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우인성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향한 비판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판단해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지귀연 판사에 빗대 '제2의 지귀연'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번 판결로 한동한 잠잠했던 법원개혁에 대한 요구가 다시 들끓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9일 정치권에서는 서울중앙지법이 전날 ‘V0’로 불린 김건희씨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1심에서 김건희 특검팀의 구형량(징역 15년)에 한참 모자란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한 것을 두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김건희 1심 판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명태균씨를 통한 여론조사 무상 수수라는 거대 범죄에는 눈을 감았다”며 “부당 이득을 취한 명백한 증거가 있고 공모 정황이 생생한 녹취록이 있는데도 ‘알았지만 공모는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법원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은 ‘주가조작 패가망신’을 경고하는데 사법부는 ‘주가조작 승승장구’를 부추긴다”며 “시세조종을 알았고, 판돈을 댔지만 공모는 아니라는 이 판결을 어떤 국민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국민의힘도 김건희씨 1심 판결에 대해 재판부 판단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법조인 출신 범여권 의원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활용된 계좌의 47%가 김건희씨 계좌였다는 점과 김씨와 김씨 모친 사이 문자가 오간 뒤 통정매매가 이뤄졌었던 사실 등으로 김씨가 주가조작의 '쩐주' 역할을 수행한 게 분명한데도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건 기존 대법원 판례나 형사소송법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시세 조정을 알았지만 다른 공동정범들이 뭘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공모 관계가 없다는 건 기존 대법원 판례와도 완전히 배치된다”며 “형법상 승계적 공동정범 이론(선행자의 범행 도중 후행자가 공동 의사로 범행에 가담하면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우 판사의 논리도 정치권의 공천과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 내려진 판결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나왔다.
우 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을 무죄로 판단한 이유로 명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실시하던 여론조사 결과를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배포한 것일 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바라봤다. 또한 재판부는 김씨와 명씨 측이 여론조사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는 점도 무죄를 판결한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나아가 우 판사는 김씨가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약속한 것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명씨가 2022년 3월 김씨로부터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취지로 언급한 뒤에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상현 의원, 윤 전 대통령 부부 등에게 지속해 연락하면서 공천을 부탁한 점을 들어 약속의 존재를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불법적 여론조사를 제공받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인 데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명씨에게 “김영선이를 공천 주라고 했는데 당에서 말이 많네”라고 말한 녹취록이 나온 상황에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의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는 우 판사의 판단은 논리적 정합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명태균 여론조사 건도 여론조사 계약과 재산적 이익이 없다거나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설시하는 이유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며 “정치판을 전혀 모르는 판결 같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28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명씨가 2022년 3월 말 비용을 받는 대신 김영선 공천을 약속받았다고 증언했다”며 “그런데도 판사가 김 전 의원 공천과 여론조사가 상관없다는 생각을 한 건데 그러면 명씨가 김건희씨한테 ‘여사님, 살려주십시오’ 이런 얘길 왜 했겠나”라고 비판했다.
김건희씨(왼쪽)와 변호인이 2025년 11월29일 재판에 참석한 모습. ⓒ 서울중앙지법
이번 김건희씨에 대한 관대한 판결과 함께 우 판사가 과거에 내린 판결도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우 판사는 과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2개의 사건(장영하 변호사의 이재명 조폭연루설·가로세로연구소의 이재명 소년원 출신) 1심을 맡았는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2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가 선고됐다.
이러한 우 판사의 판결 내용이 알려지면서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판사 탄핵' 및 '법원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의 법상식과 한참 동떨어진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검찰개혁과 함께 사법개혁이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 아프게 깨닫는다”며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주식시장에서 날린 국민들, 추운 날 거리에서 탄핵 집회를 하던 국민들의 허탈함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건희씨 1심 판결을 본 뒤 국민들이 판사를 탄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자와 연락이 쇄도했다”며 “사법개혁 공감대를 더욱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