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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좁은 수조’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이라는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출범 이후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하며 국내 금융권의 메기로 떠올랐던 카카오뱅크지만, 최근 가계대출 규제와 내수 시장 포화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들이 주로 선택해 온 현지 은행 인수나 지점 설립 같은 ‘자본의 확장’ 대신, 모바일 뱅킹 역량과 플랫폼 노하우를 이식하는 ‘기술의 수출’을 통해 새로운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카카오뱅크가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 성장판 닫힌 국내 시장, 카카오뱅크가 밖으로 눈 돌린 이유

최근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국내 시장에서 ‘성장의 벽’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초기 시중은행을 위협하는 속도로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37.8%였던 카카오뱅크의 대출채권 증가율은 2024년 12월 15.1%, 2025년 6월에는 6.8%까지 급격하게 꺾였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카카오뱅크 여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여신 확장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5년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대출 잔액 가운데 94.3%가 가계여신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카카오뱅크는 2024년 1분기에 6.9%, 2분기에 2.9%의 원화대출금 성장률을 보였으나 2024년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 2024년 3분기 및 4분기 성장률은 각각 0.8%, 0.7%까지 하락했다”라고 분석했다.

시중은행처럼 기업금융(SME)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인터넷은행은 대면 영업과 현장 실사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은 허용되지만, 대기업 대출은 불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은 제 6조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 다만,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리스크 관리 인프라가 시중은행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을 늘리는 것 역시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는 소상공인 가운데 중저신용자의 비중이 높고, 경기 민감성이 높다보니 가계대출보다 리스크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2024년 ‘성장 중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자산 100조의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2025년 3분기보고서 기준 카카오뱅크의 자산은 73조9880억 원이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산 100조 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은 반드시 필요한 과업이다.

결국 ‘너무 빨리 커버린 물고기’ 카카오뱅크에게 국내라는 수조는 너무 좁아진 셈이다. 카카오뱅크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돈’ 대신 ‘기술과 노하우’ 심는다, 카카오뱅크만의 글로벌 진출 방정식

주목할 점은 카카오뱅크가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시중은행들은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 은행을 인수하거나 지점을 설립해 자본금을 투입하는 ‘하드웨어적 확장’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자본력에서 시중은행에 열세인 카카오뱅크는 ‘소프트웨어적 이식’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꺼내 들었다. 현지 기업에 지분을 투자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그 위에 카카오뱅크가 검증한 모바일 뱅킹 기술과 사용자 경험(UI/UX)을 입히는 방식이다.

대규모 자본 투입 없이도 글로벌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 그것도 인터넷뱅크의 특성을 십분 살린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카카오뱅크의 이러한 전략이 가장 구체화되고 있는 곳은 인도네시아와 태국이다.

카카오뱅크는 동남아시아의 생활플랫폼 ‘그랩’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에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뱅크는 두 차례에 걸쳐 약 1140억 원을 투자해 슈퍼뱅크 지분 10%를 확보했다.

그랩은 택시·오토바이 호출, 음식 배달,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슈퍼 앱’이다. 말레이시아인 앤서니 탄 창업주가 창업했으며 2021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미얀마 등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이용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투자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분투자를 단행하면서 슈퍼뱅크의 상품 구조 설계부터 앱의 UI/UX 구축까지 핵심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 결과 슈퍼뱅크는 사업 개시 9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가입자 500만 명을 돌파하며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슈퍼뱅크는 2024년 12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현재 슈퍼뱅크의 시가총액은 약 30조 인도네시아루피아(IDR), 원화로 환산하면 약 2조5500억 원 정도다. 카카오뱅크가 처음 지분투자를 단행했을 때의 기업가치 9천억 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태국에서도 현지 금융지주사 SCBX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가상은행 인가를 획득했다. SCBX가 현지 금융 네트워크와 라이선스 등 하드웨어를 담당하고, 카카오뱅크는 디지털 뱅킹 플랫폼과 리스크 관리 노하우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구조다.

카카오뱅크의 컨소시엄이 태국의 첫 번째 가상은행 인가 대상이라는 점도 특기할만 한 일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위협적 후발주자’로, 태국에서는 ‘선도적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는 것이다.

◆ 태국 가상은행부터 인도네시아까지, ‘립프로그’ 시장 겨냥

카카오뱅크가 동남아 시장, 특히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낙점한 것은 이들 국가가 전형적인 ‘립프로그(Leap-frog)’ 시장이기 때문이다.

립프로그란 기술 발전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단숨에 최신 기술로 넘어가는 현상을 뜻한다. 동남아시아는 지점이나 ATM 등 기존 금융 인프라는 낙후됐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은 매우 높다.

오프라인 지점 중심의 단계적 발전 없이 곧바로 모바일 뱅킹으로 넘어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기술 수출’ 모델이 비용 절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카카오뱅크에게 이점을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현지 은행을 통째로 인수하는 데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 없이 지분 투자만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복잡한 현지 규제와 네트워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국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동남아시아는 물론 기타 지역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현지 파트너들에게 모바일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온 노하우를 전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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