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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투자를 압박하기 위해 관세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원유 수출을 두고 중국과 밀착하는 캐나다, 그린란드 문제에 비판적 프랑스를 향해 관세로 으름장을 놓더니 이제 한국을 향한 셈이다. 관세 카드가 위력적이기 때문일까, 다른 카드가 없기 때문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미국과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한국산 자동차, 목재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미 전략적 무역투자에 이재명 대통령과 합의하면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를 진행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여당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한미 통상합의에는 특별법안의 구체적 입법 시한까지 명시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정부에 상호관세를 올리겠다고 위협한 배경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안의 빠른 통과를 위한 협상 레버리지 강화

먼저 대미투자특별법안의 빠른 통과를 위해 재촉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상호관세 정책이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무효로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과 관련이 깊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대대적 관세정책을 도입했다. 2025년 4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발표한 상호관세가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상호관세를 이유로 손해를 보게 된 수입업체들이 관세조치가 위법하다면서 소송에 나섰고 연방법원은 1심과 2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현재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만 남았는데 빠르면 2월 말 결론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한국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안의 처리를 늦추는 동안 미국의 상호관세가 연방대법원에서 무효가 될 것을 염려했을 수 있다. 상황이 더 지체되기 전에 한국의 확답을 빠르게 얻어내고 싶은 조급증에서 이번 관세인상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폭스 비즈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관세를 일시적 협상수단을 넘어 무역준수를 강제하는 지렛대(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 조치는 2025년부터 시작된 무역관세가 대통령의 권한을 초과했는지를 판단하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가운데 나와 의미가 깊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정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레토릭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안에서 정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레토릭(수사)이라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연된 협약 비준을 이유로 핵심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을 처벌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내비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락가락하는 대내외 정책으로 미국 안에서 지지세가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23~25일 미국 전역 성인 11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8%로 나타났다. 이는 2025년 11월 중순 기록했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지지율 최저치와 같은 수치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3%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분야에서 관세를 무기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앞서 '그린란드 병합 정책'을 펼치면서 이에 반대하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를 비롯한 8개 나라에 2월1일부터 10%, 6월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뉴욕증시가 폭락하자 이 방침을 철회했다. 

또한 중국과 무역관계를 개선하려는 캐나다를 향해서도 모든 캐나다 상품과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야말로 전방위로 관세를 난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내적으로도 강압적 이민자 관리정책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단속 과정에서 미국 시민 2명이 연방단속요원에 의해 사망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29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명록 작성 모습을 보고 있다. ⓒ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0월29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명록 작성 모습을 보고 있다. ⓒ 대통령실

 

쿠팡 정보유출에 대한 한국 당정의 대응 및 디지털 규제 불만표시

일각에서는 통상 마찰이슈로 번지고 있는 쿠팡 수사 등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내 디지털 규제 관련 움직임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발언의 배경이라고 보기도 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쿠팡 청문회'를 진행한 한국 국회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이 관세문제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국회는 지난달 24일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불법 및 허위정보 삭제 등 일정 법적의무를 부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 이를 두고 미국 국무부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실무라인을 총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는 데 힘쓰고 있다. 우리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에 열린 대미 통상현안 회의에 관한 서면브리핑에서 "정부는 관세 합의 이행 의지를 미국에 전달하는 한편 차분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며 "관세 인상은 미국 연방 관보 게재 등 행정조치가 있어야 최종적으로 발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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