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찰개혁 법안(공소청·중수청 법안)을 수정해 재입법예고안을 확정했지만 그 내용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민주당 법사위원들 사이에서 검찰개혁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주도해 만든 정부의 검찰개혁 재입법예고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김민석 국무총리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일 법사위원들의 반대에도 정부안이 관철된다면 검찰개혁추진단을 총괄하고 있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법안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검찰개혁의 실질이 제대로 포함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정안은 1차 검찰개혁법 입법예고 당시 논란이 됐던 중수청 수사 범위를 기존 9개 범죄에서 6개 범죄(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사이버범죄)로 좁히고 ‘수사사법관-전문수사관’ 이원화 체계를 ‘수사관’ 단일체계로 바꾼 것을 뼈대로 한다다. 검사의 징계 종류에 ‘파면’을 추가해 징계 처분만으로도 검사 파면이 가능하도록 했다. 들끓는 여론과 민주당 쪽 반발에 국무총리실이 물러선 결과다.
그러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은 수정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볼 때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이번 검찰개혁 재입법예고안도 기존 ‘검찰청법’을 ‘공소청법’으로 말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 재입법예고안을 두고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검사동일체의 검찰청법이 공소청법으로 타이틀만 바뀌었다”며 “부디 무소불위 검찰세력에 맞서 검찰개혁에 지난 시간 전력투구해 온 분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정부 재입법예고안도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친 것이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도 4일 취재진과 만나 “검사의 준사법기관 지위, 우회적으로 수사권을 확보할 가능성 등 모순점이 있다”며 “공소청법은 (검사를) 행정기관으로 인정했는데 여기에 사법기관 보호장치를 다 넣어놨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1차 검찰개혁 입법예고안을 수정했음에도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검찰개혁의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인 보완수사권 논의를 기존 입장대로 지방선거 이후로 미룬데다 공소청 조직구조도 ‘지방-고등-중앙’ 3단 구조를 유지해 검찰을 ‘준사법기관’ 성격으로 규정하려는 검찰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검사가 특별사법경찰관을 통제하는 문제나 검사의 법무부 겸직 금지 부분도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주장이 반영되지 못했다. 제왕적 검찰총장제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검사 직무의 위임 이전 및 승계’ 조항도 그대로 유지됐다고 보고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5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조직이 만들어지려면 그 조직에 들어가 있는 공무원의 직무 권한이 확정이 돼야 한다”며 “검사의 수사권이 있는지 없는지가 확정이 돼야 수사과·조사과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런 부분이 정해지는 건데 형사소송법에 있는 수사권 규정을 정리하지 않으면 공소청법은 반쪽짜리 입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디.
검찰개혁추진단이 최근 보완수사권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도 검사 출신들이 다수 포함된 검찰개혁추진단이 공소청의 보완수사권마저 유지하기 위해 여론전을 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난 2월27일 발표한 검찰개혁 인식 조사 결과 공소청의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찬성’이 45.4%로 ‘반대’(34.2%)보다 높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제 설문 문항을 보면 보완수사권 찬성으로 ‘유도된 응답’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추진단의 설문 문장은 ‘경찰이나 중수청 등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해 송치된 사건이 부족함이 있을 때 공소청 검사가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였다.
이지은 민주당 대변인은 5일 유튜브 박시영TV에서 “부족함이 있을 때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당연히 보완해야지라고 응답하지 않느냐”라며 “검사는 어느 범위까지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으면 ‘반대’가 많이 나왔을 것이다. 질문 자체가 유도 질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원 단체 소속 인사들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검찰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홈페이지 기자회견 중계 영상 갈무리
문제는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정부안을 대폭 수정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근 의원총회에서 당이 정부안에 대한 비판을 함께 맞아줘야 한다며 개별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말아달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개혁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표출될 경우 지지층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서 “원내 지도부는 가능하면 (정부안을) 당론으로 하고 어렵사리 논의 과정을 거쳤으니 (정부안을) 존중하는 게 좋지않겠냐라는 말씀을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검찰개혁 법안이 정부안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검찰개혁을 실행하지 못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부 입법예고안을 주도적으로 만든 검찰개혁추진단이 국무총리 직속 기구이기 때문에 김민석 국무총리를 향한 비판이 거세질 공산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내 7개 당원 단체(민민운·민대련·세종강물·부산당당·민경네·파란고양이·더민실)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혁의 대상인 검찰이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TF에 들어가 있어 바람직한 개혁과 보완이 나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번 수정안은 검찰안이다. 정부 안으로 포장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민석 국무총리를 향해 “검찰로 구성한 검찰개혁 TF가 만든 검찰 안을 폐기하고 검찰 개혁 입법을 국회에 맡겨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