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이 제대로 없다. 성수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술집, 무근본에게만큼은 칭찬이다. 무근본은 '닉값'하는 술집이다. 어떤 회사였는지조차 모를 낡은 사무실을 그대로 술집으로 쓴다. 할머니 집에서 봤을 법한 꽃무늬 벽지에, 괴랄한 마네킹 머리, 그 시절 핸드폰 대리점에서 보던 'T world' 쇼케이스 뒤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장님까지. 후기의 말을 빌리자면 "1도 조화없는 오브제가 모여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허프포스트는 근본 있는 술집, 성수 무근본의 사장님과 인터뷰했다.
가짜 가득한 세상 속 단 하나의 진짜, 무근본
- 개인적으로는 네이버에 적힌 소개글, “가짜 가득한 세상 속 단 하나의 진짜, 무근본” 같은 문구를 보고, '무근본'은 근본 있는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에 대한 풍자라고 느껴졌다.
= 풍자까지는 조금 거창하지만, 조롱이다. '근본 없음'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손님들이 얘기할 때, "우리 나중에 이런 가게 한번 할까?"라는 말이 들리면 재밌다. "당신들도 충분히 가능할 거다", "근데 한번 해봐라. 쉽지 않을 거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그렇다. 요즘 온라인상에서 "장사 막 하네." 같은 말이 욕으로 통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한테는 칭찬이다.
- '근본 없음'을 어떻게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나.
= 직원을 뽑더라도, 일률적으로 알려주는 건 없다. 그냥 어떻게 (스스로)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어쨌든 즐거움이 있었으면 하는 공간이니까, 일하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한다. 직원 중에도 어떤 친구는 정중하고 친절한 스타일이고, 어떤 친구는 틱틱댄다. 그 둘이 같이 있는 게 재미있는 거다. 주문받는 사람은 되게 친절했는데, 갖다주는 사람은 무심하고. 일하는 사람도 자유롭게, 손님도 자유롭게.
- 근본이 생길까봐 고민이라고 하던데.
= 최대한 근본 없이 운영하고 싶어서 룰도 정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예전에 비하면 조금 근본 있어졌다.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조금의 룰은 생겼다. 외부 음식 반입에 대한 최소한의 룰이라든지. 또 (우리 가게의) 시끄러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 두 가지 분위기를 복불복으로 하고 싶었는데, 그러면 자주 오시던 분들이 평소 알던 모습이 아닌 것에 당황을 하기도 하니까.,그래서 요일별로 나눴다. 주말에는 dj 파티를 하고, 평일에는 라디오 데이를 한다.
무근본의 시그니처 메뉴 "개쌉무근본칵테일"의 근본이란
- "개쌉무근본칵테일"이 시그니처 메뉴다. 이 메뉴는 어떻게 만드는가.
=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걸로 만든다. 만들다 보니 어느 정도 레시피화된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때그때 내 기분에 따라 만든다. 지금 이것(에디터에게 만들어 준 칵테일)도, 잔을 먼저 잡은 후, 이게 와인잔이다 보니 와인 같은 맛을 내려고 했다.
- 항상 맛있게 되나.
= 나는 손님들에게 “맛없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항의한 경우는 없었다. 다 알고 오시는 분들인가 보다. 메뉴판 밑에 "만약에 맛없으면 당신이 잘못 고른 거다"라고 써놓으니까. (웃음) 내가 안 좋아하는 스타일이어도, "그래, 내가 이걸 시켰으니까."가 된다.
- 무근본은 그런 칵테일을 돈 주고 사먹는 게 허용되는 공간이다. 유일한 무법지대 같은 곳. 새로운 시도도 해 보는 편인가.
= 손님분들이 사 오신 것으로 칵테일을 만들기도 한다. 한 번은 (손님이) 배를 사 오셨는데, 그걸 갈아서 칵테일을 만든 적도 있었다. 막걸리를 사 오셔서 그걸로 만들었던 적도 있다.
- 가게 앞에 놓인 '앗! 위스키 신발보다 싼 곳'이라는 문구처럼, 술값이 정말 싸다. 이유가 있는가.
= 내가 (위스키 관련) 경력이 길지 않다. 그래서 (고급 바처럼) 비싼 가격을 받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가게에서 저렴한 칵테일을 마셨으면, 다른 데에 가서 더 좋은 칵테일을 충분히 더 분위기 있게,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딱 내가 받는 가격 정도에서, 욕먹지 않을 정도로만 하려고 한다. 다른 바텐더 분들도, 위스키 기반의 칵테일이 젊은 층에서 수요가 많이 올라왔으니, 그것만큼 (위스키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게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점에 공감하신다.
