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위해 당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3선 의원을 지낸 대표적 ‘경제통’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의 내각에 입각한다면 보수진영의 뚝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더욱 열과 성을 다한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6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이나 재산 형성 관련 의혹을 들춰내는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국회의원으로 공천할 때는 눈감아주지 않았나'고 되받아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6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향해 자녀 증여세 ‘엄마 찬스’ 의혹까지 불거졌다며 총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거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자는 금수저 3형제 증여세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며 “2021년 5월에 세 아들이 총 1억2900만 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고 하지만 모두 직장을 다니기 전인데 무슨 돈으로 이렇게 많은 증여세를 냈나. 증여세 원천이 엄마찬스였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후보자는 보좌진을 돌쇠처럼 취급하면서 막말과 고성과 갑질로 대한 장본인인데 세 아들은 증여를 등에 업은 금수저에, 보좌진이 수박 심부름까지 했다는 보도도 있다”며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1일 1폭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방중을 마치고 귀국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후보자 지명 철회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이 후보자 낙마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히 현 정부 장관 인사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의 '보수 인사 영입'이 가져올 파괴력에 대한 깊은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과정에서 영입돼 이재명 정부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과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을 비롯해 이 후보자까지 이른바 ‘합리적 보수’ 상징성을 지닌 인물들이 잇따라 이재명 정부에 합류하게 되면 보수의 정체성과 지지 기반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수 인사의 추가 이탈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6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국민의힘의 이 후보자 의혹 제기 움직임을 두고 “둑을 막으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이 후보자의 낙마 여부는 단순한 인사검증을 넘어 보수 진영을 수성하려는 국민의힘과 보수 쪽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이재명 대통령 사이의 거대한 '정치적 승부'가 되는 모양새다.
이와 별도로 국민의힘이 당력을 총동원해 이혜훈 후보자의 과거를 들춰내는 것을 두고 '누워서 침뱉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문제적 인물' 이혜훈 후보자를 5번이나 국회의원에 공천했기 때문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5일 YTN라디오 더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의 과거 책임은 국민의힘한테 있다”며 “자기들이 5번이나 공천하고는 이제야 이 대통령이 임명한 이 며칠 사이에 그렇게 비리 정치인이었나. 당신들은 모르고 (공천)했느냐”고 비판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도 같은 날 유튜브 정품쇼에서 “우리 편일 땐 그런 재산 증식 등에 아무런 관심 없다가 갑자기 배신자처럼 되니까 재산 증식 막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너무 웃긴 거 아닌가”라며 “(국민의힘의) 굉장한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 후보자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다 사안이 단순하게 “실수였다” 또는 “반성한다” 정도로 넘어가기 쉽지 않다는 점은 인사청문회를 앞둔 여권의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