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 법안(중수청·공소청 설치법안)에 대해 최종 합의를 도출하며 검찰개혁 논란이 크게 한 고비를 넘게 됐다. 이번 당·정·청 검찰개혁 합의안은 정부의 기존 재입법 예고안에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던 이른바 ‘독소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한 것을 뼈대로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개혁의 후퇴를 우려하던 핵심 지지층의 목소리와 당내 강경파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정·청이 요란하지 않게 긴밀한 조율을 통해 하나 된 협의안을 도출했다”며 “당·정·청 협의안의 주요 골자는 한마디로 수사와 기소 분리의 대원칙”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19일 열릴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서 당·정·청이 합의한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수정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검사의 직무 관련해 ‘법률’로만 검사의 직무범위를 규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정부의 입법예고안에서 ‘시행령’으로도 검사의 직무를 규정하는 것이 가능했었는데 정권이 바뀌었을 때 시행령만 수정해 다시 수사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와 함께 공소청 설치 법안에 담겨있었던 입건통보의무, 검사의 입건요구권, 검사의 광범위한 의견제기권은 물론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지휘감독권, 영장청구·영장집행 지휘권, 수사 중지권, 직무배제요구권까지 삭제했다. 이들 조항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나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검사의 우월적 지위를 유지시키는 ‘독소조항’으로 지목했던 것들이다.
중수청 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한 때 피의자·범죄사실 요지·수사경과 등을 검사에게 통보하고 검사가 의견 제시·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중수청법안 제45조)도 삭제했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소조항 삭제 의미에 관해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공소청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하고 이를 통해 검사가 수사권을 우회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구조를 수정했다”고 짚었다.
당·정·청 검찰개혁 합의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민주당 내 대표적 검찰개혁 강경론자로 꼽히는 추미애 의원과 김용민 의원이 참석해 법안에 동의를 나타낸 것은 민주당 지지층들에게 검찰개혁 내용이 후퇴하지 않았다는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박균택 의원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대표는 “추 의원이 중수청, 공소청 법안 조항 하나하나에 일일이 줄쳐가며 건설적 의견을 주셨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이번 검찰개혁안은 당·정·청이 협력해 만든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상징이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정 대표가 검찰개혁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기 전 엑스(X, 옛 트위터)에 “특사경 지휘 조항이나 검사의 수사관여 조항 삭제를 지시했다”며 지지층을 달래려는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이 그동안 직접 엑스에 수차례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정부의 재입법 예고안을 옹호하고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신뢰’를 기반으로 여당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지지층들의 우려와 비판에 이 대통령의 고민이 깊었었던 점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검사의 수사에 대한) 관여의 소지도, 오해의 소지도 아예 없애고 명확히 했으면 좋겠는데 과정 관리가 좀 그랬던 것 같다”며 “제가 숙의하라고 했고, 숙의를 하려면 소통의 기반 위에 진지한 토론이 돼야하는데 나중에 보면 '나는 듣지 못했다'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고 '그냥 하라니까 했다'는 식의 얘기를 하기도 하고, 나중에 다 책임도 지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민주당 지지층과 강경파들의 요구가 관철됐지만, 이번에 다뤄지지 않은 형사소송법 개정(‘보완수사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검찰개혁 입법안을 환영한다”며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인 형사소송법 개정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한 여당 의원 쪽도 “애초에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검사의)수사권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 지금 당장은 당연히 우려가 남아있을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번에 검찰의 수사권을 없앤다는 전제 하에 공소청 법안을 다듬었고 보완수사권은 없애는 방향으로 추진해 갈 생각”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