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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그룹의 대표적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꼽혀왔다. HD현대오일뱅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2조7898억 원에 이른다. 

당시 업황이 살아나지 않았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영업손실 3556억 원을 봤고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8조 원대의 상대적으로 작은 외형 탓에 영업이익 4644억 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구원투수'로 비용 효율화 총력전, '정기선 믿을맨' 평가 걸맞게
송명준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HD현대오일뱅크.

사실상 HD현대그룹 전체 수익성을 HD현대오일뱅크가 홀로 책임진 셈이다. 그러나 HD현대오일뱅크의 캐시카우 역할은 정유 업황 호조 때나 가능한 이야기인데다 부진기에는 낙폭도 상당히 크다. 정유업 특성상 유가와 정제마진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영업이익 2580억 원, 영업이익률 0.8%를 기록했고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으로 영업손실(190억 원)까지 보고 있다. 정유 사업부문 영업이익이 1천억 원대로 줄면서 3년 만에 이익 규모가 3조 원 가까이 쪼그라든 것이다. 

여기에는 매출 비중 10% 초반 수준인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부진까지 얹혀 있다. HD현대오일뱅크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700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3463억 원으로 확대됐다.

정유 사업부문은 외부 변수에 변동성이 극심하고 석유화학 사업부문은 정부 주도 사업재편이 이뤄질 정도로 사정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HD현대오일뱅크 구원투수로 투입된 송명준 대표이사 사장의 비용 효율화 숙제가 무거운 이유다.

◆ 정기선의 ‘믿을맨’으로 평가받는 송명준, 지속해서 주어지는 원가절감 과제

송명준 사장은 HD현대그룹 내에서 정기선 회장의 대표적 핵심 참모로 평가된다.

1969년생인 송 사장은 1995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HD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긴 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오일뱅크, 지주사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말 인사를 거쳐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특히 HD현대중공업 중국지주회사 재무총괄, 기획실 재무부문장, 재무팀장, HD현대오일뱅크 재무부문장, HD현대 재무지원실장, HD한국조선해양 재무지원실장을 지낸 재무 전문가로 평가된다.

송 사장은 정기선 회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내정된 2021년 말 경영지원실장으로 HD한국조선해양에 합류했다. 당시 HD현대에서는 재무지원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HD현대오일뱅크 대표에 오른 지금도 이 직책을 겸하고 있다.

그룹의 가장 핵심인 지주사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소속으로 지근거리에서 오너3세를 보좌하고 있는 것이다. HD현대오일뱅크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송 사장은 정 회장의 신뢰 아래 에너지 부문 대표 계열사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성격이 짙다.

정 회장은 지속해서 송 사장에게 원가절감이라는 명확한 숙제를 부여하고 있다.

HD현대는 2024년 말 송 사장이 대표로 내정된 인사에서 외형 확장, 미래기술 확보 등을 폭넓게 요구한 다른 사업부문과 다르게 HD현대오일뱅크에는 ‘원가절감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단일한 기대를 나타냈다. 

최근 회장 취임 직후 발표한 담화문에서는 정 회장은 HD현대오일뱅크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라는 주문을 더하기도 했다. 다만 석유화학사업을 꼭 집어 ‘지속적 혁신활동을 통한 원가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석유화학 사업재편 첫 테이프, 송명준 경제성 높이기에 속도를 붙인다

송명준 체제에서 HD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함께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석유화학 산업 사업재편의 첫 시작을 알렸다. 정부의 의지에도 당초 예상보다 지지부진하던 석유화학 구조개편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공동사업재편계획(석유화학 사업재편) 승인심사 신청을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이 대산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물적분할한 뒤 분할회사가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고 추후 분할회사와 HD현대케미칼의 대산 NCC 가운데 하나만 운영하는 구조다. HD현대케미칼은 2014년 HD현대오일뱅크가 60%, 롯데케미칼이 40% 지분을 지니고 출범한 합작회사다.

내년 2월 대산 NCC를 향한 금융지원 방안이 결정되면 본격적으로 사업재편의 결과가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의 NCC 가운데 하나가 가동을 중단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어 최대 110만 톤의 생산량 감축이 예상된다. 대산 NCC 생산능력을 보면 롯데케미칼이 연간 110만 톤, HD현대케미칼이 연간 85만 톤이다.

송 사장은 석유화학 사업재편과 별개로 매출원가율이 더 악화한 만큼 기존 설비의 효율화 작업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오일뱅크의 연결기준 원가율은 지난해 연간 102%에서 올해 1~3분기 106%로 4%포인트 높아졌다.

HD현대오일뱅크의 정유·석유화학 사업부문 원가절감, 공정 효율화는 생산비율을 조정하고 투입 원재료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원유를 투입해 석유류 제품을 뽑아내면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등을 생산할 수 있는데 시황에 따라 같은 원가에서 가장 우수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다. 또 정유·석유화학공정에 필요한 콘덴세이트, 원유, 납사, 액화석유가스(LPG) 등 여러 원재료 가운데 대체 가능한 선에서 값싼 원재료를 투입할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제성 높은 원유를 수입하는 데 더해 저렴한 원재료 사용과 수익성 높은 제품 위주의 공정 운영으로 원가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또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로 정유 공정 부산물이 쓰이면서 석유화학 공정에서는 정유 제품이 생산되는 만큼 정유-석화 두 분야에서 통합적 공정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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