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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LG화학 대표이사 사장이 석유화학 사업재편이라는 과업에 사활을 건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선도기업의 수장인 김 사장의 사업재편 의지와 그에 따른 실행력은 수년 동안 침체한 산업의 생존과 함께 부진에 빠져 있는 LG화학의 실적, 특히 석유화학 부문 수익성 회복에 향방을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프 사람&말] 김동춘 LG화학 '3년 누적 적자 5600억' 안고 사업재편 추진, 그의 손에 '여수'와 한국 석유화학 성패 달렸다
김동춘 LG화학 대표이사 사장. ⓒLG화학

2일 석유화학업계 안팎에 따르면 정부는 원유 도입 차질에 따라 수급 영향을 받고 있는 나프타와 석유제품에 관한 공급망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월 말 시작됐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중동 전쟁이 1개월 이상 장기화하면서 원유와 나프타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가적 대응 역량을 결집하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나프타 매점매석 금지,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을 추진한다. 또 대체수입으로 부담이 커진 기업을 위해 수입단가의 차액 지원금도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하면서 해외 물량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LG화학을 포함한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은 대부분 공급사에 불가항력 가능성을 공지했다. 불가항력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질 때 적용되는 조치를 말하며 이를 선언하면 기업은 계약 불이행시 발생하는 배상 책임을 면제 받는다.

석유화학업계 위기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 주도의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중요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면서 나프타를 원유에서 뽑아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만드는 범용 나프타분해설비(NCC) 사업의 한계가 더욱 명확해졌다. 이미 중국의 저가 제품의 공급이 쏟아지면서 경쟁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나프타 수급 불안정성은 NCC 사업 한계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대외 변수에 휘둘리지 않는 강한 산업체질을 만들려는 석유화학 사업재편이 프로젝트 2개가 본격화하면서 2라운드에 돌입한 가운데 LG화학의 움직임에 시선이 몰린다. LG화학은 이미 사업재편안을 낸 여천NCC(228만 톤)에 이어 여수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연간 200만 톤의 에틸렌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참여한 대산 1호 프로젝트와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DL케미칼(여천NCC)이 합작하는 여수의 2호 프로젝트의 사업재편이 궤도에 올랐다. 대산에서는 최종안이 승인돼 실행 단계에 진입했고 여수의 첫 사업재편은 최종안을 산업통상부 등이 심사하고 있다.

LG화학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논의하고 있는 여수의 추가 사업재편안이 국내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성패를 가를 핵심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현재 남은 사업재편 프로젝트는 여수와 울산이 있다. 이 가운데 울산은 내년 초 상업가동을 앞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와 겹쳐 중장기적으로 참여가 예상되는 만큼 여수에서 LG화학의 사업재편 향방이 중요한 것이다.

지형삼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1일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영향 분석-가치적 효과와 남겨진 과제' 보고서에서 여수 지역을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핵심으로 꼽으며 "여수는 국내 최대 규모의 NCC 설비가 밀집된 지역으로 공급축소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단지"라며 "LG화학과 GS칼텍스의 재편 시나리오까지 현실화하면 여수 단독만으로도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공급능력 감축 규모의 대부분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간 생산량 기준으로 LG화학의 200만 톤, GS칼텍스의 90만 톤을 재편하는 여수의 이번 사업재편은 지분 구조와 재편 방식 등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의 대주주가 외국 기업인 미국의 셰브런인데다 GS그룹의 지배구조 탓에 다른 곳처럼 합작회사로 운영하기 힘든 점 등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GS칼텍스는 지주사 GS의 손자회사 인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지분 100%를 소유할 때만 증손자회사를 세울 수 있다. 다른 사업재편안처럼 GS칼텍스가 지분 일부를 소유하는 합작회사를 두는 것이 불가능해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이다.

현재는 정부가 '무임승차는 안 된다'며 사업재편안 제출 기한으로 잡은 1분기 말인 지난 3월31일도 넘겼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 기업인 LG화학과 김동춘 사장이 강한 의지로 실행력을 발휘할지 주목되는 상황인 셈이다.

김 사장은 최근 정부 주도의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해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대표이사 선임과 동시에 강한 뜻을 내놓은 만큼 사업재편에 탄력이 붙을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사장은 3월3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석유화학 사업재편 계획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정부에 발맞춰 더 속도 있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강조한 석유화학 사업재편은 LG화학 자체 수익성 개선도 달성할 핵심 열쇠로 꼽힌다.

LG화학 불황이 본격화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매년 석유화학사업부에서 영업적자를 봤다. 이 기간 누적 석유화학 부문 영업손실은 5608억 원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해에 손실 규모가 3564억 원으로 가장 클 만큼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했다.

게다가 양극재를 중심으로 한 첨단소재사업부, 연결기준에 포함되는 배터리 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까지 전기자동차 수요 둔화에 막혀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에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랜 기간 부진에 빠져 있는 석유화학 부문이 고부가가치 전환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은 LG화학 전체 실적 회복의 전체 조건으로도 여겨지는 것이다. LG화학이 역대 최대인 4조9836억 원을 낸 2021년에는 82%를, 3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2022년에도 36%의 실적을 석유화학 부문이 책임지기도 했다.

1분기에도 LG화학은 주력인 세 사업 부문에서 뚜렷한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 636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2390억 원의 영업손실을 털고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1분기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 회복은 중동 전쟁으로 발생한 3월 래깅 효과(시차 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 것으로 분석된다. 제품 가격이 상승해 실적에 반영됐지만 급등한 나프타 가격이 원가에 반영되지 않은 효과다.

1분기 첨단소재 부문과 LG에너지솔루션은 전방산업 둔화 탓에 각각 204억 원, 121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2분기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이 다시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전히 중동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장 2분기 긍정적 래깅 효과가 사라지고 높아진 나프타 가격이 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의 2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3240억 원이다.

김 사장은 정기 주총 인사말에서도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을 포함해 본질적 사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존 사업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체질 회복과 미래지향적 포트폴리오로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라며 "석유화학 사업의 저수익 범용 사업에 관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고부가가치로의 재편을 통해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닌 수익성 중심의 구조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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