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빅테크 기업인 3인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계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도널드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다가 하루 아침에 가까워졌다. 각자 경영상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주인공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6일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과 영국 BCC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저커버그 최고경영자, 베이조스 의장,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와 트럼프 대통령의 밀착이 가속화하고 있다.
메타 마크 저커버그 : ‘앙숙’에서 ‘만찬 파트너’로
포춘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 뒤 질의응답에서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를 깜짝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커버그가 맨해튼 크기와 맞먹는 큰 공장을 지을 엄청난 구상을 보여줬다"며 "기업 경영진이 (데이터센터와 같은 시설을 위해) 자체 발전설비를 구축하는 데 규제가 가로막는다면 연방정부 차원에서 해결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의 관계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 받는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 소리를 들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인물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2021년 최고조에 이르렀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메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계정이 정지된 바 있다. 메타는 미국 의회당 폭력에 가담한 사람들을 찬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스팅을 문제삼아 이를 정지했다. 이 사건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뒤 자신의 저서에서 저커버그가 2024년 미국 대선에 개입을 시도하면 '평생 감옥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썼다.
극단으로 치닫던 두 사람의 관계는 2024년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피습된 사건으로 극적으로 풀렸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긴장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여러 징후들이 나타났고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저택에서 만찬을 함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메타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디나 파월 매코믹을 최근 신임 사장 겸 부회장으로 선임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자문관을 영입하기도 했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메타 경영에 있어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콘텐츠 규제 완화 등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좋은 '보험'이 될 수 있다.
영국 전략 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애널리티카는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공화당 핵심인사를 영입하고 게시물 팩트체크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등의 정책적 급선회를 하고 있는 것은 경영상의 실익을 얻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 : ‘가짜뉴스 숙적’에서 '지원자'로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 역시 저커버그 최고경영자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급변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베이조스 의장가 보유한 워싱턴포스트는 연일 트럼프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 보도를 쏟아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의 수석 로비스트", "가짜뉴스"라고 조롱할 정도로 베이조스 의장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미국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국방부 클라우드 사업에서 아마존을 배제한 것이 이들의 악화된 관계를 증명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불이익을 경험한 때문이었을까. 베이조스 의장은 2024년 대선에서 워싱턴포스트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을 지지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베이조스는 2024년 12월 뉴욕타임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매우 희망적이다"며 "미국에는 많은 규제 요소가 있는 만큼 내가 그를 도울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 임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정황도 드러나면서 모종의 '정치적 거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올해 들어 워싱턴포스트 대량 감원 사태가 벌어지자 베이조스가 언론의 독립성보다 트럼프와 관계를 우선했다는 비판이 언론 비평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현재 베이조스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돈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베이조스는 아마존과 블루오리진의 연방정부 계약과 규제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트럼프와 밀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이미지.
일론 머스크 : ‘공개 설전’에서 ‘슈퍼 서포터’로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기업인으로는 머스크 최고경영자를 빼놓을 수 없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 때 공공연한 적대관계였다. 2022년 무렵에는 트위터와 집회 발언에서 서로를 공개적으로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기'로 규정하면서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테슬라의 전기차를 겨냥해 여러 차례 비판했다.
하지만 2024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피습된 직후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전면적으로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둘 사이 관계는 반전됐다.
그 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연설에서 "나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를 사랑한다"며 "그는 나를 월 4500만 달러씩 돕고 있다"고 말하며 농담 섞인 표현으로 거액의 후원금을 언급하기도 했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기도 하면서 트럼프와 관계를 돈독하게 바꿨다.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개선에서 가장 크게 노리는 것은 우주사업의 확장으로 보인다.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은 기술적 뒷받침만 된다면 육상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것보다 훨씬 규제가 덜한데 미국 행정부의 승인이 주요 변수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