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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KBS에서 방영된 ‘미안하다, 사랑한다’ 드라마에서는 소지섭(차무혁 역할)이 임수정(송은채 역할)에게 차 안에서 소리치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에는 ‘로맨스’로 포장되어, 아주 많은 사람이 열광했던 장면이다.

송은채가 '차 세워줘요' '(안 세워주면) 창문 열고 뛰어내린다'고 하자, 차무혁은 이런 말을 반복했다. '밥 먹을래, 나랑 뽀뽀할래?' '밥 먹을래, 나랑 잘래?' '밥 먹을래, 나랑 살래?'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 
송은채가 "차 세워줘요" "(안 세워주면) 창문 열고 뛰어내린다"고 하자, 차무혁은 이런 말을 반복했다. "밥 먹을래, 나랑 뽀뽀할래?" "밥 먹을래, 나랑 잘래?" "밥 먹을래, 나랑 살래?"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  ⓒKBS

우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해 얼마나 무감했던 걸까. 지금 보면 섬뜩하기만 한 이 대사에 대해, 송은채로 출연했던 배우 임수정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 듯하다.

18일 씨네21에 따르면, 임수정은 ”대중문화가 여성을 어떻게 재현하고 이야기를 만드는가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요즘 들어 과거 출연작을 보면서 저건 아니다 싶은 장면도 있지 않나”라는 김혜리 기자의 질문에 이 장면을 꼽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유명한 대사인데 ‘죽을래? 나랑 밥 먹을래?’ 같은 말도 당시엔 폭력성보다 ‘나 이렇게 너를 사랑한다‘는 뜻으로 통했지만 지금은 불편하죠.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는데도 끝까지 은채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설정도, 성숙한 여성이 아니라 어린 소녀로 위치지워 로맨스를 만든 것이니까 논란의 여지가 있고요.

이제는 시나리오 읽으면서 눈에 띄어요. 왜 이 남자가 여성에 대해 이런 말을 할까, 여자가 스스로 왜 이런 말을 할까 의아하고, 때론 아직도 이런 걸 쓰다니 이 작업은 같이하기 힘들겠다 생각할 때도 있어요. 안 그래도 할 작품이 없는데 그나마 더 줄어들고 있어요!(웃음)” (씨네21 4월18일)

6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당신의 부탁'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임수정. 
6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당신의 부탁'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임수정.  ⓒ뉴스1

임수정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은) 제 캐릭터가 소모되더라도 남성 배우에게 맞춰주는 부분도 있었고 남성의 로망으로서 기대되는 바를 받아들이기도 했다”며 ”그런데 이제는 타협이 힘들어졌다”는 말도 한다. 예를 들어 2012년 개봉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임수정이 연기했던 정인이 반성한 남편에게 돌아가는 장면에 대해 ”지금이라면 그 장면이 없으면 좋겠다고 더 적극 주장할 것”이라는 것. 임수정은 ”넓은 의미에서 작품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이 일치하는 분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존중하며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19일 개봉한 ‘당신의 부탁’을 비롯해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 배우로서 사는 것”에 대한 솔직한 생각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 임수정의 인터뷰는 여기서 볼 수 있다.

A post shared by Soojung Lim (@soojunglim_) on Apr 13, 2018 at 6:24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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