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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하루가 48시간?’ 다작왕 이성민이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필모)
배우 이성민. ⓒ뉴스1

다작왕 이성민이 이번에는 영화 <리멤버>로 돌아왔다. 앞서 이성민은 본인 인생 중 가장 ‘기적’ 같은 순간으로 연극영화과에 간다고 했을 때를 꼽았다. 부모님의 연기 반대에 재수를 하게 된 이성민은 우연히 발견한 연극 단원 모집 포스터를 보고 연락을 해 연기를 시작했다. 그 후 10년간 연극을 했던 이성민은 연극 연출가의 권유로 서울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무명 생활을 이어가던 이성민은 <부당거래>의 부장검사 역할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그 후 드라마 <브레인>, <더킹 투하츠>, <골든타임> 등에 출연해 주연 못지않은 조연 연기를 선보이며 입지를 다졌다.

2014년, 대표작 <미생>에서 오상식 역을 맡아 드라마의 흥행은 물론 대중의 인기까지 얻었으며 덕분에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그 후로도 이성민은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맡는 역할마다 찰떡같이 소화해 내며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된 이성민의 필모그래피를 함께 살펴보자.

 

부당거래

‘혹시 하루가 48시간?’ 다작왕 이성민이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필모)
짧지만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이성민. ⓒCJ ENM

류승완 감독의 범죄 영화 <부당거래>는 광역수사대 경찰 최철기(황정민), 범죄조직 스폰서 장석구(유해진), 스폰 받는 부패 검사 주양(류승범)이 모여 용의자가 달아난 연쇄 살인 사건을 종결하려는 이야기다.

이성민은 부장검사 역으로 짧게 등장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라고 경고를 날리고 “그러다 죽는다”라며 휴지를 들어 주양의 머리를 쾅 내리치기도 하지만 윗선 정치인들이 곤란에 처할 사건은 알아서 마무리 짓는 모습을 보여준다.

 

변호인

‘혹시 하루가 48시간?’ 다작왕 이성민이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필모)
'변호인'에서 이윤택 역을 맡은 이성민. ⓒNEW

영화 <변호인>은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실화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했으며,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 짧은 세무변호사 송우석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렀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이성민은 부산일보 사회부 기자 이윤택 역을 맡았다. 이윤택은 정의롭지만 선뜻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언론인이다. 특히 송우석(송강호)과의 국밥 신에서 이윤택의 이러한 성격이 잘 드러난다. “아무리 돈 벌기 바빠도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봐라”라며 화를 내면서도, 왜 본인은 잘리지 않았냐는 송우석의 물음에 “비겁해서, 나는 비겁해서 숨어서 입 닥치고 있어서. 그래서 안 잘렸다”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미생

‘혹시 하루가 48시간?’ 다작왕 이성민이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필모)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미생' ⓒtvN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손꼽히는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성민은 영업 3팀의 오상식 역으로 분해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오상식은 술에 취해 장그래를 "우리애"라고 부를 만큼 자신의 사람으로 여긴다. 중간에 합류한 빌런 박과장(김희원)이 대놓고 장그래를 무시하자 장그래를 은근슬쩍 걱정하고 챙겨주며 츤데레 면모를 보였다. 이성민은 <미생>을 통해 수많은 명대사를 만들어내 감동을 안겼다.

 

기회에도 자격이 있는 거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이 빌딩 로비 하나 밟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오를락내리락 했는 줄 알아?

기본도 안 된 놈이 빽 하나 믿고 에스컬레이터 타는 세상.

나는 그런 세상을 지지하지 않아.

 

로봇, 소리

‘혹시 하루가 48시간?’ 다작왕 이성민이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필모)
로봇과의 연기에서도 자연스러움을 보여준 이성민.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성민의 첫 주연작은 한국형 SF 영화로 불리는<로봇, 소리>다. <로봇, 소리>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인해 실종된 딸을 10년째 찾는 해관(이성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딸을 찾기 위해 섬을 찾았다가 추락하는 인공위성 S-19를 발견하고. 로봇이 전화번호와 통화 내역을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딸의 통신 기록을 추적하며 행방을 찾아 나선다. 보수적인 아저씨 해관과 엉뚱한 로봇 '소리'가 의외의 케미를 만들어내며 웃음을 안겼다.

