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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을 모티브로 한 영화 두편이 15일 나란히 개봉했다.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를 리메이크한 한국 영화 <소울메이트>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용기와 성장, 연대 같은 우정의 맑은 빛깔을 그린다. 영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을 수상하며 격찬받은 <이니셰린의 밴시>는 아일랜드 가상의 섬 이니셰린을 배경으로 아일랜드 내전과 인간의 심연에 대한 어둡고 강렬한 우화를 보여준다.

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네이버 영화
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네이버 영화

제주도의 두 친구 <소울메이트>

민용근 감독의 <소울메이트>는 중국에서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동시에 얻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리메이크작이다. 원작에서 방랑을 꿈꾸며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는 안생 역에 해당하는 ‘미소’를 배우 김다미가,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하며 평탄한 인생을 살아온 칠월 역에 해당하는 ‘하은’을 배우 전소니가 연기했다.

무책임한 엄마 아래서 여기저기 떠돌며 살던 11살 미소가 제주도에 있는 하은의 학교로 전학 오면서 둘은 단짝 친구가 된다. 미소 엄마가 떠나고 둘이 함께 살다시피 하면서 가족보다 더 가까워진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하은이 동급생 진우(변우석)를 좋아하게 되면서 둘의 우정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긴다. 진우의 마음이 미소를 향했기 때문이다. 진우의 흔들리는 마음을 피하기 위해, 미소는 갑작스럽게 서울로 떠나버린다. 떠나는 미소에게서 진우의 목걸이를 본 하은은 꺼내놓지 못하는 작은 덩어리를 가슴속에 묻어둔다.

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네이버 영화
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네이버 영화

원작 영화가 그랬듯이 <소울메이트>에서도 남자친구의 존재는 우정에 파문을 일으키지만, 뻔한 삼각관계로 흘러가지 않는다. 영화는 첫사랑보다 먼저 우리를 들뜨게 하고 가슴 찢어지게 했던 순연한 감정인 우정에 오롯이 집중한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하고 그리움만 켜켜이 쌓였던 두 친구는 미소의 갑작스러운 귀향으로 다시 만나고, 함께 부산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무엇을 먹을까, 돈은 누가 낼까 같은 사소한 문제에서 묘한 날이 서기 시작한다.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을 속삭일 수 있었던 우정은, 스스로에게도 솔직해지기 힘든 어른의 삶에 진입하면서 어릴 때의 그 순연한 감정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짧은 여행의 파국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네이버 영화
영화 '소울메이트' 스틸컷 ⓒ네이버 영화

찢어진 마음은 흉터를 남기면서 질기게 봉합되어 삶을 이어가게 만든다. 금 간 우정 역시 비난과 싸움과 부끄러운 후회를 흉터로 남기며 더 단단한 삶의 지지대가 되기도 한다. 제주도를 벗어난 삶, 안정적인 직장과 결혼, 가정 등을 벗어난 삶을 꿈꾸지 못했던 하은이 모든 걸 털어내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그 무거운 몸을 환대하는 이는 다름 아닌 미소다.

<혜화,동>(2011)으로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줬던 민용근 감독은 <소울메이트>에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주인공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입했다. 세 친구가 뛰어든 바다는 청량하고, 이들이 걷는 숲과 동굴은 싱그러우면서도 위태롭다. 민 감독은 “제주라는 공간에서는 청춘의 따뜻하고 습한 느낌, 청춘의 땀방울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스틸컷 ⓒ네이버 영화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스틸컷 ⓒ네이버 영화

아일랜드의 두 친구 <이니셰린의 밴시>

어느 날 갑자기 ‘베프’가 절교를 선언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친구가 이유를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네가 싫어졌어”가 전부다. 더 캐물어도,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설득하고 애걸하고 화를 내도 소용없다. 환장할 상황에서 서운함은 수치심으로, 분노와 증오심으로 서서히 검게 물든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쓰리 빌보드>(2018)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이다. 두 중년 남자의 절교라는 단순한 시작에서 기괴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인류 역사와 인간 감정의 바닥을 그러모아 갈무리한다. 이 작품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단 한개의 트로피도 가져가지 못했지만, 작품상 등 7개 주요 상을 받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보다 더 탁월한 깊이와 창의성을 가진 스토리텔링이라는 평이 많다.

아일랜드 내전이 한창인 1920년대, 아일랜드 작은 섬 이니셰린. 저 멀리 아일랜드 본섬에서 연기가 나면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바라보며 세상 고요하게 살아가는 이 깡시골에서 파우릭(콜린 패럴)의 유일한 낙은 동네에 단 하나뿐인 술집에서 절친 콜름(브렌던 글리슨)과 노닥거리는 것이다. 어제 같은 오늘과 오늘 같은 내일이 이어지던 어느 날 술집에 가자고 문을 두드리는 파우릭에게 콜름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파우릭은 술집에서 마주친 콜름에게 이유를 채근하지만 “그냥”이라거나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멍청한 잡담 대신 더 가치 있는 일에 쓰겠다”는 납득할 수 없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스틸컷 ⓒ네이버 영화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스틸컷 ⓒ네이버 영화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난데없이 봉변을 당하면 할 수 있는 게 자신을 돌아보는 일뿐이다. 파우릭이 현명한 여동생 시오반(케리 콘던)에게 “내가 그렇게 멍청해?” 묻자 시오반은 “오빠는 멍청한 게 아니라 다정한 것”이라며 “멍청한 건 도미닉(베리 키오건)”이라고 위로한다. 파우릭은 안도하다가 재차 묻는다. “그럼 두번째로 멍청한 건?” 영화는 이런 코미디 장면들 속에서도 점차 믿음이 깨지며 폭력적으로 변하는 파우릭과 그보다 더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해하면서 대결하는 콜름의 싸움을 따라간다. 이는 영국의 지배에서 어떻게 독립할 것인가를 두고 충돌하다가 갈등이 더 큰 갈등을, 폭력이 더 큰 폭력을 불러온 아일랜드 내전, 그리고 인류 역사에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전쟁의 하찮은 명분과 거대한 비극성을 우화적으로 보여준다.

대표적인 할리우드 악동 이미지에서 아일랜드의 시골 무지렁이로 변신해 그 유명한 일자 눈썹을 팔(八)자 모양으로 꺾고 낙심한 파우릭을 연기한 콜린 패럴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골든글로브 등 주요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겨레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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