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조직문화’는 카카오가 ‘카카오스러움’을 강조할 때 특히 많이 하는 말이다.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자산 총액 10조 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수평적 조직문화는 카카오의 DNA처럼 언급돼왔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에서 벌어진 사망 사건을 두고 카카오의 조직 문화가 카카오의 수평 DNA와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평적 조직문화'는 지금도 카카오의 DNA라고 할 수 있을까. 사진은 2009년 카카오톡 출시를 앞두고 전체 직원이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여한 모습. 카카오는 2020년 '지금의 카카오를 있게 한 것'이란 글에서 '수평적인 문화'를 언급하며 이 사진을 게재했다.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해왔다. 그는 카카오톡 10주년 기념사에서 “사람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문화가 일을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영어 호칭, 모든 정보 공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며 가장 먼저 수평적 조직 문화를 언급했다.
지난해까지 5년간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 보고서)에도 조직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보고서에서 카카오가 매년 조직문화 측정 지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조직건강성’이다. 2023년에 업계 최초로 발간한 ‘다양성 보고서’에는 조직건강성 측정 결과, 구성원 86%가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직원 사망 사건은 이러한 지표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2일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난해 상사의 성추행 가해로 인해 괴로움을 호소하던 직원이 사망한 사건이 알려졌다. 성추행 발생 직후 카카오가 가해자에게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의 대응이 ‘솜방망이 처벌’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카카오가 조직 내 위계 범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해온 만큼 사내 위계 범죄에 보다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2017년에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당시 사내 성추행이 발생하자 가해자가 자진 퇴사했고 카카오는 징계 절차를 중단했다.
한 카카오 재직자는 현재 카카오의 조직문화에 대해 “문제제기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카카오 관계자는 “조직문화 자체만 놓고 보면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카카오가 사내문화 개선에 완전히 눈을 감고 있던 것은 아니다. 2021년에는 경영진 차원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적도 있다. 당시 직장인 커뮤니티에 사내 괴롭힘을 언급하며 죽음을 암시하는 글이 게재됐고 이를 계기로 카카오 조직문화에 대한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여민수, 조수용 전 카카오 공동대표는 직접 간담회에 참석해 직원들과 소통했다. 김범수 창업자도 사내 간담회에서 “불편하게 억압하는 회사는 안 되게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매년 ESG보고서를 통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성적 괴롭힘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횟수를 공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적 괴롭힘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평균 2건, 직장 내 괴롭힘은 연간 평균 5건 발생했다. 2023년부터는 성적 괴롭힘과 직장 내 괴롭힘이 ‘차별 및 괴롭힘’ 항목으로 통합됐고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3건, 9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