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노인들의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무료이용을 제한하는 것 어떠냐는 제안을 던졌다.
유가가 대폭 오른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승용차 사용을 줄이고 그 대안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자는 취지로 여겨진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이용이 급하지 않은 사람이 감소하면 혼잡도가 줄어 날마다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지하철 이용이 늘 거라는 생각으로 보인다.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노인의 도시철도 무료이용은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는 복지 정책이다. 따라서 이를 제한하는 것은, 비록 한시적이라 하더라도 이미 실시되고 있는 노인 복지에서 후퇴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적지 않은 노인들이 일하기 위해 새벽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현실에서, 정당한 이동권을 침해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노인 무료이용 제한이 혼잡률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출퇴근 시간대 노인 무료 비중은 8.3%에 머물렀다. 10명 중 1명이 안 되는 비율이다.
결국 문제 해결의 핵심은 노인복지를 해치지 않으면서 이용 수요를 조절하는 방안과 효과적인 대중교통 이용 확대 정책을 어떻게 동시에 추진하느냐가 될 것 같다.
우선 노인 무료이용 수요 관리는 당장의 제한보다는 법령 등 제도적 정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노인 연령 기준인 65세는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평균수명 등의 변화에 발맞춰 이를 70세로 올리는 안을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실제로 법 제정 당시 66.7세이던 기대수명은 지난해 기준 84.5세로 늘어났다.
효과적인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위해서는 노인 제한과 같은 특정 대상에 대한 ‘규제’보다는 시민을 대중교통으로 ‘유인’하는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특정 시간대 버스나 도시철도 요금 할인 폭을 늘린다든지, 여러 광역자치단체의 대중교통을 자유롭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광역패스를 정부 차원에서 확대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도시철도 서비스를 좀 더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현재 노인의 도시철도 무료이용은 정부 차원의 복지 정책인 데 반해 도시철도 운영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로 돼 있다. 그런데 그 제도 운영으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 주지 않아 이를 지방정부가 모두 떠안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해마다 큰 수준의 적자를 보고 있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가 쌓여 있다. 게다가 인구 노령화로 인해 손실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무임수송으로 인한 공사의 손실금은 2020년 2643억 원에서 지난해 4488억 원으로 늘어났고, 이중 노인 무료이용으로 인한 손실액이 3832억 원으로 약 85%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누적 적자는 20조 원에 가깝다.
지금처럼 생색은 중앙정부가 내고 손해는 지역이 떠안는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도시철도의 적자는 쌓이고 서비스는 악화되고 그 불편은 시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정부가 도시철도 운영 지방공기업을 보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지방공기업의 재무상황이 좋아진다면 대고객 서비스가 훨씬 개선되면서 이용객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용 불편의 책임을 노인들에게 떠넘기는 부정적 인식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요컨대 이번 기회에 좀 더 통 큰 대중교통 이용 장려 정책과 지방공기업 손실 보전 정책을 함께 마련한다면 대중교통 이용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고, 에너지 절약에서 더 나아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대중교통은 교통복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적극적인 확장재정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 이 같은 논의를 할 적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