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이재명 대통령의 '최종병기'가 되겠다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불거진 각종 비위 의혹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직을 고수하면서 여권에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원내대표가 도덕성이 심각하게 손상되면서 정부여당 지지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진단까지 이어진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29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김병기 민주당 원내내표가 오는 30일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국민 사과’에 그칠지,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전남 무안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의 거취 관련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에게 불거진 의혹은 장남의 국가정보원 채용, 차남의 숭실대학교 편입 개입, 국정감사 전 쿠팡 대표와의 식사,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가족 공항 의전 요구, 지역구 내 위치한 병원에서 진료 특혜,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및 지역 개발 관련 보좌진 업무 지시, 아들의 국정원 업무에 의원실 보좌진 동원, 차남 빗썸 취업 등 10가지에 이른다.
김 원내대표의 사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김 원내대표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수습하기 어려울 만큼 불거져 원내대표직 사퇴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 측이 자신에 대한 의혹을 언론에 폭로하고 있는 전직 보좌진을 비판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더욱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입장만 밝힐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 김 원내대표가 이른바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다면 향후 이재명 정부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폭로하는 전직 보좌진이 12·3 비상계엄 당시 부적절한 행태를 보였던 인사들이라 비판하고 있지만, ‘메신저’ 공격만으로는 불거진 의혹에 명확한 해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서용주 맥정치연구소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병기 원내대표는 행위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미 방어선이 무너졌다”며 “(의혹과 관련된 행위를) 했다는 걸 부정할 수 있으면 각자의 주장으로 한번 다퉈볼 만 하지만 ‘했다’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거를 더 구구절절 얘기를 해 봤자 스스로 더 내상을 깊게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사태를 관망하던 조국혁신당도 사실상 사퇴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력한 입법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에 김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연일 정치권의 입길에 오르내리자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병언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근 제기된 김병기 원내대표의 여러 의혹이 엄중해 보이는 만큼 사안의 엄중함에 부합하는 사려깊은 행보를 보여달라”며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여당 지도부의 한 명으로서 책임과 지혜를 보여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그동안 버틸 수 있는 배경에는 민주당 내부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 박지원 의원을 제외하면 민주당 소속 의원 누구도 김 원내대표를 향해 명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지는 않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김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친청’(친정청래) 성향의 최고위원들이 당선된다면 당 내부에 정청래 대표의 입김을 견제할 만한 구심점이 사라져 당 주도권이 정 대표가 쪽으로 급속하게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도 최근 며칠 사이 정 대표의 ‘자기정치’를 막기 위해서라도 김 원내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 내에서는 이런저런 공학적인 저울질이 있는 것 같다”며 “김병기 의원이 여기서 사퇴하게 되면 정청래의 독주를 누가 견제하느냐부터 시작해서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코드가 맞는 당의 관리 주체인데 대통령실 반응을 잘 모르겠어서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당시 당원들로부터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으며 선출된 김 원내대표의 상황에 난감해 하고 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김 원내대표 거취 관련 질문에 “김 원내대표의 문제 같은 경우는 당연히 엄중히 인식하고 있지만 원내에서 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만큼 대통령실이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거리를 둬야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