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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참겠다 덕밍아웃! 아이돌 용어는 너무 어려워
못참겠다 덕밍아웃! 아이돌 용어는 너무 어려워
ⓒhuffpost

여기, 마흔 넘어 아이돌에 빠진 워킹맘이 있다. 일하랴 애 키우랴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강다니엘’을 검색한다. 가족들에게, 회사 동료들에게 웬 주책이냐는 구박을 받으면서도 그 와중에 행복한 덕질 이야기. 현직 기자가 쓴 강다니엘 덕질 에세이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가 매주 연재된다.

40대 아줌마 팬의 덕질은 어렵다. 용어조차 생소한데 무슨 덕질을 할까도 싶다. 외계어처럼 보이는 말도 있다. 트위터 등의 글자 수 제한으로 줄임말이 유행이라지만, 은어인지 비속어인지 혹은 한글인지 일본어인지 알쏭달쏭한 게 수두룩하다. 세종대왕이 통곡할 만한 용어도 많다. 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문화니까 받아들여야 한다.

일단 ‘덕질’이나 ‘덕통사고(덕후+교통사고)’ ‘덕후’ 등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말이다. 일본어 ‘오타쿠オタク(한국식 발음 ‘오덕후’)’에서 파생된 단어들이다. 여기서 더 확장돼 ‘입덕(덕질을 시작하는 것)’ ‘탈덕(덕질을 그만두는 것)’ ‘성덕(성공한 덕후)’ 등의 용어가 있다.

‘늦덕(늦게 덕질을 시작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하니, 나의 경우는 ‘늦덕’쯤 되겠다. 여러 아이돌을 동시에 좋아하는 팬들은 ‘겸덕’ ‘잡덕’이라 칭해진다. ‘덕’자가 들어가니 발음상 귀여운 느낌도 난다.

‘덕밍아웃’은 ‘덕후’와 ‘커밍아웃’의 줄임말로, 유사어로 ‘일코해제’가 있다. ‘일코(일반인코스프레)’란 일상생활에서 일반인인 척(덕후가 아닌 척)하는 사람을 일컬으니, ‘일코해제’는 덕후라는 자신의 신분을 스스로 밝힌다는 의미쯤 되겠다. 이제는 사자성어만큼이나 널리 쓰이는 ‘어덕행덕’은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의 줄임말이다. ‘덕밍아웃’ 해서 ‘어덕행덕’ 하자고 하면 대충 의미가 통할 것 같다.

예전에는 ‘빠순이’라 칭했지만 이제는 ‘덕후’라는 표현이 포괄적으로 사용된다. 확실히 ‘빠순이’는 부정적이고 상대를 비하하는 말로 들린다. ‘덕후’는 아이돌팬뿐 아니라 다른 대상에도 두루두루 쓰이고 있다. ‘덕후’의 반대말은 영화 <해리포터>에서 마법사가 아닌 보통사람을 칭하던 ‘머글’이다. ‘덕후가 아닌 일반인’이라는 뜻이다. 

‘스밍(스트리밍)’이란 줄임말은 같은 부서 후배를 통해 처음 들었다. 워너원이 첫 앨범을 냈을 때 “선배, 스밍 돌려야죠”라고 해서 “스밍이 뭔데?”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멜론, 벅스 등 음원 사이트에서 음악을 반복 재생해 듣는 것을 스트리밍이라고 하는데 역시나 두 글자로 줄였다.

현대인의 바쁜 삶이 말의 길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음원을 하루 종일 재생시켜야만 음원 점수가 많이 반영돼 가요 순위가 올라가니까 덕질에서 ‘스밍’은 필수다. ‘총공’의 의미도 ‘스밍’과 함께 간다. 음악방송 1위나 실검 상위권을 위해 팬덤을 결집해 ‘총공세’에 나선다는 뜻이다. ‘총공’ 하니 총, 칼이 동원되는 전쟁이 떠오르지만 아이돌 팬 세계에서는 음원 다운로드나 스밍, 음반 구입 등이 총공의 방법으로 동원된다. 덕질하는 아이돌 그룹의 컴백에 대비해 ‘모의총공’도 하는데, 미리 팬덤 화력 체크를 겸해서 사전에 연습하는 것을 말한다. 그룹 팬덤의 강도와 세기는 ‘총공’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최애(최고로 좋아하는)’와 ‘차애(차순위로 좋아하는)’는 단순히 한자를 배열한 것이니까 누구라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워너원에서 최애 멤버는 강다니엘, 차애 멤버는 김재환이다.

