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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급변하는 노동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일하는사람법)’ 제정과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한다. 1953년 굴뚝 산업 시대의 공장 노동자를 모델로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플랫폼 종사자·프리랜서 등 새로 등장한 노동자까지 모든 노동자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리찾기유니온이 지난 2021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가짜 3.3 근로자지위확인 1호 진정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리찾기유니온이 지난 2021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가짜 3.3 근로자지위확인 1호 진정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정치권과 정부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고용노동부가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제정에 나서면서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20일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우선 추정'해 보호하고 여기서 제외되는 이들은 노동권리장전 격인 일하는사람법으로 보호한다는 걸 뼈대로 하는 법률안을 발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게 직접 고용돼 지휘·감독을 받는 통상적 ‘임금 근로자’만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배달 라이더, 웹툰 작가, 정보통신(IT) 분야 프리랜서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가 급증했으나 이들은 '개인사업자'라는 명목 아래 노동 관련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산재보험이나 퇴직금을 받으려면 본인이 직접 ‘나는 근로자다’라는 사실을 법정에서 증명해야 했다. 특히 이들은 실질적으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상사의 지시를 받는 '근로자'인데 사용자가 4대 보험료나 퇴직금 등 비용을 아끼기 위해 억지로 '사업소득세 3.3%의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경우가 많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14일 공개한 국세청 자료를 보면 근로소득세 대신 3.3%의 사업소득세가 원천 징수되는 노동자 수는 2024년 기준으로 약 870만 명에 달한다. 870만 명 모두가 실질적 노동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행 노동법의 보호망 밖에 놓인 잠재적 보호 대상 규모가 그만큼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정부는 근로자 추정제를 통해 민사소송 시 노무제공자를 노동자로 우선 추정하고 사측이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점을 반증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쉽게 말해 노동자인지 여부를 입증하는 주체를 노동자에서 회사로 바꾼 것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일하는사람법을 통해 근로자 추정제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 인정되지 못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일하는사람법에는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성희롱·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권리,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을 변경·해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이 담긴다.

이러한 정부의 개편안을 두고 1953년 이후 73년 만에 노동의 패러다임을 ‘계약’에서 ‘실질’로 바꾸는 거대한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문제가 생겨서 법원에 가면 일단 노동자로 봐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보다 근본적 정책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요컨대 정부는 '분쟁 발생 시 추정 인정'이라 한다면 노동계는 '분쟁 발생 이전부터 근로자성 자동 인정'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현장 감독관과의 대화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현장 감독관과의 대화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은 20일 정부안이 발표된 뒤 성명을 통해 “노동법 사각지대를 국가 책임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 노동자 오분류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근로자 추정제를 분쟁 이후에만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권리 보장이 아니라 또 다른 진입장벽”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같은 날 성명에서 “분쟁 해결을 전제로 한 추정 규정을 두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현장에서의 실질적 권리 보장으로 연결되기에는 제도적 한계가 분명하다”고 바라봤다. 

노동계가 이처럼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나 영세 프리랜서가 대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근로기준법 위반 시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는 형사적 효력이 즉각 발생해야 노동자 보호의 실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사람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만큼 노동계의 주장이 관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은 노사 분쟁을 양산하고 사업주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취지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870만 명을 분쟁이 나면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떠넘기겠다고 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분쟁 폭증, 비용 급증, 채용 축소, 외주 중단”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비판에 대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겪는 피해를 보호해야 할 책무를 방기한다고 반박하며 입법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해철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언론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일하는 사람의 보호보다 기업의 비용 부담과 분쟁 가능성만을 먼저 걱정하며 노동계와의 정책연대를 ‘친노동’으로 비꼬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특고·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형식적 보호를 내세운 홍보에 그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노동절인 오는 5월1일까지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사람법 제정 등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두 법안을 이재명 정부의 ‘1호 노동법안’으로 강조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작년 연말에 김주영·김태선 민주당 의원께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도 발의하고 근로자 추정제도 지금 입법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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