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5년 10월 28일 일본 나리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는 야마가미 데쓰야(45)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다. 야마가미는 2022년 7월 혼슈 서부 나라현 나라시의 한 지하철역 앞에서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야마가미는 참의원 선거 지원 길거리 연설을 하고 있던 아베 전 총리를 향해 사제 총기를 쏴 살해했다.
사건 3년 3개월 만에 열리는 첫 공판을 앞두고, 일본 현지 매체들은 “야마가미의 변호인단이 ‘통일교의 종교적 학대가 있었다’라고 주장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야마가미의 범행이 ‘정치적 테러’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오랜 기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가정연합) 신도였다. 아들이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남편의 사망으로 회사를 물려받은 어머니는 종교에 상당한 돈을 헌금했고 불과 6개월 만에 이를 모두 팔아치웠다.
남편의 사망 보험금과 가족들이 함께 살던 집을 판 돈 등 1억 엔(한화 약 9억 4,255만 원) 이상을 헌금한 어머니는 개인 파산 이후로도 신도 생활을 이어갔다. 결국 야마가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게 불가피할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지하철역 앞에서 아베를 살해한 야마가미. ⓒ유튜브 채널 ‘MBCNEWS’
경찰 수사 과정에서 야마가미는 “가정연합 헌금으로 생활이 파탄 났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면서 “교단에 대한 원한이 있었고, 가정연합과 관계가 깊은 ‘뒷배’ 아베를 노린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는 생전 교단 측에 축전 및 영상 메시지 등을 보낸 바 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3년 전인 2019년, 야마가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증오하는 것은 통일교뿐”이라고 적기도 했다. 야마가미는 같은 해 ‘가정연합 최고 지도자’가 일본을 방문하자 그를 습격하기 위해 화염병을 들고 현장을 찾았으나 행사장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그 시기 일본을 찾은 최고 지도자는 아이치현을 방문했던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아들의 교육비를 헌금으로 바치거나 종교 활동을 위해 아들을 돌보지 않고 한국에 다녀오는 등 맹목적인 신앙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가미의 변호인단은 “개인적 원한에 의한 범행일 뿐, 정치적 동기가 없었다”라는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종교사학자에게 야마가미의 성장 과정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또 종교사학자를 비롯해 야마가미의 성장 배경을 설명해 줄 어머니와 여동생 등 5명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일본 검찰은 야마가미의 범행이 악질적이었다는 사실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아베 전 총리가 범행 당시 무방비 상태였던 점,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점, 사제 총기의 파괴력 등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