로 자주 언급된다.
이들 교정시설은 범죄자에게 엄격하다는 수준을 넘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공간이다.
반대로, ‘너무 좋아 보이는’ 교도소도 있다
노르웨이 할덴 교도소 내부. ⓒ노르웨이 법무부
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시설을 갖춘 교도소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노르웨이의 할덴 교도소다.
이곳은 수감자마다 약 4평 규모의 1인실이 제공되며, 각 방에는 별도의 욕실과 평면 TV, 소형 냉장고 등 기본적인 생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교도관들은 무기를 휴대하지 않은 채 수감자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때로는 함께 스포츠를 즐기기도 한다.
시설 역시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조깅 트랙과 실내 암벽등반 시설은 물론, 도서와 잡지, CD, DVD 등이 갖춰진 도서관도 마련돼 있다. 수감자들은 밴드를 구성해 교도소 내 음악 녹음실에서 직접 음반을 제작할 수도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곳에 성폭행·살인 등 강력 범죄자들이 수감돼 있다는 사실이다. 노르웨이에서 폭탄 테러와 총기 난사로 76명의 목숨을 앗아간 극우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이곳에 수감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을 당시,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의 저스티젠트룸 레오벤 교도소 역시 비슷한 사례다. 최신식 건물 설계에 방음 시설까지 갖춘 이곳은 할덴 교도소처럼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4시간 가족 면회가 가능하고, 수감자들이 사복을 입고 생활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더욱 이례적인 점은 205명의 재소자가 복역 중임에도 교도관 수가 단 3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는 강한 물리적 통제보다 자율과 책임, 재사회화를 중시하는 운영 철학을 보여준다.
2004년 완공된 레오벤 교도소 외벽에는 유엔 인권조약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의 한 문장이 적혀 있다.
'인간의 고유한 존엄을 위해, 자유를 박탈당한 모든 이들을 인도적으로 처우하고 존중할 것이다'
이 밖에도 덴마크의 작은 마을처럼 설계된 스토어스트룀 교도소,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 풍부한 스위스의 챔프 돌롱 교도소 등도 ‘재활 중심 교정시설’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왜 어떤 나라는 ‘가혹’하고, 어떤 나라는 ‘인간적’일까
교도소 수감자들. ⓒ연합뉴스
이처럼 국가마다 교도소의 모습이 극단적으로 다른 이유는 결국 범죄를 바라보는 철학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북유럽과 서유럽의 많은 국가는 기본적으로 '처벌은 자유를 박탈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그 이상의 가혹한 처우는 불필요하다'는 재활주의 관점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에게 교도소는 범죄자를 응징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사회로 다시 돌려보내기 위한 교정의 공간이다.
반면 개발도상국이나 강경한 처벌이 일반적인 국가는 범죄를 ‘교정’보다 ‘보복’과 ‘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이 경우 교도소는 재사회화 시설이 아니라, 사회적 분노를 대신 갚아주는 징벌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또한 재정 여력이 부족한 국가가 다수이기에 시민을 위한 복지와 치안조차 빠듯한 상황에서 범죄자 처우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 이는 '안 그래도 먹고살기 힘든데 왜 범죄자에게 세금을 쓰느냐'는 정서와 맞닿아 있다.
범죄자 인권을 중시하는 재활 중심 정책은 종종 '범죄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선진 사회로 나아가는 긍정적 지표이자,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인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노르웨이 교정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노르웨이에서 출소 후 5년 내 재범률은 18~23%에 불과하다. 이는 유럽 평균 50%에 절반에도 안 미친다. 가혹한 처벌이 일반적이고 여전히 사형까지 집행하는 미국의 경우 재범률이 67%에 이른다. 사실 재활 정책을 도입 전 1990년대 노르웨이 재범률은 60~70%였다.
형벌 정책의 목표를 재범 방지라고 설정한다면 수용자 인권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교정 행정의 목적이 단순히 분노를 해소하는 데 있는 것이라면, 함무라비 법전에 적혀있는 것처럼 '눈에 눈, 이에는 이'로 범죄자를 다스리면 된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기준은 '이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여야 한다.
가혹한 처우와 보복 중심 시스템은 단기적 억제 효과를 낼 수 있다. 당장 눈앞의 불안을 잠재우고, 시민에게 ‘국가가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수감자를 철저히 파괴한 뒤 아무런 재활 장치 없이 사회로 돌려보내는 구조는, 결국 더 높은 재범과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교육, 직업 훈련, 심리 치료, 사회 복귀 프로그램을 갖춘 교정 시스템은 당장은 불편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범죄를 줄이고 사회 전체의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범죄자에게 인간적인 처우를 해야 한다’는 말은 단순한 도덕적 위선이나 감상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현대 국가가 범죄를 다루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