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기대 이하의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AI 투자가 과하고 미국 증시에 AI로 인한 거품이 끼어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팔란티어, 디즈니 등 여러 회사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하자 거품 우려가 다시 잦아들고 있다. AI 거품론은 당분간 '확산'과 '진정'을 계속 되풀이할 것으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6년 8월5일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개장 후 S&P 500 지수 거래 화면이 빛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최대 기업들의 호실적 발표로 S&P 지수 등 주요 지수들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AI 거품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며 "아직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 우려가 남아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기업의 수익성 향상이 시장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봐서 안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거품 우려는 오픈AI의 챗GPT가 처음 발표된 2022년 11월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거품 우려는 크게 확산하면서 직접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초대형 AI 기업 'IPO 잔치' 끝났다 : 'AI 과의존' 우려 제기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초대형 기업공개를 진행하면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 예시로 꼽히는 스페이스X는 지난 6월12일 나스닥에 상장하며 사상 최대 규모인 750억 달러(약 100조 원)를 조달했고, 기업가치는 2조1천억 달러(약 2900조 원)를 돌파했다.
그러나 최근 스페이스X는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4일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스페이스X의 2분기 자본 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7배로 증가해 184억 달러(약 26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스페이스X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7% 이상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당일 진행된 투자자 컨퍼런스콜에서 AI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AI 거품 우려는 커졌다. 투자에 비해 성과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펼쳐진 것이다.
동시에 투자자들은 중국 AI 기업인 문샷AI가 7월16일 발표한 '키미 K3' 등 중국 오픈소스 AI 모델이 미국 AI 모델만큼 비슷한 성과를 내면서도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에 주목해 왔다. 이 경우 미국 기업들의 값비싼 AI 투자는 의미가 없어진다.
실제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8일 "AI 개발의 비용이 과하다는 인식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이 AI 관련 주식이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에 회의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당시 AI 관련주와 AI 기술에 필수적인 반도체주까지 가격이 하락하며 애플이 2년 만에 엔비디아를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자리를 탈환했다.
◆AI 기술로 인한 이익 발생하기 시작 : 주가 회복의 신호
다만 미국 대기업들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자랑하며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도 선보이면서 시장의 우려는 다소 진정되고 있다.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인 팔란티어는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3% 급증해 약 19억4천만 달러(약 2조75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8억1천만 달러(약 2조5600억 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역시 4~6월에 매출 252억5천만 달러(약 36조 원), 영업이익 56억 달러(약 7조9천억 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7%, 21%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미국 기업의 매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 데이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팩트셋데이터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S&P500에 들어간 기업들 가운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실적과 아직 발표를 안 한 나머지 기업들의 시장 전망치를 결합한 혼합 수익 성장률을 두고 약 50% 정도로 예측된다. 이는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가 기술 기업이 아닌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수익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건설·중공업 기계 장비 제조기업인 캐터필러는 올해 2분기에 발전기 및 데이터센터 건설 장비 수요 증가로 역대급 단일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캐터필러의 매출은 24% 증가해 사상 최초로 205억4300만 달러(약 29조 원)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실적 발표로 AI 기업이 미래 수익성에 비교해 과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전반적으로 잦아들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회의적 시각을 견지했다. 이들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반도체 제조업체와 데이터센터 공급업체들의 투자가 업계를 막론하고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며 "지출과 잉여현금흐름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