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병기 리스크’를 돌파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본인과 가족 비위는 물론 ‘돈 공천’ 의혹에까지 휩싸인 김 전 원내대표의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원내대표가 ‘탈당 불가’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병기 전 원내대표. ⓒ연합뉴스
정 대표는 이번 ‘김병기 사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 하락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제명’ 등 강력한 징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징계 과정에서 새로운 내부 잡음이 터져 나올 수 있는 만큼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6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공천 비위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17대 국회 이후로 공천 부정 부분은 상당히 없어졌다, 달라졌다 생각을 하는데 이번에 상당히 당황스러웠다”며 “(불거진 의혹) 이외에 다른 일이 없다 라고 믿고 있고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당 내부에 경찰 출신 이상식 의원이 단장을 맡는 ‘클린선거 암행어사단’을 만들어 17명의 비밀요원을 17개 광역별로 공천 감찰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 공천제도 개선과 별개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원내대표직 사퇴만으로는 비판적 여론을 가라앉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1일 자진 탈당한 강선우 의원을 즉각 ‘제명’했다. 이와 달리 김 전 원내대표에게는 소명의 기회를 준다는 방침을 정하고 오는 12일 윤리심판원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김 전 원내대표에게 소명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김 전 원내대표의 태도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직은 내려놓았으나 자신을 향한 의혹을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규정하며 당적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출당을 시키더라도 내 발로 당을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원내대표가 탈당하지 않으며 ‘버티기’에 돌입한 배경에는 2022년 지방선거는 물론 2024년 총선 공천까지 실무를 맡았던 김 전 원내대표의 이력 때문에 당이 김 전 원내대표를 강하게 압박하지 못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즉 김 전 원내대표가 ‘다함께 죽자’는 폭탄을 터뜨릴 수도 있지 않냐는 것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6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김 전 원내대표의 탈당 거부를 두고 “제명할 수 있으면 해봐, 나랑 만나서 나랑 얘기한 사람 지금 한두 명인 줄 알아? 내가 지난번에 이재명 당 대표의 블랙 요원으로서 공천 다 주도했고 그 내용 다 알아, 대통령이라고 날 칠 수 있을 것 같아? 한 번 싸워보자라고 들렸다”고 바라봤다.
일반적으로 김 전 원내대표 정도의 비위 의혹에 휩싸이면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선당후사’(당을 먼저 위하고 개인은 다음에 생각한다)라는 마음으로 탈당하는 것이 정치권의 관례로 여겨진다. 이에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결단’ 쪽으로 고 민주당 내부 여론이 기울고 있다.
3선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6일 YTN라디오 더 인터뷰에서 “김병기 의원도 당을 우선시하는 분이라고 믿는다”며 “그래서 당에 가장 부담 안 가는 결정을 스스로 판단하셔서 하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리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5선 박지원 의원은 이날 광주 북갑 지역위원회에서 열린 2026 정국 전망 초청 특강에서 “김 의원의 결백을 믿기 때문에 살신성인과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자진 탈당하고 경찰 수사를 받은 뒤 돌아와야 한다”며 김 전 원내대표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김 전 원내대표가 끝까지 버틴다면 정 대표가 결국 최고수위 징계인 ‘제명’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6일 뉴스1 유튜브 팩트앤뷰에서 “일탈 자체는 개별적일 수 있었을지라도 이 사태를 수습해야 되는 건 사실 당의 책임이 된 것”이라며 “김병기 의원에 대해 상당한 수위의 징계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