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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 이재명 민주당 대표(오). ⓒ대통령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왼), 이재명 민주당 대표(오). ⓒ대통령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일대일 회담과 관련해 조율을 하기 위해 25일 열린 ‘2차 실무 회동’도 의제와 회담 날짜를 정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끝났다. “의제 조율 없이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하자”는 대통령실과 자신들이 요구한 회담 의제에 대한 대통령실 의견을 사전에 들어야 한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다. 양쪽은 추가 회동을 통해 이견을 좁히겠다는 방침이지만 회담 성사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오후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만나 ‘윤-이 회담’ 사전 조율을 위한 2차 실무 회동을 40여분간 진행했지만 의제와 회담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홍 수석은 실무 회동 뒤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회동에서) 의제 제안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사전 의제 조율이나 합의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며 “이 제안에 대해 천 실장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할 사안으로, 추후 답변을 주기로 하고 회담은 종료됐다”고 밝혔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2차 실무회동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2차 실무회동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취재진에 “사전에 조율해서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준비 회동이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회동이 될 수 있도록 대통령실의 노력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이 제안해둔 의제들에 대통령실이 답변 없이 나왔다며 ‘회담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에둘러 밝힌 것이다.

이날 빈손 회동은 윤-이 회담의 성격과 정치적 의미에 대한 양쪽의 시각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19일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을 제안한 윤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 패배와 지지율 하락 등의 악재 속에서 야당과 ‘일단 만나서 소통하고 협치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회담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회담을 통해 구체적 성과를 내며 ‘국정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확인하려고 한다.

이러한 입장차는 지난 23일 1차 실무 회동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민주당은 1차 회동에서 ‘민생 회복’과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며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특검 수용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자제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요구를 듣기만 했다고 한다.그러나 2차 회동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추가 의제를 요구하지 않고, 1차 회동에서 제시된 의제에 대한 대통령실 검토 결과를 전해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대통령실은 검토 결과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한 뒤 열리는 이번 회담이 과거 성과 없이 끝났던 회담과는 달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는 ‘좋은 그림’만 남기는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사전 의제 조율 없이 만나면)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며 그림만 좋게 끝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언론 탄압과 방송 장악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해촉 등 추가 의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것도 이러한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2차 실무회동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2차 실무회동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대통령실은 “민주당은 ‘결과를 만들어놓고 하자’는 거다. 열 과목이 있다면 다만 몇 과목이라도 답안 작성을 하고 만나자는 것”이라며 사전 의견 제시를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다. 윤 대통령이 회담 자리에서 구체적 사안에 확답을 주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예컨대 25만원 민생지원금, 채 상병 특검 등 이런 몇 가지 의제를 민주당 쪽에서 제시한 것에 대해서 어떤 것은 수용, 불수용, 반수용, 부분 수용 이런 것을 왜 못 하냐 하면 검토 결과 국회법 등에 위반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대통령께서 결정을 하실 수 없는 부분까지 들어가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여당과 지지층에서 반대하고, 국정기조와 다른 의제들을 윤 대통령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읽힌다. 이 관계자는 “두분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서 여당, 야당, 대통령실에서 할 일이 나온다면 정책적으로든 어떤 후속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통령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민주당의 회담 의제 요구에 대한 입장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내수를 자극하는 정책을 하면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과 추가경정예산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양쪽은 ‘윤-이 회담’의 문을 닫지 않고 이어 가려는 기류다. 특히 회담이 무산되면 부담이 더 큰 쪽은 대통령실이다. 회담이 무산될 경우 야당과 소통하고 협치하라는 총선 민심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쪽은 이날 2차 실무 회동에서 확인한 서로의 입장을 내부에서 검토한 뒤 다시 만나 회담 의제와 날짜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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