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정말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주제였다. 산에 오를 때는 가장 빠르고 치열한 길로 단숨에 정상에 오르고, 내려올 때는 바람도 느끼고 풍경도 보며 천천히 유람하듯 걸어 내려오고 싶었다. 더 빨리, 더 높이. 무릎이 깨지고 엎어져도 다시 일어나며, 발끝만 보며 걸음을 옮겼다. 경치를 볼 여유는 없었다.

[CEO 일기장 훔쳐보기] 올라갈 땐 치열하게, 내려올 땐 우아하게 : 나만의 커리어 설계법
무릎이 깨지고 엎어져도 다시 일어나며, 발끝만 보며 걸음을 옮겼다. 경치를 볼 여유는 없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그러나 내려올 때만큼은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우아하게…. 내려오는 것은 순리이니, 욕심내지 않고, 더 머물려 하지 않으며 쉬엄쉬엄 내려오고 싶었다.

시절과 회사를 잘 만나서 30대 중반에 임원이 됐다. 여성 임원 자체가 드물던 시절, 잘하고 싶었고 잘해야만 했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렸고, 올라가기 위해 늘 애썼다. 

임원이 되는 것보다 대표가 되는 것은 더 어려웠다. 역량만으로 되지 않았다. 운칠기삼의 '운'에 해당하는 타이밍과 조직의 문화, 회사의 상황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만 가능했다. 몇 번의 미끄러짐과 실패 후에 생각지도 않은 업에서 첫 대표를 하게 됐고, 10년 동안 여러 회사의 대표를 지내면서 이제야 산 정상에 올라왔다고 말할 수 있었다.

언제나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어렵다. 그렇기에 언제 어떻게 내려올지 늘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려갈 준비 없이 정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고 착각한다. 자리에 연연하게 되고, 실수를 두려워하며, 시도를 꺼린다. 후계자를 키우지 않고, 자신에 대한 도전을 불쾌해 한다. '큰 잘못만 안하면 된다'는 수동적 자세가 된다. 주변에 많이 보이는 리더의 모습이다. 

또 어떤 이들은 이미 충분히 오른 후에도 더 오르려 한다. 무리한 도전을 계속하고, 여전히 인정받기를 바란다. '이만하면 됐다'는 자족이 없다.

그러나 자신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을 때 멋지게 퇴장하는 상상도 해두어야 한다. 비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억울해하지 않고 쿨하게, 연연해하지 않고 미련 없이, 더 증명하려 하지 말고 현재에 만족하며, 습관적이고 무용한 도전을 또 하지 말고 있는 자리에서 열매를 맺으며, 우아하게 말이다. 기왕이면 천천히였으면 좋겠다. 사회에서 배우고 익힌 것 중에 내가 잘하고 사랑하는 일을 찾아서 인생의 다음 장을 내내 준비하면서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산 중턱이나 아래까지 내려와 멘붕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회사의 직함과 포지션은 결국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그 후'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내려오는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 직장이 아닌,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 하고, 그건 지금까지의 삶 어딘가에 반드시 숨겨져 있다. 그러려면 속도를 늦추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 여유가 있어야 보인다. 

큰맘 먹고 한라산 정상을 오른 적이 있다. 성판악 코스로 9시간을 등반했고, 그래도 오를 땐 꽤 괜찮았다. 내려오는 길에 문제가 생겼다. 올라간 스스로가 기특해서 조심하지 않고 들뜬 마음에 뛰듯 내려왔더니 오른쪽 무릎이 접히지 않았다. 마지막 1km는 동행에게 업혀서 내려왔다. 같은 상황에 처한 어떤 남성은 혼자서 다리를 질질 끌며 내려오고 있었다.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나도 여유가 없었다. 입구를 통과했을 때의 안도감이란…. 

거짓말처럼 무릎은 마치 다시 접혔다. 그때 알았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동행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내려올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힘듦이 있었을지라도 다 내려오면 고통이 사라진다. 동지와 함께 내려오는, 끝이 있는 여정, 생각만 해도 힘이 불끈 난다.

결국 올라가는 길만큼이나 내려오는 길도 중요하다. 어떻게 올라왔느냐만큼 어떻게 내려오느냐도 중요하다. 해볼 것 다 해보고 이루고 싶은 것 다 이루고, 우아하고 멋지게 아웃하는 것이 내겐 늘 아주아주 중요한 꿈이었다.

글쓴이 조정열 전 에이블씨엔씨 대표이사는 K옥션, 갤러리현대, 쏘카, 한독, 에이블씨엔씨에 이르기까지 10년 넘게 예술, IT 플랫폼, 제약, 소비재 산업을 넘나들며 전문 경영인으로 일했다. 1991년 동서리서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마케팅 사관학교' 유니레버와 로레알 한국 지사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을 담당하며 10년을 보냈다. 이후 MSD 한국 지사 사업부 담당, 피자헛 한국 지사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며 대표가 되기 전 10년간 임원 생활을 했다. 현재는 후배 경영인과 직장인의 멘토로, 예술계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아트 프로모터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전략보다 '지금, 여기'였다>가 있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민주당 김민석 '신천지 개입' 의혹 근거로 김어준·박시영·최민희 제시 : 정청래 "본인 생각을 말하라"
  • 2 다뉴브강에서 제2차 세계대전 군함이 드러났고, 포항 수돗물은 갑자기 짜졌다 : 폭염·가뭄이 만든 낯선 풍경
  • 3 부모 외출 틈타 여동생 성폭행한 20대 남성, 1심에서 5년형 선고 : 친족 간 '암수범죄'의 심각성
  • 4 "실외기 과열, 문 닫지 마세요" 40도 안팎 폭염에 쉼 없이 도는 에어컨 : 화재 위험 경고등!
  • 5 "한국산 물은 변기 물로 써라" : 한국이 보낸 구마모토 지진 구호품에 한 일본인의 '어처구니 없는' 반응
  • 6 필리버스터는 밀리고 토론회는 묻히고 : 국힘 복당 원하는 한동훈, '검사 정치'의 한계만 드러내나
  • 7 영화 '오디세이'에 난데없는 정치논쟁 : 그리스신화 공간에서 '트럼프 전쟁의 참혹함'이 보인다
  • 8 이재명 사관학교 통합 반대를 직격했다, "세 번이나 군사 쿠데타 했는데 압도적 지위"
  • 9 민주당 친석계, 전당대회 진행 중 '보완투표권' 꺼냈다 : '사후 투표 허용' 무리수에 정청래 "투표 쿠데타"
  • 10 40도 폭염에 '대세 피서지'가 바뀌었다 : 폭포·계곡보다 이곳으로 더 몰린다

