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 신청 마감일인 8일까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로 장동혁 지도부가 ‘윤어게인’과 절연하지 않는 한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이 국민의힘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공천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현재 여론 상황을 볼 때 선거에 나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낮은 점을 염두에 두고 서울시장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뒤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 당권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9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방선거 후보 미등록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오 시장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절윤’(윤석열과 절연) 등 노선 변화 입장을 밝혀야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의원 총회를 열어 관련 사태를 논의한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마지막 호소’라는 제목의 글에서 “무엇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인지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한다”며 “당 노선 정상화라는 선결 과제를 풀지 않는 이상, 후보 접수와 경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현 상태에서의 경선은 많은 지역에서 노선 갈등으로 이어져 본선 경쟁력의 처참한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의 공천 불신청 사태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는 ‘자중지란’에 가까운 혼란상이 펼쳐졌다. 국민의힘 소속 현역 서울시장으로 본선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오 시장이 불출마까지 언급하며 당 지도부 노선 변경을 요구한 상황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분출됐고, 다른 쪽에서 당권파와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오 시장이 당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며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이 광역단체장 공천 신청 마감 시간을 (8일) 밤 10시까지 연장했지만 오 시장은 끝내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우리 당에 던져진 무거운 정치적 경고”라고 지적했다. 반면 나경원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오 시장은 5선에 도전하는 현역 시장으로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은 것에 대한 본인 반성이 먼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시장직 연장보다 당의 체질 개선을 명분으로 차기 당권을 노리고 '중앙 정치 복귀'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정원오 전 서울 성동구청장이 높은 지지도를 기록하며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대선주자로까지 언급되는 오 시장이 구청장 출신인 정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패배한다면 정치적으로 매우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선거를 불과 두 달 조금 넘게 남겨놓고 있는데 여론조사 보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이런 상황에서 본인은 (선거운동을) 이렇게 하고 싶은데 당은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 이러면 승리의 가능성을 훨씬 낮게 본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오 시장이 당권을 겨냥한 움직임을 보인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라며 “작년 연말까지는 민주당 어느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나서더라도 오세훈이 거뜬하게 이길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도 충만했고 또 실질적으로 이런 수치가 계량화돼 가지고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올해 초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바라봤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당권파를 대변하는 인사들의 입장을 봤을 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오 시장의 요구대로 노선 변화를 공식적으로 밝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지난 7일 SNS에서 오 시장을 향해 “지난 5년 서울 시정을 똑바로 했다면 구청장을 상대로 20%포인트 이상 밀리는 황당한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현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오 시장 후보 등록을 위해 공천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공개 경고했다. 만일 오 시장이 끝내 후보신청을 하지 않고 불출마를 선택한다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윤희숙 전 의원과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 가운데 결정될 수밖에 없다. 신동욱 의원과 나경원 의원은 서울시장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SNS를 통해 “공천 접수 기간을 지키지 않고 뒤늦게 추가 모집을 기대하며 공천 규정을 임의로 해석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며 “세상이 특정 개인 중심의 '오동설(吾動說)'로 움직이지 않듯, 공천 또한 누구의 기대나 계산이 아니라 규정과 질서 위에서만 이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열릴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오세훈 서울시장 불출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휴전’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어게인, 절윤, 친한 등은 외부에서 덮어 씌우는 보수 갈라치기 프레임에 불과하다”라며 “지방선거까지는 모두 휴전 선언을 하자. 내부를 향한 거친 언사를 멈추고 모든 총구를 이재명 정권으로 돌리자”라고 제안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에서도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는 중진급 현역의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세훈 불출마’가 현실이 되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공천신청을 하지 않은) 오 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모두 당의 중요한 자산이고 지선 승리에 필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오 시장이 당의 지방선거 승리라는 큰 목표를 향해 올바르고 현명히 판단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가 공모나 전략 공천 관련 부분은 당 공관위에서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치가 이뤄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