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증시 급락에 대응해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산업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외 증시가 연일 급락하자 시장 안정조치를 꺼낸 것이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 부족해진 투자자의 주식이 강제로 처분되는 반대매매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여전히 탄탄하다며 과도한 비관을 경계하는 한편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지면 추가 안정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시장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경제부는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대응방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가 참석했다.
정부가 시장 안정조치를 내놓은 것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2.25% 급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5.52% 떨어졌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각각 4.36%, 3.44% 하락했다.
국내 증시의 하락세도 가팔랐다. 10월30일 5731이었던 코스피지수는 11월5일 5384까지 내려갔다. 6일에는 개장 직후 8% 이상 폭락하면서 5000선이 무너졌고, 오전 9시3분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이후 낙폭을 일부 줄이긴 했지만 오후 1시40분 기준 코스피는 전날보다 5.43% 떨어진 5091.40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주가 급락이 추가적인 매도 압력을 불러오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신용융자에 대한 증권사의 담보비율 140% 유지 의무를 3개월 동안 면제하기로 했다. 시행일은 9일이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다. 현행 규정에 따라 증권사는 신용융자 담보비율을 14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주가가 하락해 담보비율이 기준에 못 미치면 투자자에게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증권사들은 담보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유지 의무가 면제된다고 모든 반대매매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적용 기준과 반대매매 여부는 증권사가 결정한다.
정부는 최근 증시 하락이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 등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 증시가 이러한 대외 요인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참석자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3%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수출 1조 달러, 기업 영업이익 9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 기초체력은 견조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과 주요국 정책 동향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국내외 증시와 자금 흐름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시장 불안과 수급 쏠림이 심해질 경우 추가 시장 안정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