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 선을 돌파하며 서민들의 일상을 덮치고 있다. 고환율 여파로 수입 물가가 치솟아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데다 해외여행을 떠나려 해도 한숨이 나오는 지경이 됐다. 정부와 외환당국이 연말 환율을 1472원 아래로 묶어두기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나오는 22일 원달러 환율 시세. ⓒ뉴스1
2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27분 기준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76.3원) 대비 3.40원 오른 1479.7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1시57분 기준으로 1480원대(1480.85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달러 약세 흐름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초 이후 12월19일까지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21.16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평균 환율(1394.97원)보다 26.19원 높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평균 환율은 1420원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먹거리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수입품에 크게 의존하는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고환율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행의 수입물가지수에 따르면 2020년을 100으로 할 때 11월 커피 수입물가는 달러 기준으로 307.12, 원화 수준으로는 379.71로 나타났다. 커피 국제 시세가 급등한 탓에 달러 기준 수입 단가도 5년간 3배가 치솟았는데 환율 영향까지 겹쳐 원화 환산 커피 가격은 5년 사이 거의 4배 올랐다.
같은 기간 소고기 물가도 달러 기준(129.99)으로 약 30%, 환율을 반영한 원화 기준(160.57)으로는 상승 폭이 60%에 달했다. 커피와 소고기 외에 과일(30.5%), 옥수수(35.3%), 밀(22.1%) 등의 원화 기준 가격도 크게 올랐다.
고환율 영향으로 국내 여행객을 해외로 보내는 아웃바운드 여행사들도 실적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지난 3분기 해외 송출객은 각각 93만450명, 28만751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31.2% 줄었다. 몇 달 전만 해도 1300원대 중반을 예상하며 여행 계획을 세웠던 이들은 1500원에 육박하는 환율을 고려해야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YTN라디오 생생경제에서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서 물가가 상승한다”며 “한국은행도 환율이 평균 10% 오르면 물가가 약 0.3%포인트 상승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 상승은 원화 가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달러 기준으로 보면 자산 가치도 낮아진다”며 “유동성이 자산 쪽으로 쏠리면서 실물경제에는 오히려 자금이 부족해지는 ‘경제의 궁핍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외환당국은 연말 환율을 지난해 말 종가 수준인 1472원 선보다 ‘하향 안정화’ 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사상 처음으로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초과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국민연금이 원/달러 환율 수준을 낮추기 위해 이르면 이번 주 초부터 대규모 환 헤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은숙 상명대학교 국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날 YTN라디오 굿모닝경제에서 “국민연금이 1200억 달러 이상 해외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서 환율이 1400원에서 1480원으로 오르면 환산가치가 10조 원 증가한다”며 “(국민연금의) 환 헤지는 환산 가치 10% 정도 증가하는 걸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외환당국이 연말 환율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은 연말 환율이 정부 재정과 기업 재무제표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YTN라디오 생생경제에서 “연말 환율은 회계 기준으로 매우 중요하다”라며 “정부의 GDP 환산, 기업의 재무제표, 부채비율, 자산가치 등이 모두 연말 환율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연말 환율이 높으면 기업 신용도와 국가 신용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