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4년간의 긴 유예를 끝내고 오는 5월 전면 재개된다. 양도세 중과는 노무현 정부가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했고 보수 정부가 ‘거래 활성화’를 명분으로 무력화해 왔다. 이재명 정부에 이르러 다시 한번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의 핵심 도구로 부활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엑스(X)에 부동산 양도세 중과세와 관련해 올린 글. ⓒ이재명 대통령 엑스 갈무리
27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자신의 SNS에 '부동산 양도세 중과' 의지를 재확인하는 글을 올리자 부동산 정책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재연장하는 법 개정을 또 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며 유예 종료를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오는 2026년 5월10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는 기본세율(6~45%)에 더해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의 가산세율이 그대로 적용된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할 경우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이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집을 팔아 번 돈의 대부분은 국가에 세금으로 ‘헌납’하는 셈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관련 세금을 건드리는 것은 정치적 모험이 될 수 있다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이처럼 부동산 양도세 중과 방침을 직접 밝힌 것은 그만큼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시급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YTN라디오 스타트경제에서 “지금 6·27, 9·7, 10·15 대책이 연달아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들이 최근 들어 상승하고 거래만 줄었을 뿐”이라며 “그렇게 봤을 때 공급 유도를 통해서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단기적인 목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대통령이 직접 ‘재연장은 오산’이라고 확언한 만큼 세금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5월 이전에 매물을 내놓는 ‘라스트 미닛(Last-minute)’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 부유층 다주택자들이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매도 대신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매물 잠김' 현상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언급하면서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말한 대목이 눈길을 끌고 있다. 부동산 투기 세력이나 시장의 '버티기'에 대해 던지는 '강력한 경고'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시장이 저항하더라도 국가가 조세권과 규제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일관되게 행사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자신감도 묻어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꺼내든 부동산 양도세 중과제의 뿌리는 2004년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참여정부는 집값 폭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를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로 진단하고 실거래가 과세 도입과 함께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최고 60%의 양도세율을 적용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부동산 양도세율이 9~36%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동산 양도세 중과세는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노 전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상징적 조치였다.
그러나 부동산 양도세 중과제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부침을 겪어왔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2009년 4월 부동산 양도세 중과제를 2010년 말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유예 조치는 2012년 말까지 연장되면서 사실상 무력화됐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거래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부동산 양도세 중과제는 이를 가로막는 제도로 여겨졌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반인 2013년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신축 주택이나 미분양 주택, 그리고 1세대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6억 원 이하 또는 전용 85㎡ 이하)을 살 경우 향후 5년간 양도소득세를 100% 면제해줬다. 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위한 ‘군불 떼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의 '유예'가 아닌 '제도 폐지'를 강력히 추진했고 2014년 1월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가 도입 10년 만에 완전히 폐지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묻혀있었던 부동산 양도세 중과세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에 2주택자가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양도할 경우 기본세율에 10%포인트를 가산하고,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20%포인트를 가산하도록 했다. 그 뒤 2020년 7·10 대책에서는 중과세율을 더욱 높여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자는 30%포인트를 더해 세금을 매겼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부동산 매물 유도를 명분으로 ‘1년 한시 유예’ 도입한 후 2025년까지 매년 연장하며 부동산 양도세 중과세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현재 국민의힘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강력한 세제를 시행할 때마다 주택 가격이 더 올랐다며 이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하며 사실상 징벌적 과세의 부활을 선언했다”며 “이미 과거에 실패했던 '세금으로 집값 잡기' 정책의 재탕이자 시장 원리를 무시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번 양도세 중과 면제 유예를 ‘정상화’라고 보고 있는 만큼 적어도 이재명 정부 임기 동안에는 양도세 중과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6일 유튜브 백운기의 정어리TV에 출연해 부동산 양도세 중과세 유예 종료를 두고 “새로운 증세안을 발표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자가 “(대통령이) 이것도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보시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