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법안)'이 3월12일 0시부터 즉시 시행됐다. 정부는 0시에 관보 게재를 통해 정식으로 공포했다. 법 시행 첫날 법왜곡죄(개정 형법)과 재판소원(개정 헌법재판소법)의 각각 1호 고발과 청구이 나왔다. 대법관 증원(개정 법원조직법)는 2028년 실제 증원이 시작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뼈대로 하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공포돼 시행에 들어갔다. ⓒ 연합뉴스
'재판소원 1호'는 시리아인 강제퇴거 취소사건
'사법개혁 3법'이 통과된 뒤 첫 날인 2026년 3월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처음으로 '재판소원' 청구서가 들어왔다.
재판소원은 확정된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 침해한 경우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사건번호 2026헌마639. 시리아 국적 외국인인 모하메드가 강제퇴거 명령과 보호명령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장이 헌법재판소로 접수됐다. 피청구인 란에는 '대법원'이라는 세 글자가 적혔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최고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피청구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2013년 한국에 입국한 모하메드는 난민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인도적 체류자 지위로 약 11년 간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체류 허가기간 만료 뒤 회사를 운영한 혐의로 실형을 살게 됐다. 출소 직후에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아 추방됐다.
모하메드는 강제퇴거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기각되자 해당 판결이 인간의 존엄과 신체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모하메드 외에도 이날 헌법재판소에는 자정 뒤 오전 9시까지 모두 4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건들은 모두 전자헌법재판센터로 접수됐다.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이 몰려올 것을 대비해 15년차 중견 연구관 8명으로 구성된 재판소원 사전심사부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법왜곡죄 1호 피고발인은 조희대 대법원장
전국 법원장들이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12일 오후 충북 제천의 한 리조트에 마련된 비공개 정기 전국 법원장 간담회장에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법왜곡죄 시행 첫 날인 3월12일에는 '1호 고발' 대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꼽혔다. 법왜곡죄는 판사나 검사 등이 권한을 이용해 법령을 잘못 적용하거나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내릴 수 있도록 한 개정형법 규정이다.
이병철 변호사가 법 시행 전인 3월2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관련 민원을 접수했고, 법왜곡죄가 시행되면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사건을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배당했다.
고발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5년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하면서 고발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대법원은 3월28일 사건을 접수한 뒤 34일 만인 5월1일 2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이병철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 약 7만 쪽에 달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기록을 종이로 출력해 사전검토와 심리 및 판결을 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빠른 결론을 내렸다는 점을 고발 이유로 들었다.
이와 별도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도 분주한 하루가 펼쳐졌다. 법왜곡죄 시행일인 이날 전국 법원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해마다 3월 열리는 정례 간담회로 알려졌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장들이 이날 오후 2시부터 '사법개혁 3법'에 대한 대응을 핵심의제로 올리고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1987년 개헌 뒤 약 40년 동안 유지됐던 사법체계 변화하기 시작했다. 역사의 시계는 이렇게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