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에 영향을 미칠 핵심 인사로 뜨는 분위기다. 이번 프로젝트의 향방을 결정할 캐나다의 정책 결정권자가 최근 '자동차 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잇따라 언급했다. 컨소시엄에 속하지도 않은 현대차그룹과 정의선 회장이 잠수함 수주의 '결정적 변수'로 막판 부상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60조 원 캐나다 잠수함 수주의 제2의 키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잠수함 입찰 제안 때 우리가 겪는 문제 중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해법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캐나다가 이번 잠수함 수주와 관련해 절충교역의 의미로 수주 지원국에 추가 투자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이 그 핵심임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퓨어 장관은 "캐나다는 여러 산업에서 미국 영향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이 그중 하나"라며 "흥미로운 건 최종 후보국(한국과 독일) 모두 완성차 제조국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퓨어 장관은 "자동차 산업은 협력의 아주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번 제안서에 어떤 형태로든 그 부분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퓨어 장관은 앞서 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도 '자동차'를 언급했다. 그는 "자동차 분야의 협력은 잠수함 사업보다 훨씬 더 큰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운송제조사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캐나다 자동차 시장 규모는 14조 원에 달한다.
퓨어 장관이 며칠 간격으로 '자동차 협력'을 강조하면서 잠수함 수주의 '결정적 요인'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으로 구성된 '코리아 원팀'의 CPSP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이 주축이 된 방산특사단과 함께 캐나다로 출국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잠수함 유지보수를 위한 인프라 조성 등을 입찰 조건으로 내걸며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기간산업 전반에 관한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브랜드 'HTWO'등의 브랜드 파워를 살려 관련 분야의 협력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캐나다가 한국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현지 완성차 공장 설립은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캐나다 자동차 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시장조사업체 데로지에에 따르면 캐나다 자동차 판매량은 190만 대로, 2017년에 204만 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989년 캐나다 부르몽에 연간 1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세웠지만 4년 만에 철수한 경험도 있다.
한편, 이번 잠수함 수주에선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최종 경쟁 중이다.
독일은 캐나다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안보 협력 체계에 들어가있고, 두 나라가 북극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독일 업체가 아직 건조 중인 잠수함을 후보 기종으로 제시한 점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퓨어 장관은 이달초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했을 때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후보 기종으로 제시한 장영실함(3천600t급)에 직접 승선하기도 했다. 퓨어 장관은 "잠수함의 모든 요소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며 "한국 조선 능력은 세계적으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다"라고 추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