허프생각

대통령도 전문경영인도 바꾸지 못하는 산재 : HD현대 정기선 한화 김동관, 40대 두 젊은 오너의 '결단'만 남았다
대통령도 전문경영인도 바꾸지 못하는 산재 : HD현대 정기선 한화 김동관, 40대 두 젊은 오너의 '결단'만 남았다

말은 '미래', 현장은 '과거형 안전사고'

허프 사람&말

미국 민주당 내 진보파 약진 : 핵심 지역인 미시간주 상원 경선에서 압둘 엘사예드 승리
미국 민주당 내 진보파 약진 : 핵심 지역인 미시간주 상원 경선에서 압둘 엘사예드 승리

'미국 우선주의'의 진보적 해석

최신기사

  • [CEO 일기장 훔쳐보기] 올라갈 땐 치열하게, 내려올 땐 우아하게 : 나만의 커리어 설계법
    보이스 [CEO 일기장 훔쳐보기] 올라갈 땐 치열하게, 내려올 땐 우아하게 : 나만의 커리어 설계법

    '그 후'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직할 체제' 굳히기 : '매형' 김보현 사장, '임기 3년' 받고 4개월 만에 물러났다
    씨저널&경제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직할 체제' 굳히기 : '매형' 김보현 사장, '임기 3년' 받고 4개월 만에 물러났다

    1971년생 상무를 대표이사로 발탁

  • SK하이닉스 '용인 D램-청주 낸드' 신규 팹 건설에 54조 투입한다 : '연평균 19% 성장' 메모리 수요 대응해 AI 인프라 시장 핵심플레이어로
    씨저널&경제 SK하이닉스 '용인 D램-청주 낸드' 신규 팹 건설에 54조 투입한다 : '연평균 19% 성장' 메모리 수요 대응해 AI 인프라 시장 핵심플레이어로

    중장기 700조 투자의 단계적 이행

  • 이 대통령 국립외교원장에 김흥규 교수 임명 : 미·중 사이 '실용주의 외교론'을 강조한 인물이다
    뉴스&이슈 이 대통령 국립외교원장에 김흥규 교수 임명 : 미·중 사이 '실용주의 외교론'을 강조한 인물이다

    중국과도 잘 지내야 한다

  • 매각 '7수' KDB생명 이번에는 매각 성공할까 : 본입찰에 한화생명 흥국생명 한국금융지주가 최종 인수제안서 냈다
    씨저널&경제 매각 '7수' KDB생명 이번에는 매각 성공할까 : 본입찰에 한화생명 흥국생명 한국금융지주가 최종 인수제안서 냈다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 정청래·김민석, 이번엔 '노사모' 두고 충돌 : 정청래 노사모 정신으로 승리 vs 김민석 측 어색하다
    뉴스&이슈 정청래·김민석, 이번엔 '노사모' 두고 충돌 : 정청래 "노사모 정신으로 승리" vs 김민석 측 "어색하다"

    노무현을 버린 사람, 불편하겠지

  • 민주당·조국혁신당 법사위원 대법관 제청 미루는 조희대 직격, 신속한 재판 약속도 저버려
    뉴스&이슈 민주당·조국혁신당 법사위원 대법관 제청 미루는 조희대 직격, "신속한 재판 약속도 저버려"

    불통왕 조희대

  • 폭염에 아프면 돈 받는다 : 40도 날씨, 온열질환 진단비가 경기도민에게 주어진다
    뉴스&이슈 폭염에 아프면 돈 받는다 : 40도 날씨, 온열질환 진단비가 경기도민에게 주어진다

    별도 신청 없이 자동 가입

  • '더위 먹어도 빵은 먹고 싶어!' 폭염 속에도 이어진 ‘빵지순례’ 행렬 : 성심당이 대기 손님 위해 준비한 것들
    뉴스&이슈 '더위 먹어도 빵은 먹고 싶어!' 폭염 속에도 이어진 ‘빵지순례’ 행렬 : 성심당이 대기 손님 위해 준비한 것들

    모두 건강하게 '빵지순례' 마치시길.

  •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포트폴리오 전환 효과로 2분기 영업이익 1101억으로 흑자전환 성공 : 대산·여수 사업재편으로 체질개선 속도 높인다
    씨저널&경제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포트폴리오 전환 효과로 2분기 영업이익 1101억으로 흑자전환 성공 : 대산·여수 사업재편으로 체질개선 속도 높인다

    첨단소재 사업부문 영업이익 1325억 원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이용자위원회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정정·반론보도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