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하면서 30대 미국 여성을 사살한 사건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정당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인권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미국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니애폴리스 총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은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언론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연방 법집행기관에 대한 공격이며, 법과 질서에 대한 공격이고, 미국 국민 전체에 대한 공격이다”라며 “단속국 요원을 차로 들이받으려 했기 때문에 발생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와 경찰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각)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들이 표적 단속 작전을 수행하던 중 37세 여성 1명이 요원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러나 CNN 등 주요 미국 언론에 따르면 사망한 사람은 이민자가 아닌 백인 여성이자 미국 시민권자로 15·12·6살 세 자녀를 둔 러네이 니콜 굿(37)으로 확인됐다.
미국 미네소타주 ICE 요원 총격사건 현장. ⓒ연합뉴스
브라이언 오하라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해당 여성은 머리에 총상을 입었고,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CNN이 확보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ICE 요원들이 도로 한가운데 옆으로 멈춰 서 있던 SUV차량에 다가가 갑자기 차문을 열려고 했고 곧이어 차량이 급히 움직이자 바로 앞에 서 있던 ICE 요원이 총을 꺼내 2~3발을 발사했다.
국토안보부는 당시 상황에 대해 “표적 작전 수행 중 폭도들이 요원들의 활동을 방해하기 시작했고, 이들 중 한 명이 차량을 무기화해 요원들을 들이받아 살해하려 했다”며 “이에 한 ICE 요원이 자신과 동료의 생명, 공공 안전을 우려해 방어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주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네소타주에 ICE 요원 약 2천 명을 투입해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네소타주는 1972년 이후 50년 넘게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는 민주당 초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며 현재 미네소타 주지사인 팀 윌즈도 미국 민주당 소속이자 ‘반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팀 윌즈 주지사는 8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설계된 통치의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연방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이콥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도 “도시의 안전을 지킨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라며 “이민단속반(ICE) 탓에 사람이 죽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꺼져라(Get the Fuck off)”라고 비판했다. 미니애폴리스 시민들도 이번 총격 사건에 분노하며 시위에 나섰다.
미국 시민들이 8일(현지시각)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아이스(ICE) 테러 중단' 긴급 시위에서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은 오랜 시간 스스로를 ‘자유와 인권의 보루’로 자처해 왔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이러한 '미국적 가치'가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은 매년 '국가별 인권 보고서'를 발간해 다른 나라들의 인권 탄압을 지적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과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굿이 ICE 요원을 고의적으로 차로 들이받았다”며 “요원이 총을 쏜 건 정당방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