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재판'을 강조해 온 조희대 대법원장이 정작 대법관 한 자리는 다섯 달째 비워두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을 6개월 넘게 미루는 사이 다음 대법관 인선 절차까지 먼저 진행되자,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의원들이 "스스로의 약속도 저버렸다"며 조 대법원장을 직격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왼쪽 두번째)이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과 김승원 법사위 간사는 7일 국회에서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의원 일동' 명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조 대법원장의 직무 방기로 사법부가 멈췄다"며 "조 대법원장은 본인에게 부여된 헌법상 의무를 외면하지 말고 즉시 대법관을 제청해 사법부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 전 대법관은 올해 3월3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지만 후임 대법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1월21일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후보로 추천했지만 6개월이 넘도록 조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사위원들은 "임명 제청은 대법원장의 재량이 아니라 헌법이 부여한 책무이지만 조 대법원장은 제청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며 "기존 공석조차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오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인선 절차가 먼저 진행되는 비정상적 상황까지 초래됐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대법관 한 명이 매달 수백 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현실에서 장기간 공석은 재판 지연으로 직결된다"며 "조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강조했지만 지금은 그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조 대법원장을 향한 압박에 가세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노 전 대법관 퇴임 이후 5개월 넘게 후임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 대법원장이 "합당한 이유 없이 제청권 행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이를 두고 "헌법적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며, 대법원장 스스로 사법 불신을 키우는 일"이라며 조속한 후임 제청을 요구했다.
민주당 8·17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 후보들도 조 대법원장 책임론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민석 후보는 지난달 30일 노 전 대법관 후임 제청 지연을 비판하며 탄핵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송영길 후보는 5일 대법관 임명 제청 지연 등을 이유로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 방침을 밝혔다. 정청래 후보도 탄핵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당권주자 3명 모두 조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대법관 제청을 촉구하는 것과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은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다.
김성회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대표 후보들의 탄핵 주장에 대해 "전당대회에서 나온 이야기까지 저희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원내대표가 탄핵하겠다고 한 건 아니니까 확대해석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