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때부터 얼굴에서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다. 생리를 시작한지 약 2년 뒤였다. 보스턴 어린이 병원에 가본 결과 다낭성난소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그때 나는 여러 난소낭종을 제외한 모든 증상을 다 갖고 있었다.
어른이 되어 척추 X-레이를 찍어본 결과 유피낭종이 있었고, 그 안에는 치아가 있었다. 커져서 뒤틀리고 파열되지 않는다면 이런 낭종은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 자궁 속에서 몸에 흡수된 쌍둥이의 잔해라는 의견도 있다.
어머니는 내 수염을 없애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뽑기, 탈색, 제모제, 왁싱 등을 해야 했다. 나는 피부가 민감해서 아팠다. 어머니는 내가 뚱뚱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놀림 받길 원하지 않아서 수염을 없애거나 숨기려 했다. 이 문제에 있어 내 의견은 전혀 듣지 않았다.
어머니가 나를 윽박지르고 내가 타고난 몸이 쓸모없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나는 수염을 의식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털과 체중 둘 다 그랬다. 나는 그냥 수염이 자라게 내버려 둬보고 싶었지만 어머니와 계부가 너무나 괴롭혀 심한 불안 문제가 생겼다. 마음이 아주 아프지 않았다면 나는 그냥 웃어넘겼을 것이다.
어머니는 다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거라고 주장했고, 내가 안전하고 또래들에게 나쁜 취급을 받지 않길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처음으로 나를 괴롭힌 사람 중 하나였고, 내 평생 가장 큰 피해를 준 사람이었다. 난 가끔은 울면서 제발 그만하라고 빌기도 했다. 도망가서 서커스단에 들어가 상대적으로 평화롭게 생활하며 수염난 여성 역할을 하는 몽상을 할 때도 있었다. 내 몸은 잘못되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나를 학대할 권리는 없다는 걸 마음 한구석으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내가 퀴어란 걸 알고 길길이 뛰어, 나는 15살 때 집에서 나왔다.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빨리 성장하라는 강압을 받았지만 어떻게 성장하면 되는지 배울 기회가 없었던 어린아이였던 터라 부모님과의 관계는 복잡했다. 연락을 오랫동안 안 할 때도 있었지만, 나는 지나치게 오랫동안 연락을 유지했다.
어머니가 강제로 제모를 시키고 계부가 내가 여성답지 못하다고 놀리는(심지어 내가 십대 때 다리나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는다고 놀리기까지 했다) 집에서 나오긴 했지만, 수염을 기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은 이미 내게 깊이 새겨져 있었다. 내 몸의 털에 대해서는 부모님의 말을 무시할 수 있었다. 나는 몸에 털이 있는 여성들에게 매력을 느꼈다. 펑크와 라이엇 걸 신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그게 말도 안되는 가부장제적 미의 기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얼굴 수염이 안 된다는 말은 아주 어릴 때부터 들어왔다.
노숙을 할 때조차 화장실을 찾아내 면도를 했고, 가장 친한 친구의 다리를 베고 누우면 친구가 털을 뽑아주기도 했다. 내가 타인과 공유해 본 가장 친밀하고 친절한 의식 중 하나였다.
어머니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을 내게 제대로 설명해 준 적이 없었다. 숨겨야 할 추한 비밀 같은 것이었다. 나는 생리를 일정하게 하고 털이 덜 자라게 하도록 12살 때 피임약 처방을 받았다. 호르몬 수치 때문에 털이 자란다는 것 밖에 몰랐다. 그리고 가족들,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에게조차 뚱뚱하다고 늘 놀림받았지만, 십대 때 나와 같은 호르몬 수치를 가졌다면 체중이 쉽게 늘어나고, 쫄쫄 굶거나 하루에 8시간 정도 운동하지 않는 이상 살을 빼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설명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대 중반에 내분비전문의를 만나기 전까지는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다. 나는 다시 한번 다낭성난소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호르몬과 체중, 그밖에 내가 늘 겪는 여러 증상들이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다음에 어머니와 이야기할 때 내 몸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나는 신이 났다. 어머니는 그저 “알아. 어린이 병원에서 했던 말이야.”라고만 말했다.
얼굴의 수염을 뽑고 밀며 겪었던 수치, 고통, 발진은 거의 26년 동안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털이 문제라는 생각이 어렸을 때부터 새겨졌다 보니, 나는 하루 내지 이틀에 한번씩 면도했다. 병원에 갈 수 있는가, 호르몬이 어떤가에 따라 털이 자라는 속도는 달랐다. 샤워하기 전에 누가 문을 두드려서 열어줘야 할 때면 겁이 잔뜩 났다.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고 패닉이 시작되었다. 우편물을 가지러, 뭔가 살 것이 있어 구멍가게에 가러 나가며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생기면 목에 스카프를 둘렀다. 그래도 스카프가 벗겨지거나 누가 털이 조금 자라난 구레나룻을 보지 않을지 편집증적으로 불안해 했다. 주위 사람 모두가 다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다들 내 수염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어린 나이에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고, 불안이 심했기 때문에 나는 10년 이상 알코올로 달랬다. 집을 떠난 뒤부터 20대 중후반까지였다. 나의 자연스러운 일부를 숨겨야 한다는 강한 압력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고 부드럽게 설득해 주고 솔직한 자기 관찰을 하게 해주고 몇 년 동안 꾹 누르고 묻어두었던 경험과 감정들을 처리하도록 도와준 내 배우자에게 영원히 감사할 것이다.