음악 방송 관련 용어도 쉽게 줄임말로 통용된다. ‘음방(음악방송)’ ‘공방(공개방송)’ ‘사녹(사전녹화)’ ‘쇼케(쇼케이스)’ 등이 있다. 줄임의 미학이 제대로 기능한다. ‘공카(공식카페)’나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도 줄임말이다.

‘홈마’들은 보통 ‘찍덕(사진 찍는 덕후)’이기도 한데, 일명 ‘대포’라고 불리는 렌즈 큰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아이돌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린다. 유튜브 등을 통해 쉽게 강다니엘의 팬미팅 모습이나 공항 출국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수고 덕분이다. 해외 팬미팅까지 따라붙으니 웬만한 취재기자들 뺨치는 행동력과 취재력이다. 사진이나 동영상 퀄리티도 전문가 못지않게 훌륭하다. 요즘은 4K의 화질 좋은 영상이 많다.

아이돌과 자주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중학교 장래희망 조사에서는 ‘홈마’도 직업으로 등장한단다. ‘아이돌 전문가’인 조카는 “아이돌 따라다니려면 집안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못참겠다 덕밍아웃! 아이돌 용어는 너무 어려워
ⓒ뉴스1

현타(현자타임)’나 ‘병크(병신+크리티컬)’ 등의 용어는 조금 난해하다. ‘현타’는 팬미팅 등에서 아이돌 실물을 직접 본 뒤 실망했을 때 주로 쓰는 말이다. 방송 때 모습보다 실물이 못하면 ‘현타’가 온다. ‘병크’는 아이돌 그룹이 루머 또는 부정적인 사건에 휘말릴 때 사용된다. ‘크리티컬(비판적인, 위태로운)’의 의미상, 아이돌 그룹의 위상을 흔드는 바보짓을 칭한다. 생방송에서 큰 말실수를 하거나 사적인 생활에서 비매너적인 좋지 않은 행동을 보였을 때를 이른다. 팬들의 사랑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아이돌로서는 한 번의 실수가 큰 충격파가 될 수 있다.

‘낫닝겐’은 영어와 일본어가 섞인 국적 불명의 용어로 ‘외모가 잘생기거나 능력 등이 뛰어나 인간이 아니다’라 는 뜻이다. ‘지구다뿌셔’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쁜) ‘세젤귀(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세젤잘(세상에서 제일 잘생긴)’과 같이 외모를 폭풍 칭찬하는 용어도 있다. ‘미존’은 ‘미친 존재감’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강다니엘은 ‘미존’을 늘 뽐낸다.

‘댓림픽(댓글+올림픽)’의 뜻도 처음 접했다.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는 공개방송은 상위 댓글을 작성한 순서대로 참석할 수 있는데, 마치 올림픽 경쟁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다. 독수리 타법을 구사하면 공개방송 참석이 요원해진다. 뭐든지 빨라야 하는 시대다. 콘서트 티켓도 5분 만에 매진된다.

‘음방’ 공개방송은커녕 콘서트표 예매 경쟁에도 뛰어든 적이 없는 나로서는 체감온도가 많이 떨어진다.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클릭전쟁’에서 40대 아줌마는 분명 분루를 삼킬 것이다. 미리 포기하는 게 낫다.

아이돌 용어를 구글링 하다 보니 ‘커엽다(귀엽다)’나 ‘댕댕이(멍멍이)’ ‘띵곡(명곡)’ ‘롬곡(눈물)’ 등 소위 급식체는 오히려 쉬워 보인다. ‘마상(마음의 상처)’이나 ‘고나리(오지랖)’ ‘오지다’ ‘지리다’ 등의 신조어도 마찬가지다. 줄임에 은유까지 더해져 머릿속에서 자주 충돌을 일으킨다. 하긴 나는 ‘만렙’ ‘쪼렙’의 의미도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용하고 있어 그 의미를 알게 됐다.

관심은 관심을 낳는다. 강다니엘을 몰랐다면, 굳이 찾아 보지 않았을 아이돌 용어다. 그들만의 문화에 한발자국씩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몹쓸 호기심이 가속 페달이 돼점점 더 깊숙이 빠져든다. 일종의 ‘늪’이다. 아이돌, 참 흥미로운 세계다.

그나저나 저녁 설거지는 했던가.

 * 에세이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21세기북스)’에 수록된 글입니다.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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