극중 로봇 ‘소리’의 목소리는 심은경이 맡았다. 로봇과 연기를 해야 했던 이성민은 로봇과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적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냥 기계를 본 중년의 남성처럼 반응하면 됐다”라고 설명했다.

 

목격자

‘혹시 하루가 48시간?’ 다작왕 이성민이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필모)
이성민의 심리 연기가 돋보인 '목격자' ⓒNEW

2018년, 이성민의 활약은 대단했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 <공작>, <목격자>까지 모두 주연을 맡았다. 그중 <목격자>는 이성민의 심리 연기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한 뒤 범인에게 위협을 받으며 긴장감 넘치는 추격을 벌이는 상훈(이성민)은 가족을 위해 몸을 던진다.

이성민과 호흡을 맞춘 곽시양은 위협적인 느낌을 주는 태호 역을 연기하기 위해 13kg 가까이 증량해야 했다. 이에 이성민은 상자 째로 짜장 라면을 사서 쉬는 시간마다 끓여주는 자상함을 보이기도 했다.

 

리멤버

‘혹시 하루가 48시간?’ 다작왕 이성민이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필모)
26일 개봉한 '리멤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리멤버>는 자신의 부모와 형, 누이까지 온 가족을 죽인 일제강점기 때의 원수들을 향한 복수에 나서는 뇌종양 말기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의 이야기를 담았다. 필주는 은퇴 후 십년 넘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다 20대 알바생 인규(남주혁)과 함께 복수를 시작한다.

‘혹시 하루가 48시간?’ 다작왕 이성민이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필모)
80대 노인 필주 역을 맡은 이성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성민은 필주 역을 통해 젊은 감각을 가진 매력적인 할아버지의 모습과 복수를 감행할 때의 냉혹하고 냉철한 모습까지 모두 보여줬다. 37년 차 베테랑 배우이지만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 필주 역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CG가 들어가지 않는 특수 분장으로 준비 시간만 4시간이 걸렸다. 이성민은 분장 외에도 구부정한 허리와 어깨, 거친 호흡과 느린 걸음걸이 등을 통해 80대 필주의 모습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이성민은 목 디스크를 얻기도 했다.

26일 개봉한 <리멤버>는 개봉과 동시에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성민의 연기에 대한 감탄이 쏟아지는 중이다.

 

"쉬면서 비우고 채운다"

‘혹시 하루가 48시간?’ 다작왕 이성민이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필모)
배우 이성민. ⓒ뉴스1

이성민은 다작 배우다. 올해만 해도 영화 <헌트>,<리멤버>에 출연했으며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형사록>과 JTBC 드라마<재벌집 막내아들>에도 출연한다. 이외에도 영화 <대외비>, <핸섬 가이즈>, <서울의 봄>까지 미개봉작도 연이어 대기 중이다. 바빠도 너무 바쁜 이성민이 한 시도 쉬지 않고 연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그에 대한 대답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배우도 직장인과 똑같다. 직장인은 주말 빼고 일하지 않느냐. 연극할 때도 쉰 적이 없다. 나 아닌 삶으로 산 시간을 계산해 보면, 내 인생에서 3분의 1 정도 된다. 촬영장에 출근해 분장하는 순간부터 내 삶이 아니다.

20대 때 연극 많이 할 때는 1년에 4편씩 했는데, 후배들이 '쉬면서 비우고 채운다'라고 하면 이해가 안 되더라. 난 새로운 캐릭터를 맞이하고 그 옷을 입는 게 편했다. 지금도 현장이 편한 것처럼 말이다.

본인의 배우 생활을 직장인에 비유한 이성민은 그 누구보다 일에 진심이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가족조차 보지 않았으면 하는데, 촬영했던 작품을 다시 보면 부족한 부분이 계속 보여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37년간 연기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도무지 '만족'을 모르는 이성민. 일에 대한 강한 욕심만큼, 앞으로 더 탄탄하고 깊어질 그의 연기를 기대해 본다.

남유진 기자 : yujin.na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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