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와 한혜진이 다시 만났다’는 소식이 지난 5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전현무가 과거 교제했던 모델 한혜진과의 재결합 소식이 아니었다. 축구선수 기성용의 아내이자 배우인 한혜진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동 MC로 호흡을 맞춘다는 내용이었다.
모델 한혜진(왼쪽), 방송인 전현무(중앙), 배우 한혜진(오른쪽). ⓒ연합뉴스
모델 한혜진과 배우 한혜진이 동명이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목을 의도적으로 내건 것이다. 이에 대해 대중의 반응은 대체로 “속았다”는 것이었다.
사진 자료. ⓒ온라인 캡쳐
이른바 ‘제목 낚시’가 기승을 부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종이신문의 시대를 지나 언론의 중심이 인터넷 매체로 옮겨가면서, 조회수로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 속에서 타 매체보다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을 ‘차별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유명 연예인 OOO, 숨 쉰 채 발견
사진 자료. ⓒ트위터(현 X) 캡쳐
2011년 어느 날 오전, 트위터(현 X)에는 방송인 강호동의 사망설이 빠르게 퍼졌다. 한 누리꾼이 장난삼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오늘 오전 강호동 자택에서 ‘숨 쉰 채’ 발견(1보)”이라는 글이 발단이었다.
해당 게시물은 매체가 작성한 기사는 아니었다. 사망 기사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인 ‘숨진 채’를 ‘숨 쉰 채’로 비틀어 쓴, 장난기 배인 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실제 사망 소식으로 오인했고, 관련 내용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강호동 사망설’은 당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그해는 유독 사망설이 연이어 확산된 해이기도 했다. 연에인과 기업인을 넘나드는 괴소문들이었다. ‘(속보) 톱스타 이효리 자택서 숨 쉰 채 발견(1보)’이라는 짤막한 게시물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고,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설도 확산됐다.
OOO이 옥상에서 떨어져 숨져...(드라마에서)
배우 한채영(왼쪽), 사진자료. ⓒ연합뉴스
그래도 개인의 장난에서 비롯된 앞선 사례들은 그나마 ‘귀여운 축’에 속한다. 최근 들어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뽑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연예 기사에서 두드러진다. 요즘은 배우의 극중 행적을 마치 실제 사건인 것처럼 제목에 반영하는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
KBS 2TV 드라마 ‘스캔들’에 출연한 배우 한채영은 극중에서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되는 장면을 연기했다. 그런데 한 매체는 드라마 내용을 전하는 기사에서 ‘한채영, 옥상서 추락사한 채 발견’이라는 취지의 제목을 달았다. 제목 끝에 드라마명 ‘(스캔들)’을 덧붙이긴 했지만, 드라마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이를 실제 사건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극중 행적을 실제 배우의 삶인 것처럼 포장한 낚시성 기사는 포털 클릭 경쟁 속에서 연예 분야를 중심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낚시 기사 대중들에게 가장 큰 피로감 안겼다
사진 자료. ⓒ연합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2025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8개 항목으로 나눠 5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심각하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낚시성 기사는 평균 3.66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어 어뷰징 기사(3.65점), 편파적 기사(3.63점), 허위·조작 정보(가짜뉴스, 3.58점), 받아쓰기식 기사(3.57점), 자사 이기주의 기사(3.56점), 광고성 기사(3.48점) 순이었다. 오보는 3.43점으로 가장 낮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한편 전현무와 ‘배우’ 한혜진의 공동 MC 소식을 다룬 이번 낚시성 기사에 대해 누리꾼들은 “AI가 아직 이 경지는 못 따라가는구나”, “와, 낚시 제대로다”, “그 한혜진인 줄 알았다”, “속았다”, “기자도 제목 짓고 혼자 웃었을 듯”, “간만에 제대로 낚였다”, “이러고 낚시하면 재미있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