작년 가을, 38세가 될 무렵에 드디어 나는 면도를 그만두고 수염이 자라는 대로 그냥 두었다. 거의 1년 전에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지만, 식품감수성과 약물 부작용 때문에 수염이 정말 괴상하고 듬성듬성하게 나서 충격을 받았다. 시도를 해봤다는 사실만이라도 자랑스러워해 보려 했지만, 다시 면도를 시작하자니 실망이 컸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식품감수성에 맞춰 식단을 조정하고 수염이 덜 자라게 해주지만 부작용이 컸던 처방약을 끊었더니 훨씬 나았다.
그냥 내 자신의 모습으로 지내며 남들의 생각에 관심을 끊자 금세 자신감이 치솟아서 놀랐다. 면도를 그만두고 어렸을 때부터 내게 주입되었던 수치를 버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렇게 빨리, 또 쉽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되는 것이 주는 효과는 대단하다.
나는 다른 수염 난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연락하기 시작했다. 수염을 자신의 여성성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얼굴에 난 털 자체가 여성적이다라고 말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나는 그들과 그들의 메시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품고 있으며,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자기 수염을 받아들인 일부 여성들을 늘 존경했다. 나도 그들처럼 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내 양성성에 대해, 내가 양성적 사람들과 개념을 늘 받아들였다는 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넌 바이너리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지만, 그걸 밝히기가 두려웠다.
내가 사랑하고 존중하는 이들이 내가 내 것이 아닌 정체성을 전용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내가 여성인 것만은 아니었지만, 내게서 남성적이라고 느껴진 부분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성부터 양성에 이르는 여러 지점들에 있다고 그때그때 느꼈다. 나는 여성, 양성, 젠더퀴어의 삼위일체다. 이를 깨닫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자 처음으로 진정 내 자신과 세상에 마음을 연 것 같았다. 정말 멋진 기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억지로 부정해야 한다고 느꼈던 나의 일부를 더 이상 숨기지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포용하는 것은 정말 강력했다. 어머니와는 7년 전에 관계를 끊었지만 여러 해에 걸쳐 내 가족을 만들었다. 그들의 사랑과 지지는 내 얼굴에 나는 털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내가 체중이 많이 나간다거나 ‘정상’이나 ‘용인 가능’에 대한 사회의 좁은 정의에 맞지 않는 꿈을 쫓는 것으로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잘 대해주었지만, 아주 나쁜 반응도 물론 있었다. 내가 그저 어디서 줄을 서 있거나 장을 보고 있는데 화난듯 나를 노려보는 사람들은 주로 남성들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자신의 정체성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지 파악하려는 게 눈에 보였다. 드문 일이었고 이들 중 실제로 내게 다가온 사람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게 만들어서, 나는 페퍼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인터넷 트롤들도 있지만, 용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에겐 늘 인터넷 트롤들이 따른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유색인종을 포함한 이성애자 시스젠더 여성들 중 일부는 내 이야기를 접했을 때 내게 수치를 주고 나를 하찮게 만들려는 생각밖에 못했다. 내 수염을 긍정하고 자기애를 알리는 내 포스트에 원하지도 않는 제모 충고를 남기는 여성들도 있다.
다른 수염 난 여성들의 이야기에 힘을 얻어 마침내 면도를 그만두기로 한 다음, 나는 여성 얼굴의 털을 정상화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내 이야기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수염난 여성들, 수염을 그대로 두기로 한 트랜스 여성들, 젠더퀴어들이 반응을 보이자 나의 관점은 완전히 달라졌다.
수십년 전부터 넌 바이너리 트랜스 선구자인 케이트 본스타인을 만났을 때 나는 그녀의 존재감과 우아함에 감동받았다는 글을 다른 곳에 쓴 적이 있다. 본스타인이 웅변력에 대한 불교의 정의를 설명해준 것이 무엇보다 내게 큰 인상을 주었다. “당신이 진실을 말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고통을 덜어주느냐, 그것이 당신이 얼마나 말을 잘했느냐이다.” 나는 객석에서 울었다. 갑자기 내가 하는 일에 훨씬 더 큰 목적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염이 난 여성, 조금 애매해 보이지만 그래도 젠더퀴어인 사람인 내게 오랫동안 정말 필요했던 목소리, 내 자신이 바로 그 목소리가 될 수 있다면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 목소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나를 찾아낼 것이다.
드디어 면도를 그만두고 수염을 기를 용기를 얻은지 7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놀랄 정도로 더 행복해졌고 자신감이 생겼다. 여러 해 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은 내가 이토록 밝고 즐겁고 거리낌없이 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고들 말한다.
* HuffPost USA의 Why I Stopped Shaving My Face And Embraced Life As A Bearded Woman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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