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빠르게 진전을 보여왔던 대전·충남과 대구·경북 행정 통합이 국민의힘의 막판 반대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 행정 통합이 실현되지 못한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리며 지방선거에서 쟁점화하려는 뜻을 보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구·경북 통합 반대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는 ‘특이한’ 모습도 보였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대전·충남 졸속 통합 반대 범 시·도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에 반대한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며 “장동혁 대표에게 묻는다. 국가 균형 발전에 반대하는가. 장 대표도, 제 고향도 충남인데 고향 발전에 반대하는가”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를 통합하는 특별법안만 통과시켰고 대전·충남과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안은 국민의힘의 반대를 이유로 의결을 보류했다. 국민의힘 대전·충남 지역 의원과 광역단체장들은 24일 국회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행정통합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은 “대전·충남은 시민 찬성 여론이 높지 않고 대구시의회가 (대구·경북) 통합 추진을 말아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전남·광주를 먼저 통합하고, 시간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방선거 전 대전·충남과 대구·경북 통합은 물건너 간 분위기다.
대전·충남 통합은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인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주장해 왔던 사안으로 이 대통령이 직접 지방선거 전 통합을 추진했다. 이에 김민석 국무총리가 행정통합이 된 뒤 20조 원 규모의 재정적 혜택을 포함한 지원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김 지사와 이 시장이 민주당의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안을 ‘빈 껍데기’라 비판하고 더 많은 권한 이양 등을 요구하며 반대에 나섰다. 먼저 통합에 불을 지핀 충남·대전 단체장이 결국 불씨를 꺼트린 모양새가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대전·충남 통합 반대에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다는 시선이 많다. 대전·충남이 통합돼 인구 360만여 명의 대규모 지자체가 생기고 6·3 지방선거에서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후보로 나선다면 승산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충남 논산시·계룡시·금산군 지역구 의원인 황명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통합 의사를 밝히고 필요한 사전절차를 밟아왔기에 정부도 재정지원 20조, 공공기관 우선 이전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지원하며 결단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찬성에서 반대로 모든 걸 날려버렸다. 정치가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는건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졸속 법안’을 명분삼아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이 제시한 재정 이양 비율(35%)도 명문화되지 않았고, 권한 이양 역시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에 그쳤다”며 “재정과 권한 보장이 없는 통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 통합 무산은 국민의힘 내부 자중지란으로 이어졌다. 대구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6선 주호영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 가운데 대구·경북 통합에 반대한 사람이 누군지 밝히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번졌으나 송 원내대표 측은 해당 발언이 거취를 거론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