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 '톱(Top)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가 인공지능(AI) 시대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고 있는 엔비디아의 글로벌 AI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실물 칩을,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풀 라인업(제품군)을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는 엔비디아가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 솔루션 공동개발에 착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엔비디아가 단순한 반도체 제조사를 넘어서 AI 시대 '1등 설계자'로 자리를 굳힌 가운데 고도화한 메모리를 제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장을 바라보는 현대차 등 'K-삼각편대'는 엔비디아와 전략적 동반자로서 결속력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HBM4E 실물 칩 최초 공개, 젠슨 황은 "땡큐 삼성"
삼성전자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전시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7일 엔비디아 GTC 2026에 참가해 HBM4E 실물 칩과 코어 다이 웨이퍼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전시에서 'HBM4 히어로 월(Hero Wall)'을 마련해 기술 리더십을 강조한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삼성전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을 통해 축적한 1c D램 공정 기반의 기술 경쟁력과 삼성 파운드리 4나노 베이스 다이 설계역량이 집약된 HBM4E는 핀당 16Gbps(초당 기가바이트) 속도와 4.0TB/s(초당 테라바이트)의 대역폭을 지원한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최초로 HBM4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앞으로도 고도화한 HBM을 지속해서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갤러리'를 별도로 구성했다. 베라 루빈의 모든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부각하기 위함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갤러리에서 △루빈 그래픽처리장치(GPU)용 HBM4, 베라 중앙처리장치(CPU)용 소캠2(SOCAMM2), 메인 스토리지(PM1763)를 전시하면서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이 전시에 소개된 삼성전자의 소캠2는 저전력 메모리(LPDDR) 기반 서버용 메모리 모듈로 삼성전자가 품질검증을 마치고 업계 최초로 양산 출하를 시작한 제품이다.
한편 이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를 꼭집어 언급하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젠슨 황 CEO는 "삼성이 우리를 위해 '그록3' 언어처리장치(LPU) 칩을 제조하고 있따"며 "현재 최대한 빠르게 생산을 늘리고 있는데 삼성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SK하이닉스 AI 메모리 '풀 라인업'으로 경쟁력 과시, 최태원 회장 포함 경영진 총출동
엔비디아 GTC 2026의 SK하이닉스 '엔비디아 협업존'.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제품군을 폭넓게 소개하며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메모리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전시장 입구에 위치한 '엔비디아 협업존'에서 두 회사의 공동 성과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HBM4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소캠2 등을 통해 엔비디아의 여러 AI 플랫폼에 자사의 메모리가 실제 적용된 사례를 내세웠다. 전시는 GPU 기반 AI 가속기에 탑재된 메모리 구성을 모형과 실물 형태로 구현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엔비디아와 협업을 통해 만든 액체 냉각식 기업용 SSD(eSSD)을 비롯해 LPDDR5X가 탑재된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터 'DGX스파크'도 함께 전시된다. 발열을 제어하는 것이 AI 시대 핵심 역량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품 포트폴리오 존'에서는 HBM4와 HBM3E를 중심으로 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과 LPDDR6, 그래픽전용 D램(GDDR7), eSSD, 자동차용 메모리 솔루션 등 제품 라인업을 관람객들이 한눈에 볼 수 있게 소개한다.
SK하이닉스는 GTC 기간 글로벌 AI 산업 현장의 최신 흐름에 맞는 협력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직접 네트워크를 다지고 협력방안을 구체화한다. 최 회장이 엔비디아의 GTC에 참여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 현대차 자율주행 협력 강하게, 기술 내재화 가속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젠슨 황 CEO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현대차·기아는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기아의 자체적 SDV 역량과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분야 기술력을 결합해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 공동개발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SDV 차량을 개발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엔비디아가 보유한 레벨2 이상 자율주행 기술을 일부 차종에 선제적으로 적용한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레벨4 로보택시까지 확장한 자율주행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미국에 본사를 둔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중심으로 레벨4 로보택시의 기술 고도화를 위한 전방위적 협의를 본격화한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 내재화하겠다는 궁극적 목표를 두고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을 도입해 자율주행 기술 확장이 가능한 통합 설계구조(아키텍처)를 구축한다. 하이페리온은 고성능 CPU, GPU 센서, 카메라 등 자율주행에 필수적 하드웨어를 묶은 표준(레퍼런스) 설계구조다.
현대차그룹은 AI 내재화 측면에서도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업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보유한 광범위한 데이터,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테크기업과 협업에 더해 자체 기술개발을 지속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등을 내재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글로벌전략조직(GSO) 담당 부사장은 "엔비디아와 파트너십 확대는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그룹 전반에 걸친 원팁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차별화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