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피지컬: 100’을 통해 뼈저리게 얻은 교훈과 함께 오리지널 예능에서의 대변화를 공개했다.
넷플릭스 예능을 누가 봐?
그간 넷플릭스 대표작하면 ‘D.P’,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 등의 오리지널 드라마가 가장 먼저 손꼽혔다. ‘드라마는 넷플릭스, 예능은 티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은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22년 선보인 음악 예능 ‘테이크 원’은 비(정지훈), 박정현, 유희열 등 초호화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뒤이어 나온 ‘코리아 넘버원’ 역시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이 참여했지만 큰 화제성을 얻지 못했다.
'피지컬: 100'에서 얻은 교훈
지난 1월 선보인 ‘피지컬: 100’은 사뭇 다르다. 글로벌 TOP10 TV쇼(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폭발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피지컬: 100’은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출연자 A씨의 학교폭력 논란과 결승전 조작 논란으로 인해 쓸쓸한 퇴장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피지컬: 100' 티저 포스터.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피지컬: 100’을 통해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 지난 4일 2023년 예능 라인업을 선보이는 '넷플릭스 예능 마실'에서 공개된 대책은 꽤나 꼼꼼하다. 넷플릭스는 면밀한 출연자 검증을 위해 방송사보다 더 많은 절차를 도입했다. 비연예인의 생활기록부 검토는 물론, 계약서 작성 시 ‘거짓 진술로 프로그램이 피해를 볼 경우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묻는다’라는 항목을 포함시켜 문제 발생 시 책임을 묻는다. 이외에도 정신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마인드 세션을 진행하거나, 출연자의 동의하에 SNS 계정 전체를 훑어보는 과정을 거친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변화와 함께 ‘예능 소재의 다양화’를 올해 키워드로 내세웠다. 최근 각광받는 연애 리얼리티와 서바이벌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좀비’와 ‘성 산업’ 등 그동안 한국 예능이 주목하지 않았던 분야로 소재를 확장한다.
넷플릭스 콘텐츠팀 유기환 디렉터. ⓒ넷플릭스
4일 ‘넷플릭스 예능 마실’ 행사에 참석한 유기환 디렉터는 “올해 7편 이상의 예능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라며 “다양한 취향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4월 공개되는 미드폼 예능 ‘성+인물: 일본편’
‘성+인물: 일본편’ 메인 포스터.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가장 먼저 선보일 새 예능은 오는 25일 공개되는 ‘성+인물: 일본편’이다. 19금 예능의 새 지평을 열었던 ‘마녀사냥’의 정효민 PD와 신동엽, 성시경이 다시 뭉쳐 일본의 성 관련 사업 속 인물들을 찾아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다.
'성+인물: 일본편'을 연출한 정효민 PD. ⓒ넷플릭스
정효민 PD는 “신동엽이 프로그램에 아주 즐겁게 참여했다. 본인의 역할을 200% 해냈다”라고 말해 기대를 모았다. 이어 “‘외국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성시경이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동시통역사가 없어도 될 정도의 놀라운 인터뷰 진행 솜씨를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성+인물: 일본편’은 넷플릭스에서 처음 시도하는 ‘미드폼’ 예능 형식으로 기존 예능 제작 방식에 비해 총 제작 기간이 5개월 정도로 짧고, 러닝타임 역시 30분 남짓이다. 넷플릭스 전체 예능을 통틀어 라이브쇼를 제외하고 가장 짧은 제작 기간이라고 한다.
도끼질하고 삽질하는 여성 그려낸 ‘사이렌: 불의 섬’
3만 평 규모의 섬에서 촬영된 '사이렌: 불의 섬'.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 여성 참가자들. ⓒ넷플릭스
오는 5월 공개를 앞둔 ‘사이렌: 불의 섬’ 역시 눈길을 끈다. ‘사이렌: 불의 섬’은 여성 24인이 6개의 직업군(소방관, 경호원, 스턴트, 군인, 운동선수 등)로 팀을 이뤄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사이렌: 불의 섬'을 연출한 이은경 PD. ⓒ넷플릭스
'사이렌'을 연출한 이은경 PD는 “어릴 적부터 스포츠 만화를 좋아했다. 하지만 여성들을 다룬 것이 많지 않고, 풀어내는 방식 역시 제한적이라고 느꼈다”라며 “'스트릿 우먼 파이터'도 흥행했고, 넷플릭스에서 영화 ‘길복순’이 공개되는 등 여성 서사가 나올 수 있는 흐름이라고 느꼈다”라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출연자 스스로 ‘여성 소방관’이 아닌 ‘소방관’이라고 칭하더라. 성별을 떠나 똑같은 환경에서 단련을 받은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기존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도끼질을 하거나 삽질을 하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새로움을 안길 것”이라고 귀띔했다.
‘좀비’부터 ‘두뇌 서바이벌 게임’까지
'좀비버스' 스틸컷. ⓒ넷플릭스
'19/20' 스틸컷,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스틸컷. ⓒ넷플릭스
이외에도 좀비 유니버스 예능 ‘좀비버스’, 열아홉의 마지막 일주일과 스물의 첫 일주일을 담은 청춘 리얼리티 ‘19/20’, 5억 원의 상금을 건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 ‘데블스 플랜’이 올해 안에 공개될 예정이다. 뜨거운 사랑을 받은 ‘솔로지옥’ 역시 시즌3로 돌아온다.
tvN에서 ‘더 지니어스’, ‘대탈출’. ‘소사이어티 게임’ 등을 연출한 정종연 PD는 ‘데블스 플랜’으로 넷플릭스와 처음 손을 잡는다. 정종연 PD는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예능은 드라마에 비해 ‘로컬’이라는 시선이 많았는데, 이런 시선을 부술 수 있는 ‘도전’을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 넷플릭스 예능 라인업을 쭉 훑어보니 눈에 띈 특이점은 올해도 ‘비연예인 출연 프로그램’이 다수를 이룬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앞선 ‘피지컬: 100’의 뼈아픈 논란을 딛고, 예능에서도 ‘더 글로리’와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