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 삼성에피스홀딩스·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를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에서 ‘신약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올해 신약개발을 본격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한국형 빅파마’ 모델로 성장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2개를 도입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제형의 비만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든 상태다.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향후 신약개발 성과에 따라 기업가치 재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도 현 시점의 긍정적인 전망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김경아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일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최근 증권사 보고서를 종합하면, 증권가에서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주가 전망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선 대신증권은 최신 삼성에피스홀딩스 분석 보고서에서 6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62만 원에서 56만 원으로 9.6% 하향했다.
하나증권 역시 12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62만 원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에서 매수(Buy)로 상향했는데, 이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해 지난 보고서(4월)에 견줘 괴리율(목표주가와 현재가의 차이)이 커지면서 이를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적극적인 매수 의견은 아니다.
실제로 7월29일 삼성에피스홀딩스 종가는 35만2500원으로 4월30일 56만4천 원과 비교하면 37.5%(21만1500원) 빠졌다.
이 같은 증권가의 의견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2분기 실적과 3분기 이후 실적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최근 공시한 잠정실적(연결기준)을 보면, 이 회사는 2분기 매출액 3919억 원, 영업이익 587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2025년 11월 출범해, 비교할 전년 동기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2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 3922억 원, 영업이익 866억 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3.6% 줄어들었다.
현재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 등 둘뿐이다. 에피스넥스랩은 2025년 11월 설립된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로 아직 실질적인 매출이 없다. 사실상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이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매출액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매출액보다 적은 이유는 지주사 연결회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거래 제거 및 비현금성 회계 조정 때문이다. 두 회사의 이익 차이 역시 회계적 조정에서 기인하는데,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실적에 매수가격배분(PPA) 상각 780억 원과 재고자산 미실현이익 533억 원이 반영되면서 매출원가가 249억 원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에피스홀딩스에서 38억 원의 자회사 판관비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적 감소를 두고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마일스톤(기술료) 기저효과와 제품 공급 일정의 연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마일스톤이 꾸준히 유입된 다른 분기들과 달리 2분기에는 마일스톤이 들어오지 않았고, 2분기로 예정됐던 일부 물량의 공급 일정이 3분기로 이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R&D 비용이 일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증권사들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3분기 이후로 이월된 매출액과 마일스톤을 더해 연간 가이던스를 충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증권은 연간 전망치인 ‘매출액 10% 이상 성장과 영업이익률 20%’를 달성하면서 2026년 매출액 1조8705억 원(11.9% 성장), 영업이익 4052억 원(7.8%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 역시 하반기 공급 정상화를 바탕으로 연간 매출액 10% 성장 가이던스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주가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은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추진하고 있는 신약개발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 작업에 성과가 있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매출 우상향에 대한 의문은 없다”면서도 “회사가 제약사로서 한 단계 성장하려면 바이오시밀러 사업보다는 신약개발 성과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주가에는 신약 가치와 플랫폼 프리미엄이 반영되지 않아 향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의 성과 가시성이 높아질 경우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대내외 상황 속에서, 밸류업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신약 파이프라인 성과가 가시화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져준 것으로 해석된다.
◆ 김경아 대표의 신약개발 기업 전환 의지
실제로 김경아 사장은 2025년 11월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 ‘한국형 빅파마’를 표방하며 신약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강조해 왔다.
1월 기자간담회에서는 “내년(2027년)부터 본 임상 단계의 신약후보물질을 매년 1개 이상 추가할 것”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특히 기술수출 등 일회성 이익에 의존하지 않고, 기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신약개발에 다시 투입하는 ‘선순환 재무구조’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아울러 연구개발 자회사 에피스넥스랩을 활용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기술 플랫폼을 확장하는 방식도 추진 중이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번째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은 넥틴4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인 ‘SBE303’이다. 이 ADC는 국내 바이오벤처 인투셀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하는 첫 번째 파이프라인이다. 방광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항암제로서 202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아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인투셀은 2023년 12월 최대 5종의 ADC 신약후보물질을 함께 발굴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고, 올해 7월22일 첫 번째 파이프라인 SBE303에 대한 정식 개발 및 상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가 함께 개발하는 ADC에는 인투셀의 링커 플랫폼인 ‘오파스’가 적용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임상시험과 인허가, 상업화를 전담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또 다른 파이프라인인 ‘SBE313’은 폐암 치료제 신약후보물질로 아직 전임상 단계다. EGFR(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과 HER3(인간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3)를 타깃으로 하는 ADC 신약으로, 중국 프론트라인 바이오파마(Phrontline Biopharma)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하는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를 지투지바이오와 함께 개발 중이다. 이와 관련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은 3월 지투지바이오와 공동 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지투지바이오가 보유한 미세구체(microsphere) 기반 약물전달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경아 사장은 현재 추진 중인 이들 파이프라인 외에도 추가 파이프라인 확보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투셀 계약에 따른 ADC 신약후보물질도 최소 4종이 추가될 예정이고, 지투지바이오와의 계약에서도 추가 파이프라인 3종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스스로 해마다 1개 이상의 본 임상 단계 신약후보물질을 추가하겠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김경아 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약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독성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의약품 전문가다. 미국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2010년 삼성종합기술원에 입사했고,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합류해 개발본부 팀장, 개발본부장 등을 거쳤다. 2024년 12월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에, 2025년 11월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에 각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