부조화의 조화, 무질서의 질서 그 자체인 공간
- 술집을 운영하며, 어떨 때 제일 기분 좋나.
= 손님들이 여기 좋다고, 아지트 삼아야겠다고 할 때다. 나는 허락한 적이 없는데 (웃음). 그리고, 내가 여기를 만들면서 애초에 생각했던 거는, 서로 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그러니까 말 그대로 진상을 부려도 되는 술집을 만들고자 한 거였다. 위스키나 칵테일은 그런 술집에서 먹는 술과는 거리가 머니까, 그런 모순에서 (출발했다).
- 가게를 하면서 보람 있었던 순간은.
=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온 손님 중 형동생 하는 사이의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여자친구랑 자주 같이 왔었는데, 한 번은 어쩌다가 헤어지고 그 친구만 혼자 왔었다. 근데 여자친구가 항상 먹던 스타일의 칵테일을 만들어줬더니 눈물을 흘리더라. 그래서 다시 붙잡아서 재결합했다. 결혼할 것으로 안다.
- 원래 외향적인 편인가.
= 아니다. mbti에도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닌데, 검사를 하면 I가 나오긴 한다. 그런 거에 의미를 두는 편이 아니다. 사실은, 따로 약속 잡거나 하는 건 싫어하는 편인데 가게에서 마이크를 잡고 진행하는 건 부끄럽지가 않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 외향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 음악을 전공하셨다고 하고, 의외로 술도 약하시다고 하고, 위스키 관련 유튜브도 운영하는 등 의외의 사실이 많다. 실제로는 글도 많이 쓰고, 고민도 많이 하는 편으로 보인다.
= 맞다. 생각을 많이 한다. 1 대 1로 대화를 하면 진중하기도 하다. 한두 번 오신 분들은 제가 마냥 에너지 있고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다. 사실은 항상 쾌활하지는 않은데, 내가 느끼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하려는 욕구는 있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에 위트를 넣고 싶다.
- 주류 스마트오더 앱 달리(Dali)의 픽업 파트너다. 달리의 픽업 파트너가 되어 생긴 이점이 있다면.
- 무근본이 이런 공간인 줄 모르고 픽업을 하러 오셨다가, 이 공간을 알게 된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달리 앱에서 픽업지를 설정할 때는 생활 반경 근처로 잡게 된다. 그래서 그냥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워서 이곳(무근본)을 픽업지로 정했는데, 픽업하는 김에 들러보니 되게 새로운 공간이라고 느끼시는 거다. 그러니 추후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 픽업 후 콜키지를 내고 자리에서 먹고 가는 것도 가능하다.
잠깐! 달리 픽업 파트너란?
주류앱 달리에서 산 술을 수령할 수 있는 수령 매장이다. 주류 판매가 가능한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자신의 업장을 주류앱 달리의 픽업 파트너(픽업 매장)로 등록할 수 있다. 술집은 물론, 레스토랑이나 국밥집도 가능하다.
달리 앱으로 고객이 술을 시키면, 가게로 배달이 된다. 가게 사장님은 술이 판매될 때마다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가게 사장님은 달리의 픽업 파트너 등록을 통해 추가 수익은 물론, 술을 좋아하는 손님과 돈독한 인연을 쌓을 수 있다. 달리 앱으로 술을 주문한 고객은 근처의 편한 장소에서 술을 픽업할 수 있으니, 고객과 가게 점주가 윈윈하는 구조다. 성수 무근본 역시 달리의 픽업 파트너다.
[주류앱 달리가 들려주는 술 이야기] 시리즈에서는 술에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기본 지식까지, '술'을 테마로 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룬다.
ㆍ [주류앱 달리가 들려주는 술 이야기①]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아일라 섬 한 모금! 위트 넘치는 브랜드, 더글라스랭 지역몰트 위스키의 독특한 매력
ㆍ[주류앱 달리가 들려주는 술 이야기②]강산도 변하는 10년의 세월 동안 손님을 대하는 태도만은 변하지 않은 홍대 바, 애쉬앤블룸 사장님과의 인터뷰
※이 기사는 주류앱 달리의 지원을 받아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bct@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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