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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이 3주 째 접어들면서 애초 예상과 달리 장기화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완전 항복'이라는 군사적 결말이 아니라 외교적 해법을 마련할 가능성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이 시점에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USC) 로버트 쿠비넥(Robert Kubinec) 정치학과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해 이란전쟁과 관련된 논점들을 짚어봤다.

[허프 인터뷰] 로버트 쿠비넥 미국 USC 정치학과 교수 이란전쟁은 ‘프레임 없는 전쟁’, 트럼프 정치적으로 얻을 게 없어
로버트 쿠비넥 (Robert Kubinec)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교수. ⓒ 로버트 쿠비넥 교수 제공

로버트 쿠비넥 교수는 이란 전쟁 발발 직후 공습 배경과 향후 시나리오를 명쾌하게 해설해 주목을 받은 학자다.

"2월 28일 대규모 공습으로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미국 의회의 전쟁 감독 기능이 어느 정도 작동했다고 보십니까? 만약 이 충돌이 장기전으로 확대될 경우, 의회가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쿠비넥 교수> "헌법상 전쟁 선포 권한은 의회에만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들은 수십 년에 걸쳐, 특히 공습과 같은 사안에서 사전 의회 승인 없이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취해왔습니다. 전쟁권한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최대 60일간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으며, 역대 대통령들은 이 조항을 공습 및 제한적 군사 배치를 허용하는 근거로 폭넓게 해석해왔습니다. 이번 사안에서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하지 않았으며, 의회 지도부의 지지가 유지되는 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최소 한 달은 이 분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이란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것에 대한 반성으로 1973년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이 군사력을 행사하 수 있는 기간을 '60일'로 제한한 법률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군사행동 개시 뒤 48시간 이내에 의회에 보고해야 하고, 60일 이내에 의회 승인이나 전쟁선포가 없으면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에서는 3월4일과 5일 미국 상·하원에서 각각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권한을 제한하려는 결의안이 상정됐지만 부결된 바 있다.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와 같은 고강도 표적 작전은 단기적으로는 '결정적 승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의회와 국민을 군사적 개입의 수렁으로 점점 더 깊이 끌어들이는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이 될 위험은 없을까요?"

<쿠비넥 교수> "미국은 2000년대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진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이라크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훨씬 단기적인 작전으로 구상되었던 전쟁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의회 내 동맹 세력은 이 선례를 잘 알고 있으며, 그 때문에 장기적 개입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상군 투입을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란에서의 정권 교체를 위해 지상군이 투입된다면 전쟁이 장기 교착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현재 미 국방부가 해병대 분견대를 해당 지역에 파견하긴 했지만, 이란에 지상군을 주둔시키려는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2003년 3월 20일 시작된 이라크 전쟁의 초기 침공 작전(Operation Iraqi Freedom)은 약 한 달 만에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3년 5월1일 '주요 전투 작전 종료'를 선언했지만, 이후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과 시아파 민병대의 저항이 이어지며 전쟁은 수렁에 빠졌다. 미군이 완전히 철수한 것은 2011년 12월18일로, 결국 미국은 한 달이 아닌 약 9년에 걸친 전쟁을 치뤄야 했다. 

[허프 인터뷰] 로버트 쿠비넥 미국 USC 정치학과 교수 이란전쟁은 ‘프레임 없는 전쟁’, 트럼프 정치적으로 얻을 게 없어
로버트 쿠비넥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교수. ⓒ 로버트 쿠비넥 교수

 

"이란 전쟁으로 인해 미군 사상자가 증가하고, 동맹국 기지가 공격받으며, 유가가 급등한다면, 2026년 11월 중간선거 구도에서 어떤 정치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쿠비넥 교수> "이번 전쟁은 이미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약 40%에 머물 정도로 찬성 여론이 저조합니다. 따라서 대규모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고 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미 지지율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전쟁이 완전한 성공으로 끝났다면 트럼프의 지지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이미 정치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하방 위험 역시 그리 크지 않은 편입니다. 이런 점에서 대규모 정치적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이 않아 보입니다."

2026년 2월 말~3월 초 실시된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이란전쟁에 대한 지지는 소수에 그친 바 있다. 미국 매체 CNN과 여론조사업체 SSRS의 3월1일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가 이란전쟁에 반대 입장을, 41%가 찬성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 국정 지지율도 이란 전쟁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NBC 뉴스와 폭스 뉴스, 로이터 등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6~44% 범위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선 질문과 반대로, 이란의 저항이 제한적 수준에 그치고 전쟁이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마무리된다면, 미국 내에서 '성공적인 예방전쟁'이라는 서사가 자리 잡을 여지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어떤 정치 세력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 보십니까?"

<쿠비넥 교수> "공화당은 이미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며,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를 핵심 전쟁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화당이 과거에 대외 전쟁을 자주 비판해왔다는 점, 그리고 이번 군사작전이 대통령의 기대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이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지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과정에서 '해외 전쟁 종식'을 슬로건을 내건 바 있고, 이라크 전쟁을 두고 '역대 최악의 실수'라고 반복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여당인 공화당은 이번 이란전쟁을 벌이면서 기존의 비개입주의적 기조와 모순되는 행동을 보였다. 

"9·11 테러사태 이후 등장한 '테러와의 전쟁' 프레임과 비교할 때, 2026년 미국-이란 전쟁의 프레임에서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이며, 그 차이가 향후 전쟁권한 및 헌법적 권한 논쟁에 어떤 선례를 남길 것으로 보십니까?"

<쿠비넥 교수>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전쟁에는 뚜렷한 프레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쟁은 국민과 의회에 사전 통보도 거의 없이 개시되었고, 의사결정은 트럼프 측근들로 이루어진 내부 핵심 그룹에 집중되어 있어 외부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 결과 미국 국민의 다수가 이 전쟁에 반대하고 있으며, 지지는 트럼프 핵심 지지층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9·11 테러사태는 2001년 9월11일 알카에다 테러조직 소속 19명이 미국 민항기들을 납치해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미국 국방부 펜타곤에 자살충돌시킨 테러를 말한다. 이 테러로 약 3천 명 가까운 사람이 사망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9·11 테러사건과 같은 법적 서사적 프레임 자체가 없이 개전이 이뤄졌다. '이란이 미국을 공격했다'는 명확한 개전 이유도 없었으며, 쿠비넥 교수가 지적하는 것처럼 의사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소수그룹에 집중돼 있어 전쟁의 목표와 출구전략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직접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쿠비넥 교수> "이번 전쟁은 미국이 동맹국들과의 조율 없이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많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짚고 싶은 것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상당히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번 전쟁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현 행정부의 행동과 미국 국민의 장기적 이익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국민의 이익은 한국을 비롯한 핵심 동맹국들의 이익과 훨씬 더 긴밀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로버트 쿠비넥 교수는 2024년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다. 위튼 칼리지 위튼 칼리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그 뒤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중동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박사 학위는 버지니아대학교 정치학과에서 2018년에 마쳤으며, 졸업 뒤에는 프린스턴대학교 글로벌화·거버넌스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학자(Postdoctoral Research Scholar)로 연구에 매진했다. 

학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미국 국무부 외교관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다란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부영사(Vice Consul)를 역임했다. 비교정치·중동 정치경제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주요 저서 'Making Democracy Safe for Business : Corporate Politics During the Arab Uprisings'는 '아랍의 봄'의 정치적 결과에 저명한 기업인들이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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