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 CEO들의 연임 문제를 지적하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 수위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10월 ‘참호 구축’에서 시작된 이 원장의 발언은 ‘과도한 연임 욕구’를 거쳐 ‘골동품’까지 수위를 높여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6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감원장이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3차례에 걸쳐 국내 금융사 CEO들의 장기 연임 문제와 이를 위한 이사회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해왔다.
특히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 원장이 꺼낸 ‘골동품’ 발언은 장기 연임의 문제가 단순히 현재의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금융지주들의 미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이 원장이 ‘작심 비판’에 나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이 원장은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이 너무 연임을 하다보면 차세대 후보도 6년씩 기다리게 된다”라며 “그러면 그분들(차세대 후보)도 결국 에이징이 와서 ‘골동품’이 된다”고 지적했다.
장기집권의 문제가 차세대 리더십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 원장이 구체적으로 ‘6년’이라는 수치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이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자체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대부분 3년으로, 한 차례라도 연임에 성공한다면 기본적으로 6년의 임기를 부여받게 된다.
현재 국내 8개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올해 연임에 성공한 사람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6년의 임기를 부여받았다.
양종희 회장과 이찬우 NH금융지주 회장, 황병우 iM금융지주 회장은 첫 번째 임기를 수행중이며 2019년 회장 자리에 오른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유일하게 3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이 원장은 장기 연임의 배경에 한 쪽으로 편중된 이사회 구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JP모건이나 외국계 투자은행들을 보면 교수진은 없고 라이벌업체의 이사진이 와서 보드진(이사회)를 꾸린다”라며 “주주들의 이익에 충실할 수 있는 분들이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에 맞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와 CEO가 분리되지 않는다면 CEO 견제장치가 사라진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CEO의 권한이 센데 사외이사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사회가 어떻게 제대로 돌아가겠나”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문제와 이사회 구성 문제를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그룹 회장이 되면 이사회를 자기 사람들로 채워 일종의 ‘참호’를 만드는 분들이 있다”라며 “(금융사가) 오너가 있는 제조업체나 상장법인과 별다를 게 없어지면 금융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금융회사 회장들의)승계 요건과 절차가 좀 더 명확하고 투명해야 하며 공정하고 객관적 기준을 갖춰야 한다”며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