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확산에 대응해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방위적 지원에 나섰다.
비상대책회의를 다섯 차례 열고 신속한 유동성 공급과 자원 확보 지원을 지시하는 등, 위기 극복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2월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5차례 비상대책회의 개최, 중동 위기 대응에 총력전
수출입은행은 16일 '제5차 중동상황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기업을 위한 긴급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됨에 따라 실물경제 충격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수출입은행은 2일 중동 위기가 본격화 된 즉시 경영진과 관련 부서장, 중동 현지 주재원까지 참여하는 대책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수출입은행이 중동 상황과 관련해 비상대책회의를 5차례나 연 것은 그만큼 현재의 대외 여건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원자재 금리우대 대폭 확대·만기 연장, '위기대응 특별 프로그램' 가동
이번 5차 회의를 통해 수출입은행은 크게 4대 핵심 자원 확보 지원과 피해기업의 금융부담 완화라는 두 가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먼저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 속에서 원활한 자원 수입을 돕기 위해 원유·가스, 광물·식량 등 4대 핵심 자원 수입자금대출에 대한 금리우대 수준을 기존 0.2%~0.5%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대폭 확대한다.
또한 중동 상황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기존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면 1년 범위 안에서 동일한 대출한도로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은 이와 별도로 통상환경 변화와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대응 특별 프로그램'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에 최대 2.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며, 올해 7조 원, 향후 5년 동안 총 40조 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해당 대책을 발표한 뒤 10일이 지난 13일 기준 지원 금액은 1조7530억 원이다.
◆ 외화 유동성 공급 강화부터 직원 안전까지, 전방위 '안전판' 역할
수출입은행은 금융시장 경색에 대비한 외화 유동성 관리와 공급망 안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 외화 수요가 급증할 경우, 중장기 사모채와 단기 기업어음(CP)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안전판 역할을 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동에 치우친 원유 수입선의 다변화를 지원하기 위해 '공급망안정화기금'으로 원유 구매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수출입은행 내부 구성원을 향한 안전 대책도 한층 강화됐다.
수출입은행은 중동 지역 파견 직원을 재택근무로 즉시 전환하고 필요시 제 3국 또는 본국으로 이동시키는 조치를 시행한다. 또한 본점 내에 '중동상황 대응 데스크'를 설치해 이란,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국 동향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즉각 24시간 대응 체제로 전환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기대응 프로그램을 신속히 집행하고 취약 부문을 과감히 지원할 것"이라며 "재정경제부 등 정부·유관기관과의 정책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