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제65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대세를 입증한 해리 스타일스. 하지만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그가 한 수상소감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6월 발매한 앨범 '해리스 하우스(Harry's House)'로 시상대에 올라선 해리 스타일스는 "나는 모든 분야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받았다. 인생의 매 순간마다 각 분야의 곡들을 들었다"며 "오늘 같은 밤엔 음악에 있어서 '최고'란 없다는 사실을 모두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을 이었다.
수상소감을 전하는 해리 스타일스. ⓒ그래미 유튜브
문제는 그다음 발언에 있었다. 스타일스는 "이런 일은 나 같은 사람에게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며 기쁜 마음을 표했다. 하지만 그래미 시상식이 열린 미국은 다인종·다문화 국가고, 해리 스타일스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영국 출신의 백인 남성이다.
스타일스와 함께 2023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 후보에 오른 아티스트 중에는 흑인 여성 아티스트 비욘세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배드 버니,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의 복잡한 삶을 음악으로 풀어낸 바 있는 켄드릭 라마도 있었다. 밤잠을 미뤄가며 그래미 시상식을 지켜보던 관객과 시청자들은 이내 삶에서 어떤 유리천장도 마주할 리 없었던 스타일스의 모순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언론인 샘 샌더스는 트위터를 통해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소감은 지금까지 들었던 수상소감 중 가장 백인 특권적인 말이다"라며 스타일스의 발언을 꼬집었다. "해리 스타일스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내용의 트윗은 2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스타일스의 발언을 인용하며 "당신은 밴드(원디렉션)가 해체한 후 수준 미달의 음악을 보완하기 위해 퀴어 감성을 사용하는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스트레이트 백인 영국 남성이다. 이런 일(그래미 수상)은 항상 당신과 같은 사람에게 일어난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한편, 소감을 전한 그래미 시상식은 인종차별 논란이 계속해서 일어온 바 있다. 2017년 시상식에서 영국 출신 백인 가수 아델이 경쟁자 비욘세를 제치고 본상 4개 중 3개를 수상하자, SNS 사용자들은 '그래미는 너무 하얗다(#GrammysSoWhite)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했고, 아델 또한 "올해의 앨범 수상자는 비욘세다"라고 말하며 트로피를 반으로 쪼갰던 사례가 있다. 당시 비욘세는 흑인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곡 '레모네이드(Lemonade)'로 그래미 후보에 올랐었다.
곡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s)'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흑인 팝가수 더 위켄드 또한 2020년 그래미 공개 비판에 나섰다. 그의 곡은 빌보드 역사상 최장 기간 핫100 차트에 올랐음에도 수상 후보에서 제외됐고, 이에 위켄드는 "그래미는 썩었다"며 "앞으로 그래미에 내 음악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방탄소년단(BTS)도 예외는 아니다. '버터' '마이 유니버스' 등 연속 히트곡을 내며 세계 무대에 입지를 다졌음에도 그룹의 그래미 수상은 올해로 3년 연속 불발된 것. 인종차별 문제가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 해리 스타일스의 소감은 그래미 시상식의 논란에 더욱 불을 지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