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엔비디아와의 'AI 팩토리' 계약 구조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오히려 신중해지고 있다. 자금 조달 경로는 윤곽을 드러냈지만, 막대한 인프라를 실제로 감당할 장기 고객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성장성에 대한 판단이 유보되는 분위기다. 결국 네이버가 브룩필드와의 독점 협상 기한인 12주 안에 앵커 고객(장기 임차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사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엔비디아와의 'AI 팩토리' 계약 구조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오히려 신중해지고 있다. 사진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3월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제2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네이버
8월10일 정보통신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계약 구조가 구체화되면서 한쪽에서는 '네이버가 고객 확보 리스크를 홀로 떠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8월7일 열린 2026년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대표는 AI 팩토리 사업을 두고 "초기 자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글로벌 오프테이커(장기 우선구매 고객), 엔비디아 생태계, 기업·공공 고객을 중심으로 초기 고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10억 달러(약 1조4809억 원)를 투입해 네이버 지분 4.5%를 확보하며 3대 주주에 올랐다. 시장 역시 초기에는 이 계약을 "엔비디아가 네이버를 아시아 거점으로 선택했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실제 계약 구조를 들여다보면 엔비디아의 역할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로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브룩필드가 주도하는 특수목적법인(SPV)이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설비 등 자산을 소유하고, 엔비디아는 GPU 공급만을 담당한다. 네이버는 100% 자회사인 운영사를 통해 이 인프라를 메가와트(MW) 단위로 빌린 뒤 고객에게 되파는 방식이다. 자산과 장비는 파트너사가 대지만 고객 유치와 매출 창출의 책임은 네이버가 지는 구조다.
이는 네이버의 수정 공시 자료에도 드러난다. 6월8일 첫 발표 당시 엔비디아의 역할은 "GPU 공급과 함께 글로벌 고객 발굴 및 매출·사업 리스크를 공동 부담하는 사업 주체"로 규정됐다. 하지만 7월27일 수정 공시에서는 그 범위가 "GPU 공급의 주체"로 축소됐다. 최 대표가 "엔비디아의 생태계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달리, 실제 고객 확보 부담은 네이버 쪽으로 기운 셈이다.
문제는 엔비디아의 자금이 제대로 들어오려면 네이버가 먼저 외부 고객을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제시한 투자 조건은 네이버가 브룩필드와 합의한 '최소 9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종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룩필드의 구속력 있는 자금·사용계약 체결이 중요하며, 해당 사항이 완결될 때 (엔비디아 투자도) 확실한 구속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네이버가 브룩필드를 독점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12주의 기한은 10월 중순 만료된다. 이 기한 내에 앵커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네이버가 스스로 AI 팩토리의 고객이 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만약 네이버가 이 인프라 비용을 홀로 가동하게 될 경우 짊어져야 할 재무적 부담은 본업의 이익 체력에 비춰 만만치 않은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KB증권은 200MW 규모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네이버가 SPV에 지불할 연간 사용료가 약 18억5천만 달러(약 2조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네이버가 2025년 한 해 거둔 영업이익 2조2081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매출과 사용료는 2027년 상반기 가동 시점부터 동시에 발생하며, 사용료 부담은 가동 용량이 늘어나는 데 맞춰 단계적으로 커진다.
결국 최 대표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질문은 '200MW를 도대체 누구에게 팔 것인가'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아직 전체 용량 가운데 자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비중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팩토리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기존 사업의 마진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C2C 시장으로의 자본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기존 사업의 강점을 희석시키는 반면, 자본 배분에 관한 우려는 키우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모든 사업을 동시에 끌고 갈 수는 없다. 이제 네이버는 무엇을 키우고 무엇을 줄일 것인지 투자